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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3강 ; 이야기 공학의 시나리오 ::


copyright ⓒ 2002 양수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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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나리오는 인간의 심리를 바탕으로 한 철저하고 냉정한 심리과학임을 '시나리오 맛보기(저서 참고)'에서 언급한 바 있다. 이제는 초심자의 기술에서 한단계 더 나아가 주인공의 심리가 어떻게 작용되어 이야기가 만들어지고 이야기의 진행에 따라 주인공의 심리가 어떻게 변화되어 가는지를 연구해야 함은 물론 변화하는 주인공을 만들어낼 수 있어야 한다.

주인공의 심리변화는 이야기를 끌고 가는 주축이 되며 사건의 변화에 따른 주인공의 심리변화 역시 이야기를 끌고 가는 축이 된다. 때문에 주인공의 심리변화와 사건(에피소드)들은 불가분의 관계로 엮여 있으며 그 두 가지가 공존하여 이야기를 진행시켜 가게 되는 것이다.

이야기 발상의 패러다임을 다양한 상황으로 바꾸어가며 어떤 사건과 주인공의 어떤 심리변화가 더 탄력적으로 움직일 수 있고 호감을 얻게 만드는지를 잘 관찰하도록 한다. 시나리오를 쓰기 전에 우선은 이야기 만들기에 주력한다. 쓰고자 하는 이야기를 하나씩 정리해 보도록 한다. 어떤 이야기인지 길게 적을 필요도 없다. 한두문장쯤으로 표현할 수 있으면 된다.

그것이 가능해지면 요약된 내용에 따라 스토리 라인을 구성해 보도록 한다. 그렇게 다양한 이야기를 구성하다 보면 그 중에 더 애착이 가거나 남들이 재미있어 하는 이야기가 있을 것이다. 그 다음에는 같은 컨셉의 이야기라도 장르를 달리하여 서로 다른 각도의 이야기를 만들어보도록 한다. 자신이 만들어낸 컨셉에 아주 잘 어울리는 장르를 발견하게 되고 적합한 장르에 맞춰 컨셉을 발전시켜 나가는 이야기 구성도 가능하게 된다. 매력적인 이야기의 컨셉과 스토리를 어떻게 만들어 나가야 할까?

# 이야기의 목적
 

어떤 이야기든 하려고 할 때는 그 이야기의 목적이 있어야 한다. 특히 예술이라는 범주에 넣어 작품을 만들고 싶다면 필수적인 것이다. 과연 이 이야기를 왜 만드는가? 무엇을 보여줄 것인가? 가치는 무엇인가? 등을 한번쯤 심각하게 고려해야 한다.

그렇다고 해서 거창하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 이야기의 목적은 크게는 위안과 오락성에 있다고 할 것이다. 이야기의 내용에 따라 사랑, 교훈, 고발, 재미, 감동, 공포 등등이 담기게 되는 것이다. 짧은 콩트에도 콩트가 주는 이야기의 재미가 있듯이 2시간 내외로 진행되는 영화에 목적이 없다면 관객은 둘째치더라도 쓰는 작가가 흥이 안날 것이다.

이야기의 목적은 또한 그 이야기의 테마가 되기도 한다. 이야기의 테마가 설정된다는 것은 곧 자연스럽게 장르로 이어지고 장르의 설정은 어떤 이야기에 어떤 에피소드들을 만들어야 할지를 결정하게 만든다. 그래서 이야기의 목적은 사건(에피소드)들을 만들기 위한 기초작업이기도 하다.
사건과 사건들이 맞물려 진행되면서 전체적으로 이야기의 목적을 달성하게 되는 것이다.

'오아시스'에서의 이야기의 목적은 공주와 종두의 슬프지만 아름다운 '사랑'이다. 영화 전반에 걸쳐 이야기는 종두와 공주라는 인물을 통해 이야기를 전개해 나간다.

