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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수제 시계 만들 듯, 공정 하나하나에 공을 들인 영화 <마더>
그 장인 정신의 현실적인 구현 방법을 찾는 건 프로듀서의 몫

" 프로듀서로서 제작 단에서 리스크적 요소를 모두 배제하고 싶었다. 이 프로덕션은 앞으로 이럴 기회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최고의 감독, 최고의 스탭, 최고의 연기자와 일 한 작품이기 때문에 가장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해 주고 싶었다. 그래서 아주 공들여 만든 스위스 수제 명품 시계 같은 작품을 만들고 싶었던 것이 이번 영화의 목표이자 전략이었다. 감독이 사전에 원했던 원칙은 날씨에 맞춰 찍겠다, 공간 리세팅을 전체 다 하겠다, 순서대로 찍고 싶다 등 쉽지 않은 주문들이었다. 하지만 그렇게 찍는 것이 영화적으로 맞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방법을 찾아 내고 운영을 무사히 해 가는 게 프로듀서가 할 일이다. 일례로 제천,원주,거제가 촬영지라고 치자. 제천에서 원주는 30분이 걸리고, 원주에서 거제까지는 4시간 30분이 걸린다. 이렇게 가면 쉬울 텐데 장면에서의 연기자들의 호흡상 제천에서 찍고, 거제로 갔다가 원주로 가는 거다. 하지만 프로듀서에게 영화는 예산상, 스케쥴 상의 한계를 설정해 놓고 가야 하는 게임이다. 최선만 고집하다 보면 전체 프로덕션이 어그러질 수 있다. 연기자의 감정, 태양의 고도, 날씨까지 배려하되 가장 합리적인 동선, 갑작스런 섭외 번복, 헌팅 OK 장소의 건축 변경 등 실시간으로 동시에 머리 속에 넣고 짜야 하는 변수들이었다. 답이 하나 밖에 없는 수학 문제가 아니라, 수 많은 선택의 갈래 중 가장 합리적인 대안을 찾아내야 하는 스릴과 보람이 공존하는 나날들이었다. 어려웠기 때문에 더 한컷 한컷 완성시켜 낼 때 마다 참 행복했다. 스태핑 또한 젊은 사람들을 배제하고 숙련된 분들로 갔다. 동시 녹음의 이병하 기사님, 황현규 선생님은 분장계에서, 홍경표 촬영 감독님은 촬영계에서 최고참이셨다. 정말로 장인들의 집합체, 그들이 낼 수 있는 에너지와 48년간 연기 생활 해오신 김혜자 선생님과의 조화 같은 것을 기대한 인선이었다. 그리고 그 생각은 맞았다. 우선 봉준호 감독은 절대 스탭들을 지치게 하지 않았다. 왜 다시 찍는지 명확하게 가르쳐 준다. 찍고자 하는 것에 대한 완벽한 자각과 그게 오케이 될 때까지의 집요함을 보여줬다. 김혜자 선생님은 수 십 년 간 정상이었던 분임에도 얼마나 더 자기 잠재력을 끌어낼 수 있는지, 그리고 스탭들은 자기 분야에서 최선을 다한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몸으로 보여주었다. 영화를 20년 넘게 했지만 이런 경험을 할 수 있게 해 준 감독과 배우, 스탭들에게 프로듀서로서 감사 드린다. 평생 굉장히 즐거운 기억일 거라고 생각한다. 아마 월드컵 4강 이후로 제게 가장 큰 기쁨이었던 것 같다. "

作品 : 제작| 2007 헨젤과 그레텔 2002 마들렌
프로듀서: 2008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ㅣ1998 닥터Kㅣ1997 넘버3ㅣ1996 정글 스토리

'부드럽고 아름답고 슬프게, 클래식한 느낌으로 찍고 싶었다'

