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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4강 ; 시나리오 구성의 겉과 속 ::


copyright ⓒ 2002 양수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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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나리오에는 표면적으로 드러나 있는 겉모습과 숨어있는 속모습이 동시에 존재한다. 여기서는 이를 시나리오의 이중성이라 표현하기로 한다. 모든 것은 이중성 혹은 양면성을 지닌다.

사람도 겉모습인 외모가 있고 속모습인 마음이 공존한다. 이때 외모인 외형만을 그린다면 그저 마네킹에 불과하다. 실제로 살아있는 사람을 표현하고자 한다면 우선 그 사람의 마음을 깊숙이 알아야 한다. 마음이 외모를 통해 드러날 때 살아있는 인간이 되는 것처럼 좋은 시나리오 역시 그렇다.

모양만 시나리오인지 작품이 되는 시나리오인지는 그 시나리오의 이중성이 잘 형성되어 있는지 아닌지를 살피면 된다. 그 이중적인 상황이 또하나의 상징성을 지니고 있다면 그 시나리오는 나름대로의 가치를 지닌 시나리오가 될 것이다.

표면적으로 착실하고 성실하기만 한 이야기는 재미가 없다. 진실한 이야기라도 재미가 있으려면 다음 몇 가지 이중적 구조를 잘 이해하고 시나리오 집필에 이를 잘 활용할 줄 알아야 할 것이다. 이중적 구성요소가 잘 숙성된 시나리오야말로 좋은 작품이라 할 것이다.

# 이야기와 플롯
 

이야기는 척추요, 플롯은 핏줄이다. 이야기만 있다면 그건 그저 흔히 지나치는 이야기에 불과하다. 하지만 플롯과 만나면 다른 이야기와 차별화 되고 그 나름의 색채를 지니게 된다. 이야기의 개요는 같아도 세부 요소는 사람들의 유전인자만큼이나 다양하기 때문이다.

열 명의 사람에게 찰흙을 주었다고 하자. 그리고 만들고 싶은 것을 자유롭게 만들라고 한다면 열 명 모두가 제각각의 것을 만들어낼 것이 분명하다. 똑같은 것은 하나도 없다. 찰흙을 손에 쥔 사람의 손놀림, 목표한 형상이 다르게 표현된다.

이야기를 찰흙이라고 한다면 누구에게나 있는 건 이야기다. 이 이야기에 재미와 생명을 집어넣는 것은 작가의 몫이다. 재미와 생명감이 크고 색다르게 느껴질수록 호감도 역시 상승할 것이다. 여기에 잊어서는 안되는 것이 또하나 있다. 허구지만 납득이 되는 허구여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서부터는 아무나 할 수 있는 상황을 이미 뛰어넘게 된다.

'중독'이 빙의라는 소재를 차용한 이야기라고 한다면 이 부분은 누구나 생각하고 만들어낼 수 있는 부분이다. 예로 제23회 일본아카데미상을 수상한 일본 영화 '비밀' 역시 빙의라는 소재에서 출발하고 있으니 말이다. 형인 호진의 영혼이 동생 대진에게 들어가고 엄마의 영혼이 딸에게 들어간다는 빙의를 바탕으로 이야기가 출발한다.

어떻게 보면 모든 이야기는 평범한 발상에서 출발한다. 이미 존재하고 있는 것에서의 발견내지는 성장, 증폭이라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평범을 뛰어넘는 이야기가 탄생하기 위해서는 플롯이 짜여지게 되는데 바로 이 요소가 평범을 차별화시켜 주게 되는 주가 되는 것이다. 빙의라는 것이 이야기가 된다면 이를 소재삼아 이야기를 엮어가는 방법은 플롯에 해당한다. 이야기는 같아도 이야기의 느낌이나 색채가 다름은 바로 이 플롯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플롯이 섬세할수록 꼼꼼하고 리얼리티의 형성에 더 가까울 수 있다.


# 메인 스토리와 비하인드 스토리
 

영상으로 표현되어 이어지는 장면을 메인 스토리라 한다면 장면에는 나타나지 않지만 이야기의 진행을 가늠할 수 있는 부분이 바로 비하인드 스토리다.

다시말해 주인공이 'A'라는 장소에 등장하고 있는 장면이라도 보이지 않는 인물이나 공간, 사건들이 'B'라는 인물, 공간 혹은 사건 등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시간은 흘러간다. 주인공의 시간만 있는 것이 아니라 상대적으로 다른 인물들의 시간추이도 동시에 이뤄진다는 것이다. 주인공이 등장하지 않는 장면이라도 장면의 진행은 시간이 흐르고 있음을 암시한다.

