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왕십리 김종분 Kim Jong-boon of Wangshimni
 


2021, 휴먼 다큐멘터리, 102분
12세 관람가

제 작 : 인디스토리
제 작 : 미상 l 프로듀서 : 곽용수
감 독 : 김진열
촬 영 : 미상 l 조 명 : 미상
미 술 : 미상 l 편 집 : 미상
배 급 : 인디스토리 ...more

2021년 11월 11일(목) 개봉
홈페이지 미정

 

출 연


= CAST =

김종분 (金種分)

1939년 경기도 화성 출생. 4남 3녀 집안의 차녀로 자랐다. 형제는 많았지만, 어려운 집안 형편 탓에 초등학교까지 졸업했다. 어린 나이에 우마차에서 떨어져 평생 한쪽 다리를 절게 되었지만 불편한 다리를 끌고 장사 일을 하러 가는 어머니를 따라나섰다. 생계를 책임지는 어머니의 모습을 보며 자란 그는 17살이 되던 해, 자신도 한 사람만큼의 경제적 몫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었고, 곧장 일을 시작했다. 스무 살을 넘겼을 때 목재 회사에서 일하던 남편을 만났다. 23살에 결혼을 하면서, 남편을 따라 인천에서 살기 시작했다. 64년 서울로 이주해 이문동 친정 부근에 집을 얻었다. 남편은 왕십리에 직장을 잡았지만 얼마 안 있어 회사를 그만두고 철물점을 시작했지만 장사에도 소질이 없었다. 세 남매를 손가락만 빨게 할 순 없어서 친정엄마를 따라 노점에 뛰어들었다.

1991년 5월의 어느 날. 누군가 헐레벌떡 노점으로 뛰어오더니 병원에 같이 가자고 한다. 작은딸 '귀정'이가 응급실에 실려 갔단다. 큰딸 귀임이 뜯어말렸지만, 귀정의 얼굴을 제 눈으로 확인하고 그 자리에서 쓰러졌다. 귀정이 학생운동을 한 줄 꿈에도 몰랐다. 그런데 처음 본 사람들이 찾아와 귀정이 통일 문제에 관심이 많았다느니, 마음 따뜻하고 성실한 언니였다느니 입을 보탰다. 처음 본 사람들이 자꾸만 찾아왔다. 열흘 넘게 부검을 놓고 힘센 양반들과 싸울 때마다 그 사람들이 옆을 지켜주었다. 그는 다시 정신을 붙들고 자신의 삶을 바로 세우기 시작했다.

눈이 오나 비가 오나 50여 년째 늘 왕십리역 11번 출구 노점을 지키고 있다. 연중무휴 상시영업이지만, 놀고 싶을 땐 시장 동료인 '왕십리 시스터즈'와 훌쩍 여행도 떠나고, 번 돈은 오직 맛있는 것을 사 먹는 데에 쓴다. 손님이 채소 가격만 물어봐도 능청스럽게 우선 담고 보고, 가끔 진상 손님에게는 툴툴대기도 하지만 배고파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어서 와, 뭐 주까?" 말을 건네며 아낌없이 퍼준다. 종분 씨는 이제 생계와는 상관없이 팔순의 나이에도 왕십리역 11번 출구 자신의 노점을 지킨다. 길 위에서 딸을 잃었지만, 그 길 위에서 오늘을 살아간다. 어쩌면 그가 노점을 지킨 게 아니라 노점이 그를 살게 했는지도, 지켰는지도 모른다.

故 김귀정

사람들은 그녀를 매사에 온화하고 유들유들한 줄로만 알지만, 마음먹은 일은 해내야만 하는 의외의 고집쟁이다. 귀정의 심지가 굳은 건, 자식 소풍 한 번 따라간 적 없을 정도로 평생 억척스레 일하며 살아온 엄마의 딸로 자라면서 엄마의 강인한 성격을 보고 배웠기 때문이다. 위로는 언니, 아래로는 남동생이 있다. 엄마가 늘 집을 비웠기 때문에 어려서부터 삼남매는 돈독했다. 집안이 어려운 걸 알았기에 엄마의 빈자리에 대해 군소리 없이 서로에게 의지하며 컸다. 더군다나 아빠마저 몇 년 전에 돌아가시면서 엄마는 더욱더 노점 일에 매진했다. 그녀 역시 다니던 대학교를 중퇴하고 자동차 정비소에 취직해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아르바이트를 하며 집안을 도왔다. 1남 2녀 중 유일하게 대학에 들어간, 엄마의 빛나는 훈장이었던 '귀정'은 엄마의 바람대로 다시 대학에 들어간다.