뺑소니 교통사고를 낸 형을 대신하여 교도소에서 형을 살고 막 출소한 종두. 약간은 모자란 듯한 종두를 버려두고 연락처조차 남기지 않고 그 사이 이사를 가버린 가족들. 겨우 가족들을 찾아가지만 가족들은 종두에게 귀찮은 내색을 숨기지도 않는다. 장애인 동생을 이용하여 장애자용 아파트를 분양받은 공주의 오빠. 그럼에도 장애자인 동생 공주를 낡은 아파트에 남겨두고 새 아파트로 이사를 간다. 그렇게 가족들에게 반김의 대상이 아닌 종두와 공주가 만난다면 그들의 이야기가 어떻게 진행될까?

어느날 형이 사고를 낸 피해자의 집에 꽃바구니를 들고 찾아간 종두는 그곳에서 어쩌면 자신과 똑같은 모습의 공주를 만나게 된다. 그렇게 두 사람의 만남과 사랑은 진행된다. 물론 주변 이야기의 장애들과 맞부딪히면서 갈등과 해소를 반복하게 된다. 갈등이 반복되면 관객은 끝가지 긴장을 놓지 않는다. 이런 경우 마지막엔 그 긴장을 풀어줄 수 있는 이야기의 구성이 되는 것이 좋다. 그렇지 못할 경우 관객은 극장문을 나와서도 답답함을 면치 못해 영화의 오락성을 얻지 못할 수도 있다.


# 주인공의 목적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주인공의 목적 또한 설정을 해야 한다. 주인공의 목적은 이야기 전체에 흐르는 하나의 큰 것이 될 수도 있고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상황의 변화에 따라 주인공의 목적이 바뀔 수도 있다. 하지만 큰 목적은 바뀌지 않는다. 주인공의 목적이 이야기의 겉으로 드러나든 안드러나든 이야기의 목적에 따른 주인공의 목적은 보다 구체적이고 현실적(영화상에서의 현실)이다.

주인공의 목적은 주인공의 심리상태와 변화에 따라 움직인다. 사건에 의한 주인공의 변화역시 철저한 주인공의 내면의식의 변화로부터 이뤄져야 한다. 사건과 맞물리면서 주인공의 심리적 갈등과 변화가 첨예하게 진행될수록 주인공의 목적은 강해진다. 그렇게 되면 사건이 아니라 주인공에 의해 이야기가 주도될 수도 있다. 이처럼 사건과 인물은 불가분의 관계를 지닌다.

'오아시스'의 종두가 처음엔 어떤 사건에 의해 공주를 만나게 되지만 그 둘의 사이가 가까워지면 질수록 이야기는 점점 종두에 의해 진행되어지는 것과 같다. 처음엔 종두와 공주의 의지가 아니었던 것에서 이야기가 출발하여 둘의 관계가 밀착 되면서는 그들이 이야기를 끌고 나가는 중심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즉, 주인공의 심리적 변화에 의해 주인공의 목적이 형성된다. 공주를 만나야 한다거나 데이트를 한다거나 사랑을 하고 싶다거나 하는 것 등의 목적이다.


# 아이러니적 요소
 

팽팽한 아이러니 구조의 설정이 필요하다. '닭이 먼저인가, 달걀이 먼저인가?'라는 논제 앞에 그 누구도 답을 하긴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작가는 닭이 먼저라면 그에 따른 상황들을 설정해 놓고 닭이 먼저임을 설득 시키던가 아니라면 그 반대의 상황들을 통해 달걀이 먼저임을 설득시킬 것이다. 둘다 아니라면 이야기를 보여주고 관객에게 그 결정을 내리도록 할 수도 있다. 아이러니적 요소가 강하고 팽팽할수록 긴장과 이야기 진행은 힘을 발휘하게 된다.

'오아시스'에서의 아이러니는 종두와 공주도 사랑을 할 수 있는 인물임에도 그들의 사랑을 누구도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에 있다. 그래서 종두와 공주의 사랑은 쉽지만은 않다. 사랑이라는 것이 당연함에도 외부로부터 들어오는 압력은 그들을 가해자와 피해자로 양분시켜 놓는다.

종두와 공주가 평범한 사람들의 사랑이었다면 그들을 사랑을 방해하는 장애요소는 다른 설정으로 바뀌었을 것이다. '오아시스'에서의 사랑은 그들이 가족들로부터 소외되고 정작 사랑을 찾아감에도 가족들은 이를 인정하지 않는다. 그저 가해자와 피해자의 관계만을 인정하고 그 이상의 생각은 하지 않는다. 어쩌면 종두와 공주를 제외한 다른 사람들의 시각이 더 삐뚤어지고 뒤틀려 있음을 역설한 이야기다.

