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봉 시기 : 2002, 10, 3
마케팅 포인트 : 조선 최고의 휴먼 코미디 대작
카피 : 조선의 자랑, 조선의 희망 우리가 애타게 기다리던 그들이 온다!

아침 저녁 기온이 쌀쌀한 가운데 이 몸도 이미 코가 맹맹하니 가을을 몸소 느끼고 있다. 하지만 한국영화의 가을은 쌀쌀한 기온과 바람이 아닌 후끈함으로 달아오르고 있다. 그동안 월드컵과 12월 개봉을 앞둔(반지의 제왕, 해리포터...) 헐리우드 대작들을 피해 한국 영화들이 모두 가을에 몰려 개봉하기 때문이다. 10월에만 8편, 11월에는 12편이 개봉 대기중이라 한다. 이중 먼저 10월의 포문을 연, 올가을 최고 기대작중 하나인 명필름의 [YMCA 야구단]이 개봉했다.

[YMCA 야구단]은 약 100여년 전인 1905년 조선에 처음 들어온 '베쓰뽈'이라는 신문물을 최초로 접한 곳이다. 그리고 을사조약 체결로 우울한 시대를 살던 백성들에게 희망과 위안을 안겨준 최강의 야구단으로 자리매김하기까지의 과정을 유쾌하고 따뜻하게 보여주는 휴먼코미디 영화이다. 작품성과 흥행성을 갖춘 영화를 만든다는 제작사 명필름, <해가 서쪽에서 뜬다면>의 각본과 <섬>의 조감독을 거쳐 감독 데뷔를 치르는 김현석 감독 등 제작진부터 이미 영화의 호감도를 높이고 있다. 또한 송강호와 김혜수라는 스타들을 캐스팅하여 영화의 지명도를 높였다.

[YMCA 야구단]은 최근 많이 나오는 코미디장르의 영화이지만 조폭류 코미디의 억지스런 웃음을 강요하는 영화들과는 철저히 다른 컨셉으로 갔다. 휴먼 코미디라는 장르로 자연스런 웃음과 송강호를 전면에 내세우는 마케팅으로 좀 더 질 높은 영화로 홍보하며 스포츠와 영화의 만남을 강조했다.

이런 대작(?)의 기획영화들은 대기업과의 프로 모션이 다른 영화들에 비해 쉬운 편이다. 든든한 제작사와 배급사 그리고 스타배우까지 있으니 대기업들의 문화 참여와 기업 홍보 차원에서는 많은 득이 되기 때문이다. 7월말부터 잠실 야구장에는 영화 예고편이 나갔다. 프로야구단 LG트윈스와의 프로모션으로 공동 이벤트 진행과 구단과의 자매 결연을 맺어 언론에 이슈화 시켰고 음반 프로모션으로는 최초인데, 영화 O.S.T 와는 별개로 힙합그룹 'YG 패밀리'와 영화 이미지를 차용하여 새 앨범에 영화와 동명의 곡을 만들어 수록하는 이벤트로 언론에 많이 노출 시켰다. 더욱이 개봉 이틀 전 날아온 제22회 하와이 국제영화제 개막작 선정 소식은 영화의 완성도와 기대를 한층 돋궜다.

여기에 "니들이 예매 맛을 알어?" 라는 예매 이벤트로 200만원 상당의 해외 여행 상품권과 DVD, MP 3 플레이어 등 대작다운 물량공세로 관객들을 유혹했다.

영화의 배급은 국내 양대 산맥중 하나인 CJ 엔터테인먼트의 활약으로 비교적 많은 서울, 지방 각각 46개관, 150개관이라는 개봉관을 확보해 대작의 위신을 세웠다. 하지만 이미 시네마서비스의 <가문의 영광>이 올해 최고의 흥행 영화로 자리매김할 여지로 서울 53개관이라는 강한 힘을 자랑하였고, 같은날 개봉한 <트리플 X>의 콜럼비아도 서울 57개관이라는 맞불로 서울 개봉관을 양분하여 [YMCA 야구단]의 기세를 견제하였다. 여기에 국내 3위의 배급사인 코리아 픽쳐스와 에이라인, 청어람 등 이번주 배급시장은 올해 들어 가장 치열한 한주로 전망되어 [YMCA 야구단]이 어느 정도 선전을 해줄지, 배급사의 힘이 어느 쪽으로 기울지 결과가 주목된다.

천고마비의 계절 가을이 한국영화도 살찌우게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제살 깍아 먹기라는 한국영화들의 배급시기가 연말 어떤 결과로 다가올지 자뭇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