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동건 “할리우드에서 새롭게 나를 증명하는 게 가장 큰 도전”

영화 <워리어스 웨이>로 할리우드에 진출하게 된 배우 장동건이 할리우드에 진출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으로 자신을 새롭게 증명해야 한다는 점이라고 꼽았다.

장동건은 22일 오후 서울 삼성동 코엑스 메가박스에서 열린 영화 <워리어스 웨이> 언론시사회 및 기자간담회에서 “처음으로 영어로 연기를 하게 됐다. 언어적인 면을 큰 도전이라고 많이들 생각을 하는데 아니다”면서 “이전에 중국과 일본에서 작업할 때는 그래도 나에 대한 정보를 가지고 있던 스태프들과 작업을 했던데 비해 이번에는 현장에 있는 스태프와 배우들에게 나를 다시 증명해야 하는 점이 새로운 과제였고 가장 큰 도전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배우의 도전이란 게 굉장히 간단하다”면서 “관객과 만나는 지점이 스크린에서 연기가 보여질 때 캐릭터의 감정이 어떻게 전달되느냐에 있다. 그 점에서 새로운 것은 없었다”고 덧붙였다.

그는 앞서 일본에서 <2009 로스트메모리즈>(2002)를, 2006년 중국에서 <무극>(2006)을 각각 촬영한 바 있다. 그는 이번에 처음으로 영어는 물론 할리우드 배우와 스태프와 촬영을 소화했다.

그는 “촬영하면서 굉장히 편리했다. 배우의 몸상태를 체크해주는 시스템이라든가 카메라 앞에서 연기에만 집중할 수 있는 시스템 등이 편리해서 굉장히 좋았다”며 “아직까지는 서양에서 동양배우는 무술만, 액션만 잘 하는 배우라는 인식이 강한데, 미국에서 한국배우들이 액션도 잘 하지만 연기도 잘한다는 인식을 심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말했다.

영화에서 감정기복이 적은 무사 역을 연기한 그는 “처음에는 한 가지 표정만 지우면 되겠다 싶어 쉽게 생각했다가 막상 연기하면서 굉장히 어렵고 답답함을 많이 느꼈다”며, 또 아기랑 연기하면서 “촬영하기 전에 전문기관에 가서 기저귀 가는 법과 안는 법 등을 배웠는데 영화 찍으면서도 그랬지만 지금 현실에서 득이 되고 있는 것 같다”고 웃었다.

한편, 극중 여주인공인 케이트 보즈워스와의 키스신에 대한 아내 고소영의 반응을 묻는 질문에 그는 “이미 예고편을 통해 봤다. 아내도 배우라는 직업을 갖고 사는 사람이기 때문에 흔쾌히 재밌게 받아들여줬다”며 “재미있었는데 다만 내가 맡은 캐릭터가 적극적으로 감정을 표현하는 캐릭터가 아니라 케이트의 리드에 의해서 키스신을 찍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며 아쉬움을 살짝 드러냈다.

각본과 연출을 맡은 이승무 감독은 “이 영화가 우화적인 느낌을 갖고 있기 때문에 그 세계를 만드는 게 가장 어려웠다”면서 “아주 만화적일 수도 없었고 어느 정도의 드라마를 받아들일 수 있는 현실적이면서도 판타지 세계였기 때문에 그 세계를 어떻게 전해줄 수 있을까에 고심했다”고 말했다.

제작비만 무려 5천200만 달러가 투입된 <워리어스 웨이>는 <반지의 제왕><매트릭스> 등을 제작한 할리우드 제작자 배리 오스본이 제작하고 장동건과 함께 <샤인><캐리비안의 해적>의 제프리 러쉬, <슈퍼맨 리턴즈>의 케이트 보스워스, <타이탄><로빈후드>의 대니 휴스턴 등 쟁쟁한 할리우드 연기파 배우들이 출연했다.

영화는 세상에서 가장 강한 전사가 되기 위해 모든 감정을 제거해야했던 텅 빈 눈동자의 동양의 한 ‘남자’(장동건)가 마침내 그 꿈을 이루지만 마지막으로 유일하게 남겨진 적의 혈육 '아기'를 보는 순간, 태어나 처음으로 마음이 흔들리며 깊은 회의감에 칼을 내려놓게 되고 모든 것을 버리고 옛 친구가 있던 서부의 외딴 마을로 신분을 숨긴 채 들어가 그곳에서 자신처럼 어린 시절 부모를 잃고 복수만을 꿈꾸는 말괄량이 처녀 린(케이트 보스워스)과 카우보이 출신 주정뱅이 론(제프리 러쉬)를 만나 처음으로 인간다운 삶과 생명을 소중히 가꾸는 기쁨을 알아가면서 잃어버렸던 감정을 되찾아가지만, 어릴 적 린의 가족의 몰살시킨 잔인한 악당 ‘대령’(대니 휴스턴)이 마을을 위협해오면서 사랑하는 여자와 아기, 그리고 마을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봉인했던 칼을 다시 꺼내들게 되고, 결국 사랑하는 이들을 위해 스스로 먼 길을 택한다는 내용이다. 한국의 기획력과 할리우드의 기술력이 더해진 이 영화는 서양의 전통적 웨스턴 장르에 동양의 무협이 버물려진 독특한 퓨전 액션영화다. “서양의 신화라고 할 수 있는 웨스턴의 공간에서 동양 사람이 마을을 구한다는 이야기를 하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는 감독의 의도는 나름 흥미로우며, 동서양의 충돌이 빚어내는 액션과 판타지적인 비주얼과 영상도 볼만하다. 장동건의 연기 또한 아주 뛰어난 편은 아니지만 충분히 제 역할을 해내며 극의 몰입을 돕는다. ‘영웅본색’의 적룡을 볼 수 있다는 것도 보너스. 하지만, 영화는 단순하고 뻔한 줄거리와 빈약한 전개로 인해 뒤로 갈수록 극의 긴장감과 재미는 떨어진다. 남자가 마음을 열어가는 과정이나 남자가 사람들에게 희망이 되는 과정이 매끄럽지 못하다. 결과적으로 일반적인 할리우드 오락 액션 영화에 그치고 말았다.

영화 <워리어스 웨이>는 국내에서는 12월 2일, 미국에서는 하루 뒤 3일 개봉한다. [워리어스 웨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