"마더는 엄마와 아들을 통해, 사랑의 극단적 형태를 말하는 영화고 그러다 보니 인물의 감정을 어떻게 보여주느냐가 촬영에서 가장 중요한 점이었다. 감독이 처음에 했던 말은 <마더>를 되게 아날로그적으로 찍고 싶다, 디지털의 쨍한 느낌이 아니라 거칠더라도 부드럽고 깊이감이 살아있었으면 좋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다가 시나리오를 읽고 감독과 이야기를 해 가는 과정에서, 인물의 감정을 잘 보여주기 위해서는 클로즈업 화면들 즉 근접 촬영이 딴 영화보다 많을 수 밖에 없다는 자연스러운 결론이 났다. 그래서 제안하고 함께 선택한 게 옛날 영화에 많이 썼던 요즘엔 잘 쓰지 않는 아나모픽 렌즈다. 2.35:1을 그냥 화면을 잘라서 구현하는 수퍼 35mm 방식이 아니라, 쉽게 말해서 압축 영상인데 렌즈에서 옵티컬 적으로 필름에 압축을 하고 극장에서 그것을 피는 방식, 옛날 영화의 시네마스코프처럼 길쭉한 화면처럼 되는 거다. 특히 이번에 쓴 독일의 HAWK 렌즈는 근접촬영에도 포커스가 다 맞아지는 특이한 최단거리를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그게 인물 클로즈업에서 심리를 표현하는데 있어서 특히 눈동자라던가 여러 가지 것들에 좋지 않을까 했던 것이다. 샤프니스가 어느 정도냐면 화장터에서 저 멀리 한 점으로 걸어가고 있는 엄마의 스카프 색깔까지 화면에 보일 정도인데, 반면에 포커스 아웃 되었을 때의 깊이감은 또 굉장히 부드럽다. <마더>에 맞는 선택이었던 것 같다. 이번 영화는 헌팅을 꼼꼼하게 했다. 기본 헌팅을 제외하고 감독, 미술감독과 함께 다닌 헌팅만 3박 4일씩 다섯 차례, 작년 여름 꼬박 다 보냈다. 덕분에 90%로케이션 촬영인데도 톤이 일정하게 유지될 수 있었다. 실제 촬영 들어갔을 때는 해가 어느 시간에 어느 지점에 있고 이런 걸 이미 정확하게 알고 들어갈 수 있었으니까. 특히 단순히 공간의 미장센 적인 면만 염두에 두고 헌팅하는 게 아니라, 사진을 많이 찍어서인지 빛에 대한 이해가 머리에 들어와 있는 감독이라, 그것까지 염두에 두고 헌팅이 진행되었다. 특히 엔딩 장면은 장소가 아닌 '태양의 각도'에 관한 헌팅이라 불러도 무방할 만큼, 빛은 로케이션이 많은 이 영화에서 중요한 요소였다. 하지만 이 모든 것에도 불구하고 <마더>는 비주얼 이전에, 스토리 자체가 되게 재미있고 흥미로운, 그러면서도 가슴 아픈, 비애감이 절절히 느껴지는 훌륭한 영화다. 연출이 좋고 선생님의 연기가 단연 압권인 평생 다시 보기 힘든 영화가 되지 않을까"

作品 2008 어깨너머의 연인ㅣ눈에는 눈 이에는 이 2007 M 2005 태풍 2004 태극기 휘날리며 2003 지구를 지켜라 2002 챔피언ㅣ쓰리-메모리즈 2001 킬러들의 수다 2000 반칙왕ㅣ 시월애ㅣ순애보 1999 하우등ㅣ유령 1998 처녀들의 저녁식사

엄마의 시선을 통해 본 공간, 인물의 감정과 카메라의 앵글까지.
치밀한 계산 끝에 유기적으로 화면을 구성하는 미술

"봉준호 감독 영화의 미술은 어렵다. 뭐든지 다 말이 되어야 하고, 유기적으로 다 같이 만나서 기능을 해야 하기 때문에. <살인의 추억>도 그랬었고 영화 전체에서도 어떤 공간이 확실하게 이질적 이려면 어떤 이유를 가지고 있어야 하고 그렇지 않은 것들은 다 유기적으로 통합이 되어 있다. 그래서 보기엔 단순하지만 <살인의 추억>, <괴물>도 그렇고, <마더> 같은 영화도 그렇고. 한 동네에서 일어나는 일이긴 하지만 전국 몇 십 군데를 순회를 하면서 가장 적합하고 감독님이 영감을 받을 수 있는 공간들을 찾아서 다 연결을 시켜야 하는 작업이니까 어렵지만 의미가 있다. 오픈세트 만들 때도 헌팅한 의미를 훼손하지 않기 위해선 조화를 이뤄야 하고 그러나 세트로서 기능을 해야 하기 때문에 한치의 오차도 없이 정확하게 카메라를 돌렸을 때 그곳에 무언가가 존재해야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폐가의 경우, 길부터 닦아서 만들었는데 그 길, 계단을 올라와서 사건이 행해지는 높이의 지점, 그 옆의 골목과 집과의 관계 그런 것들이 대입고사를 보는 것 같았다. 답은 있는데 정확하게 맞춰 가야 한다고 생각하니 참 어려웠던 것 같다. 감독님이 계속 강조한 게 첫째, 관객이 '엄마'의 시선을 따라가서 그 감정에 동화되어서 영화를 볼 수 있게끔 미술이 기능할 것. 레이어가 유독 많은 것도 그 이유다. 약재상에서 길 건너 아들을 볼 때도 약재들이 몇 겹으로 걸려 있고 거기에 유리문이 있고 길이 있고 비로소 그 건너에 아들이 보인다. 면회실도 도준이가 엄마를 볼 때는 달랑 유리 한 장이지만 엄마가 도준이를 볼 때는 도준이 뒤로 수 많은 공간들이 유리로 격리된 것이 보인다. 폐가도 마찬가지로 유리창, 쇠창살, 방충망 등 몇 겹의 레이어가 살아있다. 엄마 눈에 아들이란 게 그렇게 쉽게, 단순하게 볼 수 있는 존재가 아니라 늘 어떤 걱정과 애착이 버무려져 있기 때문일 것이다. 두 번째 강조한 건, 프레임안에 들어오는 요소로서의 미술. 관객이 무엇을 언제 어떻게 볼 것인지가 그냥 독립적인 미장센보다 중요했다. 집 자체를 멋지게 디자인 한다는 것이 아니라 그 쇼트와 씬에서 필요한 것들을 모아서 정확히 구성한다는 것. 보통은 멋지게 디자인하면 되는데, 감독님은 그게 아니라 이만큼 움직여서 이걸 보고, 여기선 이걸 보고, 또 여기서 카메라가 훑으면서 또 딴 걸 보고, 다른 지점에서 이쪽을 봤을 때 뭐가 있고 이런 게 정확하다. 그것을 계산해서 만든다는 것이 결국은 그냥 디자인이 아닌 영화를 위한 디자인의 기본이 아니었나, 초심으로 돌아가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作品 : 2009 박쥐 2007 헨젤과 그레텔 2006 괴물ㅣ싸이보그지만 괜찮아 2005 달콤한 인생 2004 쓰리,몬스터-컷 2003 올드보이ㅣ살인의 추억 2002 피도 눈물도 없이ㅣ 2001 꽃섬 1999 빤스벗고 덤벼라

