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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2강 ; 경험과 아는 이야기를 가공해라 ::


copyright ⓒ 2002 양수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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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작을 써야겠다는 각오는 좋지만 처음부터 무리하게 욕심을 내지 않도록 한다. 부담감이 커 이야기 진행은 더디거나 아니면 어디서 본듯한 멋진 장면들을 모아 놓기 쉽다. 두뇌의 표면에 있는 이야기가 아니라 개인의 내면 깊숙이 들어갈 수 있을 때 좋은 작품을 쓸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이야기 만드는 단계를 거쳐 라스트 장면에 이르는 완성작을 쓰다보면 어느새 걸작을 써낼 기술들을 풍요롭게 터득하게 될 것이다.

우리가 어떤 이야기를 전해 들을 때는 그것이 실제의 이야기일 수도 있고 만들어낸 이야기일 수도 있다. 그런 이야기들은 사람의 입을 통해 오랜 세월 전수되면서 윤색되거나 각색되기도 한다. 오랜 세월 전해진 이야기는 그래서 완벽한 이야기 구조를 지니고 있다. 만약, 지금 어떤 이야기를 떠올렸다면 그것이 보다 완벽한 이야기 구조로 형성되기 위해서는 머릿속에서 좀더 오랜 시간 머물러야 할 것이다.

자연그대로의 원석을 가공이나 세공을 통해 아름다운 보석으로 변신시켜 놓듯이 이야기 역시 가공과 세공이 절실히 필요한 원석이다. 처음 글을 쓰고자 하는 사람들은 분명 직접이든 간접이든 자신이 경험한 이야기를 써보기로 잠정 결정을 할 것이다. 자신의 경험 혹은 외부로부터 들어온 아이템을 가지고 가공을 시작해 보도록 한다. 원석 그대로 방치해서는 작품은커녕 별볼일 없는 아이템으로 전락하기 쉽상이다.

영화를 예술중에서도 종합예술로 분류하는 것은 그것이 많은 상징들과 사상 그리고 은유를 담고 있으면서도 다양한 단계를 필수적으로 거쳐야만 완성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원석의 단편이 아니라 원석안에 담긴 찬란한 빛을 꺼낼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생각이나 경험들이 이야기적인 소재로 걸러지고 그곳에 예술의 요소가 자리하게 되는 것이다.

# 본인의 이야기
 

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본인의 경험일 경우 오류나 아이러니에 빠지기 쉽다. 자신의 경험에만 미루어 이야기를 꾸민다면 자칫 타인에게는 지루한 이야기가 되기 쉽상이다. 본인은 직접 체험을 했기에 말이나 영상으로 자세하게 표현하지 않아도 감정이입이 잘 된 상황이라 어떤 느낌이라도 쉽게 전달받는다. 하지만 제3자의 경우라면 그 이야기가 실제로 있었던 이야기이고 정말 감동적인 이야기일지라도 무감각하게 넘어가는 수가 많다.

본인의 경험담이기 때문에 자칫 혼자만의 감동이나 이야기의 과잉으로 치우쳐 늘어질 우려도 있다. 이런 경우 과감하게 이야기 구조에 맞춰 각자의 경험을 가공하거나 본격적인 세공 작업을 거쳐야만 한다.

혹은 본인의 머릿속에만 이야기가 전부 있고 겉으로 표현이 안될 수도 있다. 보통은 작가의 감정이 넘쳐 표현하지 않았음에도 자신은 다 보여주었다고 착각하는 경우다. 본인의 이야기일 경우 보다 냉정한 분석과 영화적 스토리 구조를 만드는 데에 주력해야 할 것이다.


# 타인에게 들은 이야기
 

이야기를 전해 들을 때에는 이야기속의 주인공 내면보다는 표면적인 사건만을 듣게 되는 경우가 많다. 제3자의 입장에서 이런 일이 있었다더라, 하는 식으로 한발 뒤로 물러나 전하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 대부분이 이야기의 표면만 전달되고 인물들의 내면은 잘 전달되지 않는 게 보통이다.

이때에는 표면적인 이야기에 밑그림을 작가적 입장에서 이야기를 꾸미거나 나름대로 그럴 수밖에 없는 인물들의 내면변화를 살려줌으로써 이야기를 완성하게 된다. 결과론적인 이야기에 심층적인 이야기를 첨가함으로써 얄팍한 표피속에 내용물을 풍성하게 채우게 되는 것이다. 이야기의 리얼리티가 보다 확실하게 살아날 것이다.


# 매스컴에 회자가 된 사건 혹은 이야기
 

이미 대중적으로 알려진 이야기나 사건의 경우는 작가에게 아이템으로 작용되기도 하고 혹은 타인에게 들은 이야기와 같이 작용되기도 한다. 발상만을 하고 실제와는 전혀 다른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도 있다. 하지만 실제로 있었던 일일 경우는 어느 부분까지 실화를 차용하고 어느 부분에서 픽션을 가미할 것인지를 정해야 한다. 실제의 이야기는 그대로 두더라도 그 이면의 작가적 시각으로 이야기를 풀어가고 싶다면 또한 그렇게 이야기를 꾸며도 된다.

물론 영화란 다큐멘터리 식으로 사실 그대로를 담을 수도 있지만 가공된 이야기라는 것을 잊지 말도록 한다. 실화라는 사실 때문에 이야기 가공에 실패하는 수가 있기 때문이다. 실화를 그대로 담는다하더라도 이야기적인 요소의 첨가를 잊어서는 안된다.


# 역사 및 기록속의 이야기
 

역사나 기록 속에서 일부 혹은 전반을 차용해 오는 이야기의 소재도 있다. 역사성이라는 것 때문에 이야기 만들기가 자유롭지 못할 수도 있다.

