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틸 사진 보기...more

짜투리*김이승현

"페미니즘은 그냥 넘어가지 않고 사회에 목소리를 얹어 보는 거야"

내가 다니던 학교는 여대여서 총여학생회가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성"이라는 젠더 관점으로 사안을 바라보는 학생회 기구가 필요하다 싶어서 친구와 학내 여성위원회를 만들고 선배들의 조언도 받아가며 페미니즘 성정치 이슈를 구성해보았다. 그러다 보니 매년 대동제 때마다 반복되던 고대생들의 "깽판"이 "여대 공간에 가해지는 집단 성폭력" 전형 각본임을 확인하고 문제제기를 제대로 해낼 수 있었다. 이 활동 이후 각 대학에서 각개 분투하던 여성활동가들이 모여 '들꽃모임'이라는, 반말-닉네임사용-일상 속 반성폭력 집중의 래디컬 영페미니스트 그룹이 태동되기도 했고, 90년대 후반 내내 열심히 즐겁게 눈을 뒤집으며 살아갔다.

어라*유여원

"나는 페미니스트로서 페미니스트를 많이 고용하고 싶어"

2000년대 언니네트워크에서 재미있는 친구들과 함께 제한 없는 여성주의 액션을 경험한 후 2009년부터는 더 멋진 세상을 직접 만들어 보고 싶은 마음으로 살림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에서 일하고 있다.

오매*김혜정

"페미니즘을 만난 후에 세상이 또렷하고 더 분명해졌어"

계층재생산의 매일을 관찰하며 특목고를 다니다 99년 대학에 입학했다. 소속은 학생운동 정파조직이었으나 주로 혼자 여행을 다녔고 학내 페미니즘 모임을 동경했다. 교생실습에서 교사에 의한 교생 성추행을 동기들과 문제제기하고 교직 진로를 떠났고 여성단체 자원활동을 시작했다.

흐른*강정임

"계속 젊은 페미니스트들과 연결되어 사는 게 중요한 것 같아"

저는 흐른 입니다. 지금은 청소년 기관인 하자센터에서 청소년을 만나며 더 나은 미래를 고민하는 직장인으로 살고 있습니다. 직장을 다니기 전에는 15년 정도 싱어송라이터이자 프로듀서 활동을 했고 지금은 영화음악을 종종 하기도 합니다. 청소년 기관에서 일하다 보니 어떻게 하면 꼰대가 되지 않고 좋은 곁불을 나눠주는 동료 어른이 될 수 있을까가 요즘의 가장 큰 고민인 것 같습니다.


대학 때 본격적으로 여성주의를 접하게 되었는데, 그때는 여성주의 활동을 할 때 차별과 폭력에 대한 분노, 세상을 변화시켜야 한다는 책임감도 있었지만, 동료 여성주의자들과 놀고 토론하고 일을 벌리는 그 모든 것들이 너무 신났던 기억이 나요. 90년대 말, 2000년대 초에는 대학간 여성주의자 연대활동이 활발했거든요. 노동운동의 남성중심성과 여성노동의 문제를 이야기하는 연대체를 조직해서 노동절 집회에 참여하기도 하고, 당시 여성주의 내에서 가장 큰 이슈였던 반성폭력 운동과 관련해서 여러 학교의 여성주의자들이 모여 함께 활동했던 기억도 납니다. 그 덕에 서울시내 참 많은 대학교들을 다녀봤어요. 물론 100인위 사건이나 군 가산점제 헌법소원 등의 이슈에 대해 페미나치라는 말을 들어가며 싸울 때는 좌절과 분노를 경험하기도 했죠. 과에서 만나는 남자선배들의 성희롱적 농담을 접할 때, 왜 학생운동을 하지 않고 여성운동을 하느냐는 선배들의 질문을 받을 때도 화가 났고요. 그렇지만 몇 시간이고 회의를 하고 밤새 선전물과 자료집을 만들면서도 새로운 여성주의자를 만나고 새로운 경험을 하는 게 정말 신이 났거든요. 어렸을 때는 가끔 내가 여성주의를 몰랐다면 지금보다 편하게 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었어요. 그렇지만 여성주의를 모르던 나로는 결코 돌아갈 수도 없고 돌아가고 싶지도 않아요. 여성주의를 통해 얼마나 나의 시야가 확장되었는지, 어떤 좋은 동료들을 만나게 되었는지를 생각해보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