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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이야기 순서와 씬 번호의
동일성 필요 : 'S#'이든 'NO'든 일단 하나만 표시하면
된다. '후리지아 향기'를 보면 이야기순으로 번호가 나와있지 않다. 아무래도
연출자가 이야기와 장소에 따른 번호를 자신의 방법으로 작성한 모양이다.
하지만 보통은 쓰는 순서대로 장면 번호를 적도록 한다. 그래야만 혼동이
없다.
씬번호 옆으로 '누구의 회상, 장소' 등을 표시했는데 장소를 먼저 쓰는
것이 좋다. 누구의 회상이라는 것은 안써도 되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NO
8'은 장소부분에 '성민의 회상' 'NO 12'는 '사건의 발단'이라고
장면 표시가 되어 있다. 씬 넘버 옆으로는 반드시 장소가 나와줘야 한다.
더구나 장소를 밝혀야 되는 부분에 '사건의 발단'이라니. 이를 어떻게 영상화하겠는가!
장소라면 그 장소에서 촬영할 준비를 할 것이다. 시나리오는 영상으로 옮기는
설계도라는 걸 다시 한번 강조하면서 씬번호는 순차적으로 나간다. 아니면
차라리 번호를 생략하고 장면 구분만을 해도 된다. 씬번호 옆에는 항상 장소를
밝히도록 한다.
② 장소에 따른 장면 구분 필요
: 우선 'NO 1' 한 씬만 보더라도 '재판소', '교도소 안', '감방안',
'교도소 밖' 등 여러 장소가 한 씬안에 전부 나와 있다. 이런 경우,
장소를 이동했을 때마다 씬번호를 다시 매기고 장소를 구별하여 내용을 쓰도록
한다. 'NO 7-1' 역시 '집안', '꽃집', '카페안', 카페밖',
'다시 집안' 등 여러 장소를 한 씬안에서 이야기를 풀어놓고 있다. 이것도
역시 씬번호를 전부 줘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몽타주로 묶는 방법이 있는데 이 경우는 장면안에 대사가
없는 영상만으로 하나의 시퀀스를 이루고자 할 때 활용하는 기법이다.
'NO 12'에서는 여러 장소뿐 아니라 한 씬안에서 '장면 바뀜'이란 표현도
나온다. 이런 것은 장면을 새로 설정해야 하는 부분이기 때문에 씬번호를
주고 장소와 내용을 서술해야 한다. 이외에도 씬마다 장소 구분을 해줘야
하는 곳이 많다. 찾아서 한번 나눠보도록 한다.
③ 지문의 구분 필요
: 지문과 대사 등이 붙어있어서 읽기에 힘들다. 지문과 대사의 행간을 비워두면
읽기에 더욱 편할 것이다.
지문의 경우 특별한 내용이 아니라면 ( )를 치지 않도록 한다. '후리지아
향기'를 보면 지문내에서도 소지문도 아닌데 ( )를 표시한 부분이 많다.
( )는 보통 소지문에만 사용하도록 한다.
④ 대화의 구어체화 필요
: 대사 부분을 읽다보면 일상적인 구어체적인 표현이라기 보다는 문어체적인
표현이 대부분이다. 우리가 글로 표현할 때와 말로 표현할 때 내용은 같더라고
분명 표현양식이 다르다. 한번 되새기면서 읽어보도록 한다.
과연 배우가 이 대사를 리얼하게 표현할 수 있을까를 생각해본다. 만약 책을
읽듯이 해야하는 대사라면 문제가 있다. 문어체 형식으로 일부러 하는 것이
아니라면 반드시 대사는 구어체로 표현한다.
⑤ 중복내용의 생략 필요
: 'NO 1'에서 '간수의 말만 들린다. 간수 목소리 : 넌
이곳 교도소에서 서대문 교도소로 이동된다.'라는 부분이 있다.
이런 경우는 '간수(E):넌 이곳 교도소에서 서대문 교도소로
이동된다' 라고 표기하면 된다.
'NO 6'을 보면 리포터와 경찰관의 대사중에도 한 씬안에서 내용이 중복되어
나온다. 이런 경우는 한쪽의 내용을 생략하는 것이 좋다. 같은 내용을 한
장면에서 두 번씩이나 보여준다는 건 낭비다.
⑥ 이야기의 밀도감 필요
: 장면들을 보면 사람들이 왜 그렇게 행동하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촘촘히
짜여 있지 못하다. 다시 말하면 이야기가 엉겨붙어 있지 않고 인물들간의
주변을 빙빙돌고 있다. 분명 작가는 남녀 주인공이 서로 열열히 사랑했던
사이이며 교도소를 탈출해서까지 애인을 만나려 든다. 하지만 왜 그렇게 목숨을
걸면서까지 애인을 다시 만나야 하는지 상황설정들이 너무나 미약하다. 교도소를
탈출하고 죽음을 감수하면서까지 애인을 만나러 가겠다고 할 때는 관객들이
공감하고 나라도 그렇게 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상황들이 서로 밀착되어
진행되어야 한다. 이야기를 진행시키기는 했는데 꼭 기름과 물을 혼합해 놓은
것처럼 서로 엉겨 붙어 있지가 않다.
물에 소금을 넣으면 소금물이 되고 설탕을 넣으면 설탕물이 되는 것처럼 이야기와
인물이 그렇게 스며들어야 한다.
⑦ 리얼리티의 부족
: 작가의 감정만 앞세우다 보니 정작 필요한 이야기의 리얼리티는 충분히
살리지 못했다. 배우들은 울고불고 난리인데 정작 보는 사람은 이 사람들이
왜 이래, 하고 의아해 한다.
작가의 머릿속에만 있는 이야기가 너무 많아 작가만 슬프지 읽는 사람은 하나도
안슬프다. 인물들에 동요가 잘되지 않는다는 것은 결국 인물이나 이야기의
리얼리티를 충분히 살리지 못했다는 이야기가 된다.
⑧ 작가의 모습 감추기 필요
: 편지나 대사를 보면 작가(감독)의 얼굴이 너무나 많이 나온다. 등장인물에
걸맞지 않는 대사나 행동을 하는 경우 작가가 말을 한다고 표현한다.
불운한 가정의 소녀라고 하면 그 소녀의 환경, 학문, 행동 등이 거기에
어울려야 한다. 가출한 소녀면 가출한 소녀다운 면모가 흘러 넘쳐야 한다.
도무지 그런 상황의 소녀가 할 수 있는 말이나 행동이 아니라고 여겨진다면
그건 이미 등장인물에 대한 표현에 실패한 것이다. 죽음을 결심한 소녀가
과연 지금의 꿈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 그것도 남을 돕는 일을 하고 싶다는
대사는 그 상황에 어울리지 않는다.
옛말에 자기코가 석자라는 말이 있다. 남을 생각해줄 아량이 없다는 말이다.
소녀의 상황은 지금 그런 상황인 것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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