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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감독한 영화가 흥행에 참패한 후 의기소침해있던 만수에게 어느 날, 한통의 전화가 걸려온다. 제작자가 빚을 견디다 못해 어디론가 사라져 버리고 그 빚은 고스란히 만수에게 넘어온 것이다.

전화를 한 사채업자는 빚을 탕감해 주는 대신 치매에 걸린 자신의 아버지 배영감의 소원을 들어달라는 협박에 가까운 부탁을 한다. 거짓으로 아버지의 고향인 개마고원을 꾸며 아버지를 모시고 여행을 떠나달라고 한 것. 말이 돼냐고 항변하는 만수에게 영화 만드는 사람이면 뭐든 가능하지 않겠냐고 하면서 돈 떼먹고 도망간 사람의 처참한 말로를 보여준다.

만수는 어쩔 수 없이 이 협박성 제안에 승낙하게 되고 효심 충만한 사채업자는 자신의 오른팔인 성철을 이 기상천외한 프로젝트에 합류시킨다. 성철은 감시 겸 북한 측 운전수 역할을 맡아 배영감을 위한 북한으로의 여행(?)에 합류하게 된다.

예전 영화제작에 동원되었던 보조출연진들을 북한 주민으로 분장시키고 양수리 판문점 세트장을 시작으로 강원도 한 산골을 개마고원으로 설정, 드디어 배영감을 위한 북한 방문 프로젝트가 시작된다. 그러나 모든 일이 순조롭게 진행되려던 찰나에 예기치 않은 사건들이 연이어 벌어지고 생각지도 못한 사람들의 등장으로 방북 프로젝트는 점점 꼬여만 가는데…

감 독 : 여균동 Yeo Kyun-Dong

1958년 서울 출생인 여균동 감독은 1994년 영화 <세상 밖으로>를 통해 첫 연출을 시작했다. 다음해인 1995년에 <세상 밖으로>로 대종상영화제 신인감독상을 거머쥔 그는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그런 일상적인 모습들이 아닌 세상풍파에 지친 사람들 혹은 독특한 정신세계를 가진 캐릭터의 모습들을 주로 그려왔다. <맨?>, <죽이는 이야기>, <미인> 등을 통해 독특한 작품세계를 선보인 여균동 감독은 장선우 감독의 <너에게 나를 보낸다>(1994)를 통해 그해 청룡영화제 신인남우상을 수상하며 넓은 활동영역을 보여왔다. 젊은 사람들에게는 여균동 감독의 이름이 생소할 수도 있겠지만 <미인> 이후 5년만에 <비단구두>를 들고 돌아온 여균동 감독 골수팬들의 반가움은 매우 클 것이다.

이번 영화 <비단구두>는 데뷔작 <세상 밖으로>를 떠올리게 하는 연장선격의 영화라 할 수 있다. 로드무비 장르에 남다른 애정을 갖고 있는 여균동 감독은 “길을 보면 자꾸 이야기가 떠오른다. 실내세트에서는 금방 지쳐 버리는데 길 위에서는 다시 충전되는 느낌이다. 인터넷으로 모든 것이 해결되는 세상이라 로드무비는 이제 사양품목이라 할 수 있지만 아직 길은 내게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라고 말한다.

- 1958년생. 서울대 철학과 졸업.

[Filmography]

[연출]
2005년 [비단구두]
2000년 [미인] (각본 겸)
1999년 [내 컴퓨터]
1997년 [죽이는 이야기] (각본 겸)
1996년 [외투]
1995년 [맨?] (주연, 각본, 기획 겸)
1994년 [세상 밖으로]

[시나리오/각색] <베를린 리포트>, <그대 안의 블루> 등

[출연] <너에게 나를 보낸다> (95년 장선우 감독) <박봉곤 가출사건> (96년 김태균 감독) <이재수의 난> (99년 박광수 감독) <주노명 베이커리> (2000년 박헌수 감독)

[프로듀서] <초록물고기> (97년 이창동 감독)
[소설] <몸> (99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