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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떤 계기로 이번 영화를 찍게 되었는가.
- 원작을 읽은 프로듀서가 두 사람이다. 두 사람 모두 읽자마자 나를 떠올렸다고 한다. 아마도 이야기의 색채가 전작인 <내 마음의 풍금>과 비슷한 데가 있어서 그랬던 것 같다. 건네준 소설을 읽었는데 내 마음에도 쏙 들었다. 하지만 결정은 쉽지 않았다. 일본에서 이미 영화로 만들어진 적이 있는데다가 다른 영화를 준비하고 있는 중이기도 했다. 스타가 없는 아이들 영화에 과연 투자자가 있을까 하는 현실적인 고민도 솔직히 좀 했다.

■ 이 영화에서 가장 주안점을 둔 부분이 있다면?
- 배우다. 화려한 액션이나 스펙터클한 영화도 아니고 소설의 느낌을 자연스레 표현해내야 하는데, 그건 연기력에 기댈 수밖에 없다. 그런데 성인 연기자는 어느 정도 그들의 연기를 예측할 수가 있지만 아이들은 전혀 짐작할 수 없다. 백지 상태에서 끌어내야 하는데, 과연 얼마나 가능할지 고민이었다. 물론 요즘은 아역배우들도 스타가 있지만, 너무 알려진 얼굴보다는 순수함을 느낄 수 있는 얼굴이 더 좋다고 판단했다. 당장의 연기력보다는 가능성을 생각했고, 대사를 잘 읽는 것보다는 대화가 가능한 아이들에게 더 많은 점수를 주었다. 아이들 못지않게 노인 역을 캐스팅하는 것도 고민이었다. 아이들이 서투른 만큼 중량감 있는 연기를 보일 수 있어야 하고, 동시에 아이들 못지않게 신선한 인물이었으면 했다. 최근 건강 문제로 활동을 잠시 쉬었던 오현경 씨는 그런 면에서 적격이었다.

■ 전작 <내 마음의 풍금>을 연상하게 하는 영화이기도 하다. 비슷한 톤의 작품을 연이어 하는 데에 대한 부담은 없었는지.
- 그런 걱정이 내가 아니라 오히려 내 주위에서 했던 것 같다. 하지만 나는 그것을 반복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스타일이라고 부르는 것이 마땅할 것이다. 착한 영화를 모두가 공감할 수 있게 만드는 건 쉽지 않은 작업이다. <내 마음의 풍금>은 내 스타일에 충실한 것도 관객에게 주목 받을 수 있구나 깨닫게 해 준 영화라고나 할까. 따뜻한 감성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번 영화도 그런 사람들을 위한 영화다.

■ 영화 속 배경이 여름이라서 촬영하는 동안 제약이 적지 않았다고 들었다.
- 다들 무척 많이 고생했다. 7월 초에 크랭크 인을 했는데, 아시다시피 지난여름은 살인적인 더위였다. 그 더위 속에서 뛰고 구르는 일이 쉽지 않았다. 게다가 가을은 또 왜 그리 빨리 오던지, 영화는 대부분 여름 한낮을 배경으로 이야기가 진행되기 때문에 초여름부터 가을까지 낮이나 밤이나 톤을 맞추느라 다들 고생했다. 세트장 촬영이 거의 없는 점도 고생을 보탰다. 주요 촬영 장소가 할아버지 마당이었는데, 주택가라서 차량과 소음을 통제하는 일도 중요 과제였다.

■ 개인적으로 아끼는 장면이 있다면 어떤 장면을 꼽을 수 있나
- 이 영화는 사실상 캐릭터 영화다. 캐릭터들이 움직이고 변화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이 영화를 보는 묘미기 때문에 딱히 한 장면을 꼽기가 애매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좋아하는 장면은 할아버지와 아이들이 수박을 나눠먹는 장면이다. 마당의 잡초를 뽑고 난 후, 수박을 나눠먹으며 씨앗을 뿌리는데, 아이들과 할아버지가 처음으로 마음을 여는 날이기도 하지만 그 장면을 보고 있으면 왠지 마음이 따뜻하고 푸근해진다.

■ 이 영화를 한 마디로 설명한다면?
- 우정에 관한 영화다. 세대만의 그리고 세대를 뛰어넘는 우정. 또한 죽음을 매개로 한 성장에 관한 영화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