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둑맞곤 못살아>
개봉시기 : 2002, 9, 27
마케팅 포인트 : 제대로 된 코미디 NO. 1
카피 : 소심한 가장, 잘나가는 도둑에게 태클을 걸었다!

아침 저녁 기온이 쌀쌀해지고, 농부의 손길이 바빠지는 가을 들녘은 한해의 수고스러움을 아는 듯 황금 물결을 이루며 농부의 가슴을 조금씩 농익게 한다.

자고로 추수의 계절 가을이다. 한국영화 최대의 텃밭인 추석이 지나 갔지만 추석 여파는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실로 오랜만에 느끼는 한국영화 풍년시즌이다. 박스오피스 순위 상위가 한국영화들인 가운데 이젠 올해 최고 흥행 영화 가능성까지 점쳐지고 있다. 게다가 그 뒤를 받쳐줄 한국영화들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는 가운데 중요 흥행 코드로 자리 잡힌 코미디 장르가 또 한편 개봉했다.

<도둑맞곤 못살아>는 '취미로 물건을 훔치는 엘리트(소지섭)'와 자존심 하나로 그를 막아내는 '소심한 가장(박상면)'과의 한판 대결이 주 내용이다. 이 스토리는 일본에서 일어났던 실화를 바탕으로 소설로 쓰여져 베스트셀러까지 된 소재로 탄탄한 구성력과 시나리오를 자랑한다.

우선 이 영화는 MBC방송사에서 영화사업에 전면적으로 제작 및 투자한다는 점에서 눈길을 끌고 있다. MBC는 97년 <꽃을 든 남자>로 영화계에 뛰어들었다가 본전도 못 차리고 슬그머니 사라지더니 외국 수입영화들 쪽으로 투자를 하며 선회하는 듯 했다. 그 와중 재정비하여 영상 펀드를 결성하여 투자한 <디아더스>의 성공으로 다시 자신감을 회복한 듯 제 2호 대규모의 영상 펀드를 조성하며 안정적이며 지속적인 영화계 입지를 끌어내고 있다.

그 결속물인 <도둑맞곤 못살아>는 이전의 실패를 만회하려는 듯 철저한 사전 준비를 했다고 전해진다. 2년 여 동안의 시나리오 각색 작업과 촬영 6개월 전부터 콘티작업, 헌팅 등으로 영화에 대한 열의와 전의를 불태웠다 한다.

그 다음으로 주목할 만한 것은 소지섭의 영화계 첫 데뷔라 할 수 있다. 그는 올 초 TV브라운관의 히트로 수십편의 영화 제의를 받았던 만큼 그의 첫 영화에 대한 관객들의 반응은 영화의 입지를 다시 한번 끌어 올리게 한다.
이를 증명하듯 영화사에서는 소지섭 모양의 1.5배에 달하는 밀랍 인형을 제작하여 주요 극장의 외벽에 거꾸로 매다는(영화의 한 장면) 쑈케이스를 연출해 관객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또한 마케팅을 위한 의도된 캐스팅으로 프로게이머 임요한을 까메오로 출연시키며 임요한과 일반인들이 게임을 벌이는 이벤트를 연출할 계획이다. 여기에 기본적인 선물 나눠주기 이벤트와 도둑 표어 공모 등 여러 가지 마케팅 및 이벤트 노력 흔적이 보인다.

청어람의 서울 41개라는 꾀 많은 극장수의 배급력과 투자 및 제작사의 방송지원이, 올해 한국영화 최대 화두인 이번 주와 다음주 어느 정도 선전을 할지 미지수다.

결론적으로 이 영화는 최근 한국 영화의 중심인 코미디 장르이다. 하지만 과장된 코믹 연기나 주연배우들이 망가지며 "말초"적이고 어설픈 산만한 영화와는 달리, 색다른 발상과 진지한 표정으로 컬트적인(?) 코미디를 표방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웃겨야 한다'는 부담 때문이었을까? 정말 안 웃겨도 될만한데 웃겨야 한다는 썰렁함이 영화를 조금 아쉽게 했다.

안 웃겨도 잘 클 수 있는 한국영화들이 계속, 쭈~~우욱 나왔으면 하는 바람을 덧붙여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