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영화 <폰>이 예상외의 흥행 호조를 보이고 있습니다. 7월 26일 개봉하고 이제 한달이 되었는데, 200만의 관객이 이 영화를 봤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에서 만든 공포영화가 이렇게 좋은 흥행을 하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지요. 그 동안 제대로 된 공포영화가 없었던 탓 아닐까요? 이상한 기류이긴 하지만, 거부할 필요는 없는 기류입니다. 이 영화는 '놀래기식' 공포가 영화 곳곳에 잠복해있고, 나름대로 플롯에 치중한 흔적이 역력한 영화입니다. 조폭영화가 하나의 한국형 장르영화로 자리매김 한 것처럼 공포영화도 우리 영화계의 한 축으로 자리 잡았으면 좋겠습니다.

내년 여름에도 좋은 공포영화가 많이 나오겠죠?
또한 하지원, 김유미라는 두명의 영화배우가 탄생한 일도 기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 진희 학생에게

진희 학생에게 내가 편지를 쓴다는 것이 옳은 것인지 모르겠지만, 답답한 마음에 이렇게 펜을 들었어요. 아시죠? 우리 창훈씨에게는 소중한 것들이 많답니다. 창훈씨 부모님도 있고, 이쁜 딸, 진희 창훈씨에게는 모두 소중한 것들입니다. 그리고 그이의 회사, 그리고 거기서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과 가족들 모두 창훈씨가 잘못되면 불행해지는 사람들입니다. 정말 저는 괜찮습니다. 하지만 창훈씨와 관계된 사람들을 생각하면, 진희 학생이 좀 더 양보해야 할 것 같습니다. 아시잖아요. 한집안의 가장이 잘못되거나, 한 회사의 대표가 잘못되었을 때, 많은 사람들이 고통 받을 수밖에 없다는 것 진희 학생도 아시잖아요. 부탁합니다. 여러 사람을 위해 진희 학생이 양보해주세요. 우리 창훈씨를 풀어주세요. 정말 진희 학생이 우리 그이를 사랑한다면, 자유롭게 해주세요. 아니 원래 있던 곳에서 행복하게 해주세요. 진희 학생과 창훈씨가 만나선 행복이 이뤄질 수 없어요.

진희 학생은 젊고 이쁘니깐 더 멋진 남자 만날 수 있잖아요. 그리고 우리 그이 나이도 많고, 유부남이예요. 한번 더 생각해 주세요. 우리나라에서 유부남과 여고생이 만날 수 있다고 생각하세요? 그건 오산입니다. 진희 학생 어서 정신 차리세요. 지금 돈 많은 남자 따라다니면서 구걸할 상황이 아니잖아요. 열심히 공부해서 대학 가야죠. 대학에 갈 능력이 없으면, 밥벌이할 생각을 하셔야죠. 진희 학생 혼자만 생각하지 말고, 집에서 고생하시는 어머니와 밖에서 일하시는 아버지를 생각해보세요. 그럼 이런 식으로 행동하지 못할 겁니다. 저 역시 자식이 있는 입장인데, 제 자식이 진희 학생처럼 행동한다는 정말 많이 걱정될 것 같군요. 전 일을 크게 벌리고 싶지 않습니다. 현재까지는 진희 학생에 대해 저밖에 모릅니다. 더 이상 사태가 확산되기 전에 조용히 사라져 주십시오. 그게 진희 학생에게는 물론이고 많은 사람들을 좋을 겁니다. 저도 더 이상 방관하지만을 않을 것입니다. 묵인할테니, 조용히 사라져주십시오. 조용히.

2002년 7월 호정 올림

추신, 좋은 말할 때 들어! 죽여버리기 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