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마가 할퀸 자리는 아직 그대로인데 어김없이 민족 대명절인 추석이 성큼 다가와 수재민의 마음을 더욱 아프게 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영화계는 <오아시스>의 낭보로 인해 한층 활기를 띠며 다가오는 추석 극장가 전쟁을 맞이하고 있다. 헐리우드에 여름 시즌이 있다면 한국에는 추석 시즌이 있다.

헐리우드 영화의 메이저 스튜디오들은 해마다 여름시즌(통상 5월 마지막 월요일~9월 첫째주 월요일) 승리를 위해서 모든 것을 걸고 사투를 벌인다. 1년 매출의 40%이상을 벌어들이는 가장 흥행 규모가 큰 시즌이며 시장 점유율에서도 중요한 시즌이기 때문이다.

이에 버금가는 한국의 추석 시즌도(통상 추석 연휴 전주부터~연휴기간)비록 짧긴 하지만 한국영화들의 전쟁터이자 텃밭이다. 2000년에는 <공동경비구역 JSA>가 연휴 5일 동안 사상 최다 스크린 개봉관을 확보하며 전국 90만이라는 기록을 세웠고, 2001년에는 <조폭 마누라>가 연휴 6일 동안 역시 사상 최다 스크린 개봉관을 확보하며 전국 144만 이라는 기록을 세우며 한국 영화의 텃밭이라는 계보를 만들며 기록 행진을 이어갔다. 하지만 올해는 추석 연휴가 짧아 이 계보가 흔들릴 듯 하였으나 배급사들의 전략은 이를 넘어 1주 전 또는 2주 전부터 공략해 추석까지 붐을 조성하고 있다. 또한 월드컵과 여름시즌의 한국영화 부진 등 잇따른 침체를 만회 하려는 듯 굵직한 한국 영화들이 한가위 판을 기대하고 있다.

이번 추석에 개봉하는 한국영화는 <연애소설>,<성냥팔이 소녀의 재림>,<가문의 영광>그리고 한주 먼저 개봉한 <보스 상륙작전>이 있다. 올해도 역시 눈에 띠는 건 최다 개봉관 기록 갱신이다.
<보스상륙작전>이 영화 소재를 앞세워 고도의(?)마케팅 전략으로 검찰과 한나라당을 합세(?)시켜 언론에 이슈화 시키며 전국 220개라는 극장을 확보했다. 상대적으로 배우 층이 약한 <보스..>는 이로 인해 영화의 인지도를 높이는데 상당히 기여했다.

한편 약100억이라는 한국영화 사상 최대 제작비라는 이름에 걸맞지 않게 <성소냥팔이 소녀의 재림.>은 개봉 전 조금 조용한 듯 하다. 이미 인터넷상에서 여기저기 영화에 대한 찬,반 공론이 나오며 개봉 전 분위기를 위축시키는 면도 있지만, 상대적으로 경쟁작들이 예년에 비해 상당히 치열한 이유도 있을 것이다.

'가을'답게 멜로영화를 들고 나온 <연애소설>은 관객을 잡을 수 있는 주연 배우들의 스타성이 강해 다른 경쟁작들에 비해 경쟁력이 높다. 여기에 홈페이지를 각기 다른 컨셉으로 2개를 만들어 이용한 것이 이채롭다. 또한 홍보사의 이른 아침 여고 학생들의 등굣길에 시도한 마케팅은 상당히 효과적인 방법으로 보인다. 하지만 추석시즌은 멜로 영화의 약세와 경쟁작들의 거센 도전이 예상돼 어느 정도의 선전이 있을지 기대된다.

<가문의 영광>은 흔히 나오는 추석 영화중 하나라 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가장 적극적이며 공격적으로 마케팅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추석시즌 코드인 코미디가 가장 잘 가미되게 마케팅을 하며 유동근의 변신과 김정은, 정준호의 스타 마케팅 또한 놓치지 않고 있다. 여기에 현대카드와 공동 프로모션한 '한가위 대축제 선물 이벤트'는 수천 만원대의 고가 선물로 영화 홈페이지를 방문하게끔 한다. 더욱이 그 뒤에서 씨네마 써비스가 막강한 배급력을 과시하며 영화를 더욱 뒷받침 해준다.

추석 시즌은 1년에 영화 한편도 보지 않는 관객이 극장을 찾는다고 한다. 그리고 그들이 쉽게 찾는 영화는 액션이나 코미디라고 한다. 하지만 이번 시즌처럼 다양하고 재미있는 장르의 한국영화들이 계속 나온다면, 굳이 추석이 아니더라도 극장을 찾는 관객들은 늘어갈 수 있을 거라는 생각도 든다.

영화계가 한가위 맞아 푸짐하게 한상 차렸다. 우리 모두 달려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