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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중독>의 비밀을 푸는 첫 번째 키워드는 바로 '최상류층 군관사'다. 최상류층 군관사는 일반인들은 쉽게 접근할 수 없는 폐쇄적이고도 은밀한 장소로 관객들에게 공간 그 자체만으로도 호기심을 자아낸다. 여기에 엄격한 상하관계와 위계질서로 맺어진 군관사 안에서 결코 만나지 말았어야 할 두 사람 '가흔'과 '진평'의 사랑 이야기가 더해져, 2014년 가장 치명적이고 파격적인 스캔들의 탄생을 예고한다.

두 번째 키워드는 '새장'이다. 극중 '가흔'은 유독 새를 좋아하는 인물로 묘사된다. 그녀의 집 밖이나 안에 새장이 많은 것은 물론이고, 자세히 보면 그녀의 집 자체가 하나의 새장처럼 디자인되어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에는 특별한 사연이 있다. 김지수 미술감독이 "처음 시나리오를 읽고, 감독님께 '가흔'이 새장 속에 갇힌 새처럼 느껴졌다"고 전했고, 김대우 감독이 이를 적극 반영한 것. 이러한 설정은 마치 '새장' 속에 갇힌 채 날아갈 수 없는 아름다운 새처럼,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는 비밀을 간직한 채 '우진'의 곁에 머물러 있을 수밖에 없는 '가흔'의 캐릭터를 완벽하게 설명해준다. 한번도 스스로 무언가를 욕망해본 적이 없던 '가흔'은 '진평'을 만나 진정한 첫 사랑을 느끼고 비로소 새장을 벗어나고자 하는 의지를 갖게 된다.

마지막 키워드는 '나이팅게일회'다. 듣기만 해서는 어떤 곳인지 쉽사리 상상하기 어려운 이 이름은 바로 최상류층 군관사 내 부인들의 봉사 모임명이다. '진평'의 부인 '숙진'을 필두로 꾸려진 이 모임은 사실상 자신의 남편들을 출세시키고자 하는 부인들의 처세술이 집약된 사교장이다. 남편들의 상하관계에 따라 부인들의 서열이 시시각각 변하는 것은 물론이고, 군관사 내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의 소문과 진상을 확인할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사실 부인들은 개성 강한 엘리트 여성들로 남편들을 움직이게 하는 군관사 내 숨은 권력자들이다. 이들의 보이지 않는 미묘한 신경전은 영화 중간 중간 긴장감과 함께 색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또한 당대 유행하던 서구 문화를 빠르게 향유하던 최상류층답게 이들의 복고풍 헤어스타일, 화려한 의상과 액세서리 등 패션뿐만 아니라, 주모임 장소인 미장원과 티타임 소품까지 완벽 재현해 1969년대 스타일을 보는 묘미까지 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