그녀는 유행하는 음악뿐 아니라 패션에도 관심이 많은 편이다. 엄마는 아직도 그녀가 꽃분홍색을 좋아하는 아이 같은 감성만 있는 줄로 알지만 말이다. 그래서 커다란 링 귀걸이를 자주 하는 그녀의 취향을 엄마는 쉽게 이해하지 못한다. 귀가 시간에 관해선 더 말할 것도 없다. 엄마는 그녀가 조금이라도 늦으면 세상 큰일이 나는 줄 안다. 요즘 시대의 정작 큰일은 그게 아닌데. 지난 한겨울에 늦은 거? 도로에 쏟은 귤을 비틀대며 주워 담고 있는 취한 애를 그냥 길바닥에 두고 가란 말인가? 과 후배를 집까지 데려다 준 건 당연히 해야 할 일이었다. 사람이 너무 좋은 것 아니냐고? 맞다. 그래, 사람이 좋은 것뿐이다. 귀정은 친구들과 선배, 후배들이 좋다. 세상을 바꾸기 위해 함께 싸워나가는 그녀의 든든한 동지들이 좋다. 심산연구회 활동을 한 것도, 학생운동을 한 것도, 동아리연합회 선거에 출마했던 것도 다 그들이 있었기에 할 수 있었다.

그녀는 문득 엄마가 자신의 친구들과 살갑게 지내는 상상을 해보았다가 너무 말이 안 돼 피식 웃고 말았다. 시위하러 다니는 줄도 모르는데 운동권 친구들 소개는 무슨. 그러고는 서둘러 청바지로 갈아입고 노태우 정권 퇴진을 요구하는 범국민대회가 열리는 대한극장 쪽으로 향했다.

김종분 가족

김귀임
63년생. 김종분의 든든한 큰딸이다. 동생 귀정이 세상을 뜬 같은 해(1991.12.15)에 결혼을 했다. 어머니와 왕십리에서 호프집과 고깃집도 운영하기도 하는 등 장사 수완은 외탁한 게 분명하다. 현재는 도시락 가게와 카페를 운영하며 어머니 김종분과 지근거리에 살고 있다.

김종수 & 조미정 부부
김종분의 막내아들 종수와 그의 아내다. 미정은 김종수와 고등학교 때부터 사귄 사이다. 귀정이 일을 당하고, 가족이 백병원에서 지내던 시절, 미정은 언제 털릴지 모르는 집을 지키며 지냈다. 아침이면 종수의 옷가지 등을 챙겨 백병원에 가져다주고 돌아오는 생활을 반복했다. 귀정과 한 방을 쓰던 김종분이 장례가 끝난 뒤, 혼자 자는 것이 힘들다며 미정에게 같이 자줄 수 없겠느냐고 물었다. 미정은 그날부터 김종분과 함께 자기 시작했다. 지금 이들 부부가 살고 있는 너르고 깨끗한 아파트는 종종 성대 동문의 뒤풀이 장소로 쓰인다. 집안의 주요 행사가 있을 때마다 며느리 미정은 김종분의 손발이 되어준다.

정유인
큰손녀. 김귀임의 딸이다. 10년째 전국체육대회에서 매년 메달을 놓치지 않는 국가대표 수영선수다. 유인이 김정숙 여사와 함께 찍은 사진이 김종분의 큰 자랑거리다. 요새는 전 골프선수 박세리와 같이 TV에도 나온다고 하니 자랑거리가 하나 더 늘었다.

왕십리 시스터즈

재개발로 빈 상가가 된 건물 앞 계단에 사람들이 하나 둘 모여든다. 이곳은 왕십리역 11번 출구 김종분의 노점 바로 맞은편. 어느새 30년이 훌쩍 지났지만, 낮 3시 반부터 시작해 밤 11시까지 자리를 지키는 일에는 변함이 없다. 그의 노점 근처에서 도시락집을 운영하는 큰딸 귀임은 매일 저녁 7시에 밥을 싸 나른다. 귀임이 가져다준 맨밥에 이것저것 넣고 비벼 김종분의 스타일대로 식사를 한다. 식사는 언제나 사람들과 함께다. 김종분의 노점은 아는 동네 사람, 옆 노점 꽃장사, 주변 시장 상인들, 전직 노점상 친구들로 북적인다. 동네 사랑방이다. 그 중심에는 길 위의 세월을 함께한 왕십리 친구들, 왕십리 시스터즈가 있다.

장석래, a.k.a. 우리슈퍼 (90세, 1932년생)
별명은 우리슈퍼. 아흔이 넘은 왕십리 시스터즈의 대장으로 가끔 김종분이 자리를 비우면 대신 장사하며 "그까이거 뭐, 내가 다 줄게" 손님에게 대담하게 퍼줄 수 있을 만큼 친밀한 사이다. 김종분을 포함한 사람들을 집에 초대해 고스톱도 치고, 맛있는 것도 나눠먹는 왕십리의 사랑방 주인 노릇도 한다.

임정화, a.k.a. 야채 (81세, 1941년생)
전직 분식집 주인. 김종분이 오래도록 그 가게에서 볼일을 보며 친해졌다. 김종분의 노점에 오면 늘 야채 담당을 해서 별명은 야채. 노점을 쉴 땐 집에 모여 같이 김치도 담그고 온천 여행도 다니는 절친한 사이다.

노명연, a.k.a. 꽃장사 (82세, 1940년생)
김종분이 옆 노점에서 꽃 노점을 한다. 별명은 꽃장사. 의대 다니는 손주 자랑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2G폰에 가득한 손주 사진이 보물이다. 먼저 간 남편 이야기를 재미나게 한다. 김종분과 거의 매일매일 함께 밥을 먹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