당시의 정치적, 사회적 배경과 사상, 생활습관, 의상 등등에 대한 역사적인 고증이 필요할 수도 있고 누구나 다 아는 역사적인 사실을 허무맹랑하게 비틀어버린다면 역사를 아는 관객에겐 외면을 당할 수밖에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역사라는 중압감에 갇힌다면 좋은 이야기 구조가 나오기란 어렵다. 역사와 냉철한 작가적 이데올로기가 융합되었을 때 또다른 이야기가 나올 수 있다. 실화에는 리얼리티가 없고 중량감만 크다. 특히나 그것이 공개된 실화일 경우는 더욱 그렇다. 실화의 중량감에서 벗어나 작가의 오리지널리티를 만들어 낼 수 있을 때 실화를 이야기로 만들어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게임만 하면 이겼기에 오히려 지는 것이 화제가 되었던 조선말 'YMCA 야구단' 이야기나 역사적인 사건의 시점으로 돌아가 반역의 역사를 쓰지 못하게 한다는 '2009 로스트메모리즈'는 역사적 사실을 일부 차용하여 작가적 상상력이 덧붙여진 영화의 예다.

역사적 인물이었던 화백 장승업의 생을 그린 '취화선'이나 링에서 쓰러진 비운의 복서 김득구의 생을 그린 '챔피언' 역시 역사나 기록속에서 따온 이야기의 좋은 예라 하겠다.


# 영화의 또다른 이야기, 패러디
 

우선 이 경우는 영화를 많이 본 사람만이 가능하다. 영화를 본 편수가 많을수록 남들에 비해 기억하는 내용이 많을수록 패러디 영화를 만들어내는 데 있어 장점을 선취득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주의할 점은 남의 영화를 조합하는 것에만 취미를 붙여 작가의 독창적인 작품을 완성하는 일에 게을리 하지 말라는 것이다. 모방은 글쓰기의 좋은 본보기나 훈련을 삼을 수는 있으나 그 한계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남의 뒷북만 치는 무능한 작품을 남기게 될 것이다.

글을 쓰겠다고 하면서도 자신의 독창적인 생각보다는 이미 나와 있는 이야기에 빠져 새롭고 독창적인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것을 어려워하게 될 지도 모른다. 그런 위험에만 빠지지 않을 수 있다면 패러디 영화를 만들어보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다. 매력적인 영상장면과 다수의 관객이 좋아하는 영화적 코드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이것은 영화 시나리오를 쓰는 작가에게 있어 아주 중요한 요소다. 나를 알고 관객을 알면 보다 많은 관객이 찾을 수 있는 영화의 재미를 스스로 발견해낼 수 있을 것이니 말이다.

흥행하는 한국영화가 생겨나면서 흥행영화의 명장면들을 패러디해 '재밌는 영화'가 만들어졌다.
'재밌는 영화'는 장면들의 패러디뿐 아니라 스토리 역시 '쉬리'를 패러디하여 신선감이 떨어지는 경향이 있었다. 패러디의 경우, 보통 기존 장면을 차용해 더욱 익살스럽게 표현해 재미를 추구하면서도 스토리만은 또다른 이야기가 나와주었을 때 그 재미를 더하게 된다. 이야기의 기발함이 또하나의 재미 요소로 등장하기 때문이다.

또하나의 패러디 영화는 모바일 전용 영화로 만들어진 '마이 굿 파트너'가 있다. 이 영화는 기존의 영화뿐 아니라 CF, 사회이슈 등을 엮어 새로운 이야기를 축으로 지닌 패러디다. 미스미디어의 발전과 더불어 영상매체를 활용하는 방법이 다양해지면서 다양한 방식의 영화형식이 탄생하게 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 상상 속의 이야기
 

작가가 순간적인 발상을 통해 하나의 메시지가 담긴 장편의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 있고 그 표현방법을 자유자재로 구사할 수 있게 된다면 이때부터 스스로를 작가라 인정해도 좋을 것이다. 물론 남이 인정해준다면 더욱 좋고.

대부분의 예술 창작물들은 작가의 작은 발상에서 시작되어 가지를 쳐나가는 나무와 같다. 뿌리작은 씨앗에서 뿌리를 내리고 줄기가 자라 가지를 뻗게 되고 잎과 꽃 그리고 열매를 맺는다. 열매란 결국 작가에겐 작품이 될 것이다. 이쯤되면 작가는 이제 어떻게 이야기를 만들어내야하는 것에 고민하지 않는다. 주변의 모든 것이 이야기의 소재가 되고 작가의 자유로운 상상력으로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 있게 되는 단계이기 때문이다. 주의해야할 것은 상상으로 만들어낼 이야기일수록 영화적인 리얼리티의 형성에 주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게임과 현실을 오가며 이야기가 진행되는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이나 주인공 인물들이 과거속 악몽과 조우하게 되는 판타지 영화 'R U Ready?' 등은 현실적으로는 실제하지 않는 것들이지만 판타지적인 요소를 첨가하여 하나의 이야기로 완성한 영화다. 그렇다고 이런 SF 영화만이 상상으로 이뤄지는 건 아니다. 현실과 너무나 닮은 영화라 하더라도 그 근간은 작가적인 상상을 기초로 한다. 이야기 발상의 기초를 분류할 수는 있지만 그 다음으로의 이야기 전이가 이뤄진다면 분명 거기에는 이야기의 윤색, 각색이라는 가공의 요소가 따라붙기 때문이다.

다큐멘터리가 아닌이상 예술이란 기본적으로 작가의 상상력을 먹고 자라는 결과물이라는 것을 염두에 두기 바란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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