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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하는 건 '이유 있는 반항'밖에 없는 고등학생 '민재'(이주승)

20대 스타는 많지만 20대 배우는 드물다. 반짝이는 조명과 번쩍이는 메이크업 없이도 배우의 시간이라는 오래된 미래를 성실하게 보내온 배우 이주승이 군 제대 후 첫 작품 <셔틀콕>으로 돌아왔다. 민용근 감독의 <열병>, 김경묵 감독의 <청계천의 개>, 백승빈 감독의 <장례식의 멤버>, 이난 감독의 <평범한 날들>등 다수의 단편과 장편에서 묵직한 존재감을 드러낸 이주승은 성유리와 함께한 영화<누나>를 비롯 류현경과 호흡을 맞춘 드라마<끈질긴 기쁨>등의 작품을 통해 마치 '아기 호랑이'같은 강렬한 인상을 대중들에게 각인시키고 있는 중이다. <셔틀콕>에서 이주승은 극의 동선과 감정선을 이끌어가는 '원 탑'배우로서 책임감과 감수성이라는 엔진을 동시에 탑재하고 무서운 속도로 성장을 거듭한다. 동시기 개봉작인 <방황하는 칼날>을 통해서는 이주승의 또 다른 한 뼘을 확인할 수 있다.

성깔 있게 생겼는데 얼굴은 예쁜, 수상한 누나 '은주'(공예지)

가녀린 체구와 긴 생머리, 또렷한 이목구비는 전형적인 청순 미녀의 표식과도 같다. 해사하게 웃을 때는 무구한 소녀의 얼굴이지만 이 배우 공예지는 신산하고 메마른 감정의 계곡을 드러내는 순간 또한 굳이 감추지 않는다. 김정 감독의 장편 <경>, 남궁선 감독의 단편 <남자들>, 연극 <노란 달>을 통해 범상치 않은 소녀의 얼굴을 말갛게 체화했던 공예지는 <셔틀콕>의 수상한 누나 '은주'역을 맡아 아련한 첫사랑의 향수를 독하게도 흩뿌린다. 극 중 대사처럼 '성깔있게 생겼는데 얼굴은 예쁜' 은주는 삼 남매의 마지막 유산 1억 원을 들고 사라져버리지만 두 남동생이 그러한 것처럼 관객 역시 자꾸 밟히는 그녀의 잔상을 오래 찾게 될 것이다. <은교>의 김고은, <잉투기>의 류혜영의 뒤를 이어 스크린을 달뜨게 만들 단단하게 여문 이십 대 여배우의 반가운 등장이다

'학교에서는 연예인'인 오줌싸개 막내 '은호'(김태용)

영화 <집으로..>의 외로운 할머니에게 울보 손자 유승호가 전부였다면 잘하는 건 반항밖에 없는 <셔틀콕>의 민재에겐 오줌싸개 막내 은호를 연기한 배우 김태용 만한 동력이 없다. 삼 남매의 마지막 유산 1억 원을 들고 사라진 누나를 찾아가는 형제의 여정. 망가지기 직전의 고물차에 탑승한 불청객 은호는 여정의 '사고'를 담당하는 동시에 영화 <셔틀콕>의 유머를 짊어지고 있는 어엿한 트라이앵글의 한 축이기도 하다. 드라마 <그녀들의 완벽한 하루>를 통해 깜찍한 용모와 또렷한 존재감을 선보인 김태용은 연극배우 출신 주호성 감독의 한중 합작 영화 <폴라로이드>에서 당당히 주연을 맡아 80%이상의 중국어 대사를 소화해냈다고 한다. 이 떡잎의 성장에 필요한 8할은 흐뭇한 기대가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