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지문의 표현(시나리오 작법상)

△ 씬1
'두꺼운 커튼이 닫혀있어 한낮인데도 어두운 방' → 영상으로 보여주는 것이기 때문에 장면 들어가는 부분에 '(한낮)'이라고 표현을 했으므로 '한낮인데도'의 부분은 생략해도 된다.
'필기도구를 집는다. 뭔가 쓸듯하다' → '필기도구를 집는다'는 표현과 상황만으로도 충분히 뭔가 쓰려고 한다는 걸 관객은 안다. 굳이 '뭔가 쓸듯하다'라고 덧붙일 필요는 없다.

△ 씬2
'인상 좋아 보이는 옆집 아줌마 정성희는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서있다' →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서있는 정성희' 라고 표현하는 것이 더 깔끔할 것 같다. 주어(정성희는) 앞의 수식어가 뒷부분의 표현과 매치가 되지 않으니 말이다.
'동네 아줌마들은 그런 현진 엄마의 어깨를 다독이며 위로하고 있다' → 정성희와 현진 엄마는 같은 인물이다. 그렇다면 어느 인물을 지칭할 때 같은 이름으로 하는 것이 혼동을 줄이는 방법이다.

△ 씬4와 씬5
한 씬으로 표현해도 될 것 같다. '7층 베란다에서 아래를 보고 있는 누군가가 보인다. 카메라 가까이 다가가면 놀이터를 내려다보고 있는 정성희'

△ 씬6
'고개 숙이고 막대기로 땅만 파는 현진인 별 말이 없다' → 보통 대사가 없으면 말이 없다는 건 당연지사다. 때문에 '별 말이 없다' 이런 표현은 생략한다.
'처자는 혼자 타들어가는 담배를 든 채 멍하니 옆집 모녀를 본다' → 옆집 모녀는 결국 정성희와 현진일 지칭하는 말이다. 내용상으로 누구인지 확인할 수는 있지만 시나리오를 쓸 때는 제 3자가 보는 것임을 인식하자.

△ 씬8
'어디서 난 건지 담배를 한 개피 부러뜨려 노을이 지는 창밖으로 던지고 있는 현진' → '어디서 난 건지' 이런 표현은 사족이다. '담배를 부러뜨려 창밖으로 던지는 현진' 처럼 인물의 동작만을 표현한다. 추측이나 추정은 지문으로 부적합하다.

△ 씬9
'방에서 티셔츠를 하나 꺼내오는 처자' → 한 장면 안에서 거실에 있던 사람이 방에서 나오려면 움직임을 지문에 설명해줘야 한다. '일어나 방으로 가는 처자. 티셔츠 하나를 들고 나오는 처자' 이런 식으로 말이다. 거실에 있는데 뜬금없이 방에서 나온다고 하면 오류다.
'처자는 순간 놀라지만 아무 말 없이 옷을 갈아 입힌다' → '순간 놀라는 처자. 현진의 옷을 갈아 입힌다'

△ 씬10
'거기엔 현진의 가슴에 있던 흉터가 세월이 지난 체로 희미하게 남아있다' → 영상화를 위한 지문으로는 부적절하다. 무슨 내용인지 이해는 할 수 있지만 이 문장을 과연 영상으로 표현할 수 있는지 생각해 보자. 그냥 '처자의 손목에 있는 흉터 클로즈업'이라고 표현한다면 영상화하기 훨씬 쉬울 것이다.

② 내용상 (이야기의 숨김)

정성희란 인물이 현진이를 담뱃불로 지지게 되는 상황이 한 장면이라도 구체적으로 나와줘야 한다. 그저 막연히 '출장이 잦다며' 보다는 현진이를 학대할 수밖에 없는 정성희의 내면이나 사건이 보다 사실적으로 그려졌으면 싶다.

이야기의 과대한 표현도 문제지만 과대한 생략도 좋지 않다. 과대하게 생략된 부분은 때로는 작가만 알고 있는 이야기가 되어서 제3자는 도대체 뭔 이야기를 하고 싶어하는지 의구심을 갖게 한다.

인물을 그릴 때 작가는 등장인물이 악인이든 선인이든 철저하게 그 사람의 입장이 되어서 생각하고 행동해야 한다. 정성희란 인물을 악인으로 그린다해도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에 대한 납득이 가도록 그려야 한다는 것이다. 정성희란 인물에 동화될 수 있도록 말이다.

③ 작의(기획의도)

시나리오를 통해 무엇을 이야기 할 것인지를 작가가 말해주는 부분이다. 여기서 작가는 인간의 잔인함을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그렇다면 이 시나리오를 읽고 사람이 이렇게 잔인할 수 있을까라고 생각한 사람이 과연 몇 명이나 될까?

물론 사람마다 사건을 바라보는 시각이 다르기 때문에 견해의 차이는 있을 수 있다. 보다 다양한 시각으로 풀이될 수 있다면 좋지만 작의에 공감하지 못한다면 문제는 다르다. 필자의 생각엔 삶이란 결국 서로가 서로에게 상처를 주는 그 무엇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인간의 잔인한 면모보다는 쓸쓸하고 측은함이 더 묻어나고 있으니....

정성희란 인물도 남편에게 상처를 받고 또 누군가에게 상처를 준다. 하지만 그녀뿐만 아니라 처자 역시 언젠가 상처를 받았던 흔적을 안고 사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인간은 누구나 상처를 안고 살아간다. 시나리오 속의 현진이도 그 상처를 안고 살아갈 것이다. 하지만 이건 필자의 생각일 뿐이다. 여러분들도 나름대로의 생각을 다 해봤겠죠?

'가슴'의 시나리오를 보고 각자 나름대로 숨은 이야기를 만들어 보다 구체적인 스토리라인을 구축해 보도록 보자. 여러분들은 아래의 것보다 훨씬 더 좋은 재구성을 했을 거라고 여긴다.

< 재구성의 예 >

병원에 실려가는 현진 → 남들 앞에서는 현진이를 위하는 정성희 → 혼자 노는 현진 → 처자가 켜는 라이터불에 놀라는 현진 → 현진의 흉터를 보고 놀라는 처자 → 동네 사람들의 현진 가정에 대한 수다 → 현진이를 학대하는 정성희 → 장면을 목격하고 신고하는 처자 → 남편을 떠올리며 현진을 학대하는 정성희 → 경찰에 의해 끌려가는 정성희 → 처자의 몸 어딘가에 숨겨진 또다른 흉터 클로즈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