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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동 역 : 아베 츠요시

화장실의 유래와 역사

인간의 원초적인 욕망인 배설을 해결하는 장소- 화장실. 화장실은 인류의 역사만큼이나 그 이야기거리가 깊고 풍부하다. 고대 조상들은 다른 동물과 마찬가지로 산이나 강이나 바다에서 마음대로 내키는대로 배설하면서 살았을 것이다. 농경사회로 접어들면서 사람들은 강물에 흘려보내거나, 땅에 묻어서 그냥 버리던 배설물을 논밭의 비료로 사용하게 된다.

고대 그리스 역사가 헤로도투스는 "이집트인들은 집에서 대변을 보고 집 밖에서 식사를 한다"고 적었다. 실제로 아케나턴이라는 3,000여년 전 도시유적에서는 화장실과 항아리 변기가 발견된 바 있다. 고대 그리스인들은 요강을 발명했다. 일을 보기 위해 밖으로 나간다는 게 거추장스러운 일이었긴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하지만, 요즘처럼 배설물을 위생적으로 처리하기 시작한 건 시기적으로 오래되지 않는다. 그 예를 들자면 19세기 중반무렵까지도 유럽 각 도시의 거리는 하나의 거대한 화장실이라는 인식이 널리 퍼져있을 정도였다. 당시 유럽사람들은 거리에서 볼일 보는 것을 전혀 꺼려하지 않았다. 1843년 '파리 시공보'에서는 '벌건 대낮에도 길가에 쭈그리고 앉아있는 사람을 보는 것은 그다지 희귀한 일이 아니다. 그들은 전혀 자신의 몸을 숨기거나 가리려고도 하지않는다' 라고 까지 했다. 17세기 초 최초로 출현한 하이힐도 이러한 오물투성이 길거리에서 생겨났다. 귀부인들의 치렁치렁한 드레스 끝자락에 길거리 오물들이 묻지않도록 나무 등을 다듬어서 만든 신발을 신고다녔는데, 이게 바로 하이힐의 유래라는 것이다. 하이힐의 굽높이는 거리를 뒤덮은 오물의 높이와 정확하게 비례했다고 하니, 당시의 거리가 배설물 천지였을 거라는 짐작을 가히 할 수 있겠다. 거리의 오물에 골머리를 앓던 유럽은 화장실 역사에 있어 획기적인 전기를 마련하게 된다. 1847년 영국 정부는 대하수 시설이 완성되자, 런던 시민들에게 모든 분뇨를 하수 시설에 방류해야 한다는 법령을 발표한 것이다. 그 이후 변기의 개량과 발명은 눈부실 정도였고,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는 수세식 변기가 탄생하게 된 것이다.

각 나라의 화장실 문화

화장실 문화는 각 나라의 문화에 따라 독특하게 발전해왔다. 우선 중국하면, 출입문도 없고 칸막이도 없는 열린 공중 화장실이 떠오른다. 자연스레 일을 보는 중에 쭈그려앉은 채 신문이나 잡지를 읽거나, 옆사람과 서로 안부라도 물어보면서 즐거운 담소를 나누곤 한다. 중국 사람들에게 있어 화장실은 '배설이라는 부끄럽고 지저분한 행위'를 하는 장소가 아니라, 정보 교환의 쉼터인 셈이다.

인도에서는 갠지스 강이 생활의 중심이자 성지이다. 인도 사람들은 갠지스 강에서 세수도 하고 목욕도 하며 심지어 용변을 보기도 한다. 설거지를 하기도 하며 물처럼 마시기도 하고 강가에서 태운 시체의 재를 뿌리기도 한다. 과장해서 말하면 갠지스 강 없는 생활이 거의 불가능하다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인류 문명 발상지 중 하나인 갠지스 강에서 목욕하고 수행하는 참선자들이야 그렇다치더라도, 이 강물에서 용변을 보는 사람들과 강물을 마시는 사람들이 공존한다는 데에는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우리나라 전통 화장실은 일단 '뒷간'을 떠올릴 수 있겠다. '뒤를 본다'는 순수한 우리말에서 유래한 명칭인 셈인데, 초대 국회때 어느 의원이 손을 들어 발언을 신청한 뒤에 '뒤 좀 보고 오겠다'는 말을 덧붙여 오랫동안 웃음거리가 된 적이 있을 정도다. '뒷간' 이외에도 '칙간', '정낭', '통싯간', '똥통싯간', '똥구당', '변소' 등이 화장실에 대한 명칭으로 널리 쓰였다. 우리나라 절에서는 화장실을 '해우소'라고 부른다. 이는 다솔사라는 절에서 저 멀리 산골짜기에다가 오두막 한 채를 지어놓고 '해우정'이라고 부른 데서 유래했다. '뒤를 보는 일'이 곧 '근심을 푸는 일'이라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