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 16mm, color, 20min


감독/각본/편집 : 이기호
제 작 : 이옥섭
프로듀서 : 황호설, 이주희
촬 영 : 홍영승 / 조 명 : 이성재
녹음 : P.G.M COMMUNICATION
미 술 : 민동현

배 급 : 인디스토리

⇒ 스틸사진

= <이발소> 이기호 감독과의 인터뷰 =

"단편영화는 제 인생의 보물창고랍니다."

Q : <이발소>라는 영화를 한 마디로 정의 내린다면?
A : 쉽진 않지만... 굳이 한 마디로 정의... 아니 표현한다면, 유쾌한 심리극. 이라 말 할 수 있을 것 같군요.

Q : <이발소> 영화의 소재는 어디에서 착안했나?
A : 경험담에서 나온 소재예요. 제 자신의 경험담. 실재로, 싸게 머리를 이발 할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 -한 푼이라도 더 아끼려 하던 시절(뭐 지금도 달라진 건 없지만)- 찾아간 시골의 새마을 이발소. 그 곳에서의 낯선 경험이 '이발소'라는 작품의 시나리오를 준비하게 된 바탕이 되었죠. 지금 생각해도 그 때 그 순간을 돌이키면, 혼자 피식 잘 웃어요.

Q : <이발소>의 총 제작비는 얼마나 들었으며 어떻게 제작비를 충당했는지?
A : 총 제작비는 980만원 가량. 약 1000만원이죠. 대학 졸업작품으로 학생이 마련하기엔 쉬운 돈이 아니였죠. 물론 연출자 혼자 만의 부담은 아니였습니다. 학교의 지원금 100만원 정도와 함께 작품을 한 친구들의 조비 100만원 가량. 약 200만원 남짓 되는 돈이 제작비에 큰 몫을 차지했죠. 하지만, 나머지 800만원에 가까운 돈은 연출을 맡은 저의 부담이 되었죠.
다행히 전 군 시절을 산업기능요원으로 보내면서 모아두었던 적금이 있었어요.
물론, 오로지 작품을 하는 데에만 써야지 하고 모아둔 돈은 아니였지만, 공장 생활을 하면서
한 푼, 두 푼 모았던 것이 큰 힘이 되어 주었죠.

Q : <이발소> 말하고자 했던 이야기는....
A : 제 경험담의 얘기인 지라... 제가 처음에 느꼈던 감정을 그대로 누군가에게 전해주고 싶었어요. 이발사 맘대로 깎아 준 내 머리. 도저히 맘에 들지 않았죠. 그런데, 그 이발사 아저씨가 밉다는 생각은 들지 않더라구요. 왜 일까? 조금만 버스 타고 나가면 미용실에서 8000원씩 받아가면서 전기미용기구로 슁슁 몇 분만에 남자머리 뚝딱 깎아내는 세상에, 오로지 가위 하나 만으로 자기가 만족하지 못하면 한 시간이 되든 두 시간이 되든 가위질을 하시는 그 이발사 아저씨를 도저히 미워 할 수는 없더라구요. 물론, 머리 모양이 제 맘엔 들지 않았으니 다시 찾아가진 않았죠. 후후. 하지만, 그 이발소는 아직까지 그 자리에 남아 있고. 아직 손님이 끊이지 않아요.
분명, 그 이유가 있겠죠? 서로 빗나가는 손님과 이발사. 서로에게 조금만 더 열어준다면, 함께 웃을 수 있을 꺼 라는 생각을 했었죠.

Q : 앞으로 어떤 영화를 하고 싶은가?
A : 특별히 어떤 영화를 하고 싶다라는 생각은 하지 않아요. 생각이라는 게 자꾸 변하잖아요? 아직은 이것도 해보고 싶고, 저것도 해보고 싶고, 이렇게도 해보고 싶고, 저렇게도 해보고 싶고. 그래요. 다만, 저 혼자만의 영화는 피하고 싶어요.