메인 스토리와 비하인드 스토리의 시간과 사건을 빈틈없이 진행시켜 나가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시간을 되돌리거나 공간을 이동할 때, 이야기적 장치를 활용하는 것도 이런 이유이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관객은 허무맹랑한 이야기라고 등을 돌리게 된다. 이야기 자체가 허구라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논리적이지 못하거나 개연성 없는 시나리오의 진행은 그저 낙서에 불과하다.

세 남녀의 우정과 사랑을 찾아가는 방식의 '연애소설'은 남자 주인공 지환이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자신의 기억속 사랑을 찾아가는 여정이 나타나 있다. 그래서 지환의 기억속 '경희'의 현재 모습은 영화 끝부분에 가서야 겨우 등장하게 된다. 물론 영화의 시작부분에 보여지긴 하지만 여기서는 이야기 시작의 장치로만 활용된 것이어서 관객은 영화의 끝부분에 가서야 진실을 알게 된다. '경희'라는 인물이 지닌 여정상의 모든 비밀을 말이다.

지환의 시간이 흘러간 만큼 기억속 '경희'라는 인물의 시간의 흐름도 관객은 동시에 유추할 수 있게 된다. 현재 시점에서 만나는데 지환과 '경희'의 시간에 시차가 생겼다면 비하인드 스토리를 다시 만들어야 할 것이다.

'굳세어라 금순아' 역시 술값 170만원 때문에 금순이 하룻밤동안에 남편을 찾아 헤매는 이야기다.
영화의 흐름은 줄곧 금순의 시간의 보여준다. 하지만 관객은 지금, 금순의 남편이 어디에 있으며 어떤 상황으로 있는지 아는 것이다. 금순이의 시간이 메인 스토리라면 여기서는 남편의 보이지 않는 시간이 바로 비하인드 스토리가 되는 것이다.


# 외형과 내형(상징성)
 

이야기는 외형이며 플롯은 내형이다. 메인 스토리는 외형이며 비하인드 스토리는 내형이다. 주인공의 표면적 행동은 외형이며 속마음은 내형이다. 시나리오상에 드러난 이야기는 외형이며 은유나 상징, 비유된 또다른 이야기는 내형이다.

이처럼 시나리오가 지닌 모든 이중성은 외형과 내형 하나로 일축할 수 있다.

시나리오가 이처럼 외형만을 지니고 있다면 시나리오 작가는 예술가의 범주에 들지 못할 것이다. 외형을 통해 또다른 세계나 의미를 창출해낼 수 있는 시나리오야말로 우리가 드물게 만나는 예술작품인 것이다. 그렇지 못할 경우 그것은 그저 오락의 위치에 머물게 되는 것이다.

시대를 대변하는 영화가 있는가 하면 삶을 대변하는 영화가 있고 인간을 대변하는 영화도 있다.

'공동경비구역'은 경계선을 넘나든 남북한 군사의 우정이 전쟁중이라는 현실에서는 한치도 양보할 수 없는 적임을 여실히 보여준다. 우정을 나누던 남북한의 군사가 제3의 인물에게 목격되면서 그들은 서로에게 총구를 겨누게 된다. 개인으로 만났을 때는 더할나위 없이 친숙한 형, 아우 사이가 될 수 있지만 시대적 상황과 맞닥트리게 됨으로써 그순간 그들은 적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어느 개인의 우정과 사상보다는 동족상잔의 비극이 더 크게 부각된 시대적 상황을 대변한 영화다.

'취화선'은 52세에 행방불명이 될 때까지의 오원 장승업이라는 사람의 생애를 통해 예술가로서 그가 지닌 열정과 고통을 담아내고 있다. 장승업이라는 개인의 삶을 담고 있지만 이는 예술가로서의 삶이 어떤 것인지 그들의 삶을 대변하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때문에 장승업의 이야기가 세계적으로 환영받을 수 있는 영화가 된 것이다.

예술가의 삶이라는 것은 세계적으로 공통적인 요소가 존재하지만 장승업의 삶은 그의 생애와 업적을 통해 형성된 장승업만의 플롯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하나의 정통한 이야기가 하나의 정통한 상징성과 만나게 된다면 그순간 작품이 되고 예술로 남게 될 것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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