뽕짝과 라틴댄스. 춤추듯 흐르지만 음끼리 부딪히는, 엄마의 감정을 닮은 음악

" 음악 만들기 전에 '엄마'란 누구인가?에 대해서 생각해 보았다. 우리는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 건가. 엄마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자식이 어떻든 간에 그걸 지켜야 하는. 연약한 여자로 태어나서 그렇게 강한 어머니가 되지 않나, 그런 저런 것에 대한 내 나름의 생각 끝에 세가지 음악을 만들었다. 첫째는 어머니의 춤. 한없이 인생에 대해 생각하며 춤을 추는 곡과, 내 마음대로 안 되는 자식들 일에 대한 속상함, 그런 생각으로 또 한 곡을 만들었고, 약간 좀 슬프지만 절절함보다 모호한 어떤 진공 상태의 그런 느낌을 주는 음악으로 세 가지 컨셉의 음악을 바리에이션해서 만들었다. 장르적으로는 뽕짝 쪽에도 좀 닿아있다. 뽕짝은 굉장히 신선하다. 리듬이나 구성들은 간단하지만 부르는 사람들은 너무나도 절절하게 부른다. 특히 우리나라 사람들 정서는 조금은 자극적이어야 하는 것 같다. 음식도 자극적이어야 하듯이. 그래서 그런 쪽 음악을 어떻게 영화에 넣을 수 있을지를 고민했고 이번 작업을 처음 시작하면서 그것을 염두에 뒀다. 하지만 이걸 어떻게 바꿔 볼까 하는 생각을 하다가 춤에 관련 되었고, 그리고 엄마들이 할 수 있는 리듬을 생각하다 보니 약간 라틴댄스에 들어가는 리듬들이 와 닿았고, 거기에 좀 처량한 멜로디를 실었고. 그렇잖아도 라틴 분위기가 나는 춤곡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 도준의 테마 같은 경우에는 어떻게 보면 슬로우고고(?) 이런 리듬을 모티브로 했기 때문에 이 역시 춤곡에서 비롯되었다. 전체적으로는 엄마의 감정이 하나로 정리 안 되는 것처럼, 현대적이고 부조리한 음악을 만들고 싶었다. 그래서 음악을 들으면 구석구석 자꾸 어떤 음들끼리 부딪힌다거나 하는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엔딩 음악에서 화성을 인상주의적으로 가져가서 슬픈데 절절하기보다는 굉장히 멍한 느낌을 주는 게 그런 예다.

作品: 2007 아들ㅣ헨젤과 그레텔 2006 괴물ㅣ호로비츠를 위하여ㅣ수ㅣ그놈 목소리 날아라 허동구ㅣ1번가의 기적 2005 분홍신ㅣ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ㅣ연애의 목적 왕의 남자 2003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ㅣ장화,홍련 2002 쓰리-메모리즈ㅣ피아노 치는 대통령 2001 마리이야기ㅣ스물넷 1996 세친구ㅣ그들만의 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