이러한 설정들로 인해 이야기의 목적은 다양성을 지닌다. 다양성을 지닌다는 것은 단편적이지만 복합성을 띠며 단순한 이야기같지만 깊이를 만들어내는 것이 바로 이런 설정들의 요소들이다.

'중독'은 같은 시각에 사고를 당한 형, 호진의 영혼이 동생 대진의 몸으로 들어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이다. 결혼한 형과 아직 미혼인 시동생의 영혼이 바뀜으로 인해 은수는 혼란을 겪게 된다. 시동생의 육체가 남편의 영혼을 지니고 있다는 것이 중심 아이러니의 출발이다. 아내는 과연 시동생을 남편으로 인정할 것인가, 아닌가? 은수의 갈등은 심화되고 남편으로 인정하게 된다. 영화의 마지막은 또다른 반전을 보여주기도 한다.

대중적인 아이러니적 요소들은 골이 깊거나 격이 높을수록 이야기의 재미도 상승된다.

'집으로'는 손자에게 다가가고 싶은 할머니와 할머니가 무조건 싫은 손자의 만남과 동거라는 상황 설정이 아이러니적 요소로 작용한다.

'쉬리'에서는 자신이 제거해야할 적과의 사랑이라는 설정이, '2009 로스트메모리즈'는 뒤바뀐 역사를 다시 쓰려는 사람들과 이를 저지하려는 사람들과의 액션이라는 설정이, '결혼은 미친 짓이다'에서는 결혼을 통한 경제적인 안정과 진정한 사랑 사이에서 이중적인 생활을 선택한 상황이 아이러니적 요소로 작용한다고 볼 수 있다.


# 관객의 감정이입 혹은 동화
 

이야기가 진행되거나 영상의 변화가 생기면 관객의 마음과 생각도 따라서 움직이게 된다. 이때 관객보다 앞서가기는 해야 하나 너무 앞서가 관객이 이해할 수 없을 정도이면 안된다. 그렇다고 관객과 같은 수준에 머물러 있으면 관객은 그 영화에 흥미를 잃게 된다.

영화는 관객과의 호흡이 중요하다. 주인공의 심리나 이야기에 관객이 빨리 동화되고 이야기가 끝날때까지 긴장을 늦추지 않고 몰입해서 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다시말해 주인공의 마음이 움직이면 관객의 심정변화도 주인공처럼 되어 있어야 한다. 이때의 원칙은 극적인 동기가 필요하고 꼭 있어야 한다. 뜬금없이 벌어지고 주인공이 이유없이 움직이면 관객은 절대 동화되지도 이야기가 끝날 때까지 기다려 주지도 않는다.

다른 장면의 이야기로 넘어가더라도 장면과 장면의 교묘한 연결 즉, 실핏줄같은 플롯을 잘 형성하여 감정의 흐름과 맥을 놓치지 않도록 해야한다. 관객과의 감정 호흡을 맞출 수 있도록 리듬감 있는 이야기를 만들어내야 한다.

음악처럼 이야기에도 리듬이 있다. 긴장이 지속되면 짜증이 나고 너무 풀어져 있으면 지루하거나 산만해 관객도 감정 몰입이 잘되지 않는다. 긴장과 이완의 적절한 조절를 통해 관객과의 감정적인 조화를 이루며 영화가 진행되어야 한다.

때문에 이야기의 시작이 여기저기서 산발적으로 시작되면 관객은 무슨 이야기인가 혼란스러워 하고 이야기의 흐름을 빨리 잡고 싶어함에도 어떤 줄기가 이야기의 흐름인지 몰라 시작부터 불만스런 표정을 보이게 될 것이다.

이때는 이야기의 주축을 중심으로 영화시작 5분이내에 관객이 어떤 영화인지를 가늠하고 되도록 빨리 주인공에 감정이입이 될 수 있도록 시나리오를 구성해야만 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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