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목부터 호기심을 자극하는 영화 <된장>은 방송사 PD 최유진(류승룡)이 탈옥 5년 만에 검거된 희대의
살인마가 형장에서 남긴 유언이 체포되기 전에 먹었던 된장찌개를 다시 먹고 싶다는 것과 황당하게도 된장찌개를
먹다가 체포됐다는 제보를 듣고 그 맛을 찾아 취재에 나섰다가 살인마의 영혼을 사로잡았던 된장찌개를 끊인
여인 장혜진(이요원)이 거대재벌 회장과 교통사고로 죽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일이 꼬이자 방향을 틀어
궁극의 맛을 낸 ‘된장’을 찾기 위해 그녀의 행적을 쫓는 과정에서 불운했던 그녀의 일생과 그녀와 현수(이동욱)와의
슬픈 사랑이야기를 알게 된다는 내용으로, 지극히 상투적이고 동화 같은 사랑이야기를 ‘된장’이라는 소재를
끌어와 미스터리, 페이크 다큐, 멜로, 판타지, 코미디 등 여러 장르를 뒤섞은 독특한 영화다. 이루지 못한
사랑을 결국에는 환상적인 된장의 맛으로 피워낸다는 설정도 흥미롭다. 군데 군데 인상적인 장면과 아름다운
영상도 눈길을 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서민적이고 구수한 된장찌개와 동화 같은 사랑이야기는 서로 잘 어울리지 못하고 겉도는
느낌이며, 특별한 반전이 있는 것도 아닌데도 중반 이후부터 템포가 늘어져 다소 지루함에 안겨준다. 감정이입을
하고 보기에는 너무나도 판타지 동화 같은 영화다. 장진 감독이 제작과 공동각본으로 참여한 탓에 온전히 이서군
감독만의 색깔이 아닌 장진식 코미디와 뒤섞인 영화라는 점도 아쉬움이다. 류승룡은 충분히 역할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내지만, 이요원과 이동원은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한다. 차라리 피치 못할 사연 살인자가 된 남자가
탈옥해 기다리는 그녀를 찾아가다가 우연찮게 운명적으로 그녀의 된장찌개의 맛을 맡게 된다는 설정이었다면 좀
더 흥미롭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2010.10.15 / 코리아필름 김철연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