Q : 자신의 작품에서 가장 아쉬운 부분이 있다면?
A : 첫 작품이라 여러 아쉬움이 있지만, 그 들 중에 가장 오랫동안 머리를 감싸고 떠나지 않았던 아쉬움은 두 가지였어요. 하나는 작품의 전체 길이가 조금만 더 짧았으면 하는 것이 였고, 다른 하나는 엔딩 자막이죠. 자막 올라가는 속도가 너무 빨라서 스텝들과 도움 주신 분들에게 너무 미안해요.

Q : 다음 준비중인 작품에 간단한 소개를...
A : 해보고 싶은 것은 여러 가지 많죠. 아직은 분명하게 다음 작품으로 하겠다고 정해진 것은 없는데 아마도 둘 중에 하나가 될 것 같아요.
한가지는 'CAR WASH'라는 제목의 작품 이예요. 세차장이라는 한 정된 공간 속에서 일어나는 일상을 다룬 작품인데...경험담의 얘깁니다. 말이 좋아 일상 이였지... 그때의 강한 기억들이 아직 잊혀지지 않고 있죠.
다른 또 하나의 작품도 알고 보면 경험에서 비롯된 얘기인데... 아마 중편 정도의 이야기로 구성되어질 거예요. 3명의 무면허 남녀 젊은이들이 폼생폼사. 무면허. 음주운전. 교통사고. 조직. 양아치. 300만원. 경찰. 바다. 패싸움. 날치기. 아버지. 눈속임... 등의 여러 사건 상황 속에서 좌충우돌하다 우습지도 않게, 뜻밖에 얽혀 있던 문제들의 해결점을 찾게 된다는 내용의 작품이예요. 실제로 강릉 경포대 근처 밤길에서 사고가 났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하필 지방 조직의 차를 박았지 뭡니까? 그 때 장난 아니였거던요... 그 때 그 감성을 잊고 싶지 않더군요.

Q : 단편영화에 대한 감독의 개인적인 생각은?
(아주 주관적인, 단편영화가 무엇이라 생각하 며.. 단편영화의 힘은 어디에 있다고 보는가?)
A : 단편영화는 이렇다. 하고 딱 잘라 말하기엔 어려움이 많죠. 아마 거기에 대해 말하자면 밤을 새워 가며 얘기해도 모자를 거예요.
다만, 아주 주관적인 입장에서 말하자면, 좀 쉬워질 듯 싶네요. 아직 까진 저에게 있어, 단편영화라는 건 보물창고 같은 거예요. 스쳐지나간 기억이나 표현되지 않았던 상상력들, 그 때 그 때의 이미지들... 등의 잊어버리고 지나칠 수 있었던 것들을 잘 포장하여 보물창고에 넣어 두는 거죠. 보고 싶을 때 언제든지 꺼내어 볼 수 있는 게 너무 좋죠. 그래서 영화가 좋은 거겠죠.
함께 나누어 보는 재미도 크죠. 아무튼 제 인생의 보물창고예요.

A : 단편영화의 힘? 글쎄요. 아주 개인적인 상상력이나 이야기를 어떤 한 구속 없이 자유롭게 표현 할 수 있다라는 점이 있는데... 그것만이 다는 아니겠죠. 그러한 것을 컴컴한 극장 안에서 환한 스크린을 통해 다른 사람과 공유 할 때의 짜릿함... 잊을 수가 없죠.
더군다나 장편영화와 달리 짧은 시간 속에서 던져지는 무언가가 있죠.
그것이 무언가? 라는 질문의 답은 너무나 많죠. 충격일 수도 있고, 잔잔한 감동 일 수도 있고, 웃음일 수 도 있고... 등등. 여러 형상의 기억이 강하게 뇌리에 박히죠. 짧은 시간에 말이죠.
그것이 단편영화의 힘인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