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학원무협영화'라는 장르는 어떻게 생각하게 되었나?
: 1997년 1월 익영영화사와 프리미어에서 주최한 시나리오 공모에 출품됐던 작품이다. 이때 내가 심사위원이었는데, 소재가 너무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물론 당선은 안됐다. 하지만 아까운 시나리오라 원작자인 서동헌에게 영화로 만들어보자고 했다.

2. <화산고>를 시작하면서 어떤 영화를 만들겠다고 생각했나?
: 어릴 적 촛불을 앞에 놓고 밀어치기 해봤나? 화산고는 바로 그거다. 우리가 한번쯤 생각은 해봤지만 실현할 수 없었던 그런 이야기이다. 하늘을 날아다니고.. 기싸움하고.. 화산고의 출발에는 단 한가지 목표밖에 없었다. 바로 '새로움'이다. 나는 엔터테인먼트의 본질은 새로움에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전혀 새로운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

3. 전작들과 비교할 때 <화산고>는 상당한 차이를 보이는데..?
: 액션이 이렇게 힘들 줄 몰랐다. 나는 '마술적 리얼리즘'이란 말을 좋아하는데, 장르는 다를지 모르지만 현실에선 일어날수 없는 일들이 꿈이든, 환상이든 일어난다. 박봉곤 가출사건도 아이의 상상력으로 재구성한 영화인데, 소재만 놓고 이 영화를 리얼리즘적인 잣대로 이해해서 섭섭했다. 화산고도 장르가 액션일 뿐 스토리나 구성은 상상력으로 가득한 영화다. 학생과 교사의 이야기가 주를 이루지만 그것을 현재의 교육 현실에 대한 비판적인 의미로 볼 수 없다.

4. 세 작품 모두 '상상력'이 돋보이는 영화라는 공통점을 가졌는데, 이런 영화를 특별히 선호하는 이유는? 만화책을 좋아해서 그런가? 심각한 것 보다는 쉽고 따뜻하고 편안한걸 선호한다.

5. 결국엔 모든게 '사비망록' 때문에 일어난 일인데, 궁극적으로 말하고 싶었던 '사비망록'이란 무엇인가?
: 학교를 다루다 보니 교육에 대해서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텅 빈 상자 하나를 설정해 놓고 빈 그룻에 무엇을 담을 것인지 화두를 던진 것이다. 교장은 아무것도 채우지 않고 아이들에게 맡겨야 한다, 교감은 아이들에게 올바른 지침을 채워줘야 한다는 것인데.. 나도 잘 모르겠다. 정답은 없다.

6. 시대적 배경을 모호하게 설정한데는 특별한 이유는 있는가?
: 화산고는 그냥 '때는 화산108년'이라고 하면서 시작하는데, 무협지를 보면 시대적 배경이 나타나지 않는다. 하지만 어딘가에 있을듯한 곳이다. 거듭 강조하지만 화산고는 현실에서는 일어날수 없는 일이다. 판타지한 얘기를 아예 시공간도 불분명하게 설정해 더욱 강조하자고 생각했다. 밤 촬영과 셋트 촬영이 유난히 많았는데, 그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배경이 현실이 아닌데, 화면 저쪽에 차가 다니고 빌딩이 보이고 이러면 이상하지 않겠는가?

7. 11개월 촬영이라니.. 진기록이다. 왜 이렇게 촬영이 오래 걸렸나?
: 그점에서는 스탭들에게 참 미안하다. 나도 그렇게 오래 걸릴 줄은 몰랐다. 와이어촬영이 그렇게 오래 걸릴 줄도 몰랐고.. 조금만 더 하면 될 것 같은데, 어떻게 오래 찍었다고 거기서 끝내겠는가? 처음 해봐서 그런거라고 생각한다. 지금 다시 찍으라면 50%는 빨리 찍을 수 있다. (하지만 누군가는 했어야 되는 일이다. 홍콩팀을 데려다 찍었으면 빨리 찍을 수 있었지 않았겠냐고 말하는 사람도 있는데, 자꾸 해외 기술에 의존하면 어떻게 하겠느냐. 나는 우리 기술로 이렇게 만든 것도 놀라운 일이라고 생각하고, 앞으로 와이어를 찍는 사람은 훨씬 더 편하게, 빨리 찍을 수 있는 노하우가 생겼다고 생각한다.)

8. 와이어액션을 하게 된 이유는? 액션도 새로운 걸 해보고 싶었다. 머리속으로 그려지는 그림을 실현해 내는데 현재로서는 와이어 밖에 방법이 없었다.

9. 100% 디지털 작업으로 주목을 받고 있는데, 디지털 작업을 선택하게 된 이유는?
: 색보정 작업을 말하는건데, 처음 화산고의 색깔을 떠올리면서 벽돌을 생각했다. 학교가 배경이고 그렇다면 벽돌 색깔을 예쁘게 뽑아내고 싶었다. 영국 벽돌 이쁘지 않은가? 하지만 빛이 다르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서는 그런 색이 절대 나오지 않는다. 디지털이 참 편리하더라. 전체 컬러를 컨트롤할 수도 있고. 때로는 디지털이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매력적으로 만들어 줄때도 있는 것 같다.

10. 자막, 분할편집, 성우 나레이션 등의 효과를 사용한 이유는?
: 형식에 있어서도 새로운 시도를 하고 싶었다. 자막, 나레이션 같은 방법은 표현방식을 넓혀준다. 분할은 만화와 영화의 가장 다른 점이다. 영화는 동시상영이 없다. '한편 이쪽에서는' 이렇게 액션 상황을 동시에 보여주고 싶은데, 이 상황에서 다른 사람의 표정은 어떨까 너무 궁금한데.. 그런 생각으로 만화에서 차용했다.

11. 신인배우들과 작업을 했는데, 60억원의 제작비를 생각할 때 위험한 선택이 아니었 을까 싶다. 왜 신인배우들을 선택했나?
: 60억원 영화를 지명도가 없는 배우들과 한다는게 있을 수도 없는 일이다. 이건 헐리웃에서도 하지 않는 일이다. 블록버스터에 신인을 쓰다니. 제작자들이 어떻게 이렇게 무모한 일에 돈을 줬는지 모르겠다. (웃음) 캐릭터가 살아있는 영화이기 때문에 이미지가 고착된 인지도 있는 배우들보다는 신인이 더 신선할거라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신인들이 아니었으면 이 고된 촬영을 어떻게 견뎠을까 싶기도 하다. 화산고는 한국영화의 에너지 속에서 탄생한 영화라고 생각한다. 블록버스터에 신인을 쓰는 모험. 나는 한국 영화가 바로 이러한 모험 때문에 성공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12. 같이 작업한 배우들을 평가한다면?
: 혁... 열정. 지독한 성실함. 진지함. 곰처럼 미련할 만큼 온몸을 던져서 작업을 했다. 언젠간 될 놈이다. 민아... 나이에 비해 대단한 카리스마를 가졌다. 첫 촬영날 민아에게 내가 졌다. 피아노줄을 매달고 35테이크를 가고 다섯시간을 화장실에도 못가고 매달려있었다. 그런데 군소리 하나 안하더라. 독하구나 생각했다. 수로... 수로는 이제 연기의 맛까지 알아간다. 액션배우로서 체격조건이 너무 좋다. 준비된 액션배우다. 상우... 상우가 내년엔 스타다. 얼굴도 좋고 신체적 조건도 좋고 발성도 좋아지고 있고.

13. 아직도 <화산고>를 어떤 영화라고 단정지을 수 없다. 스스로 <화산고>를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뭐라고 하겠는가?
: ....... 재밌는 영화지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