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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민의 공분을 샀던 '염전노예사건'을 모티브로 했기에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던 영화 <섬. 사라진 사람들>. 더군다나 최근까지도 염전노예 피해자들이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하는 등 여전히 현재진행형인 사건이기에 민감할 수 밖에 없는 사건이 영화의 출발이었다.

따라서 사건 속 실제 장소가 아니더라도, 일반 섬 주민들이 실제 자신들의 삶의 터전인 집이나 배, 선착장 등에 더군다나 영화적인 스토리가 더해져 살인사건이 일어나는 장소로 공간 촬영 허가를 해줄지 걱정부터 앞섰던 상황.

하지만 우려와는 달리 촬영을 원했던 섬 마을의 이장 이하 대다수의 주민은 오히려 "이 영화, 사람들이 많이 봐야겠구먼", "꼭 이 영화가 만들어져서 나쁜 사람들을 엄벌에 처해야 돼요"라는 든든한 지지를 보내 제작진이 감동을 받았다는 후문.

이런 마음들이 함께 모여 출발한 영화 <섬. 사라진 사람들>은 단순한 스릴러 영화가 아니라 '진실은 꼭 밝혀져야 한다'는 작은 사명감을 안고 시작된 모두가 원하고 기다리는 영화로 시작되었다.

영화 <섬. 사라진 사람들>의 면면이 관심을 모으고 있다. 특히 배성우, 류준열 등 영화 촬영 당시만 해도 대중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던 상황. 그러나 감독의 선택은 분명했다.

사회부 기자 '혜리' 역의 배우 박효주는 강단 있는 말투와 이미지가 피해자들을 돕기 위해 뛰어드는 열혈기자 역할에 최적의 캐스팅이라고 확신했다는 이지승 감독. 캐스팅 이후 여성으로서의 섬세한 감정선을 채워나가는데도 큰 도움을 받았다고. 또한, 노예 '상호' 역의 배우 배성우는 전작 <공정사회>를 첫 인연으로 이번 영화에서는 시나리오도 없이 가장 먼저 캐스팅된 배우. 천진난만한 얼굴과 악인의 이미지를 동시에 가진, 그의 얼굴이야말로 한국영화계의 보물 같은 존재라고 감독은 거침없이 소개한다.

특히 배우 이현욱의 절친이자 염전주인 아들 '지훈' 역의 류준열은 한국영화아카데미에서 제작된 작품 <소셜포비아>를 통해 이지승 감독에게 눈도장을 찍고 그가 악역을 한다면 아주 잘해낼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다고. 특히 짧은 출연에도 장면 하나하나 자신의 의견을 담아왔을 만큼 작품에 애정을 보였고 치아 교정이 끝났음에도 불구하고 "이미지적으로 보여주고 싶다"는 감독 의견에 동의, 치아 교정기를 착용한 채 촬영에 임했을 정도로 열정적인 연기를 선보였다.

또한, 충무로 대세라 불리는 배우 마동석이 깜짝 목소리 출연으로 영화 <통증>에서 감독과 만난 인연을 이어갔다고.

영화 <섬. 사라진 사람들>에서 유독 돋보이는 건 극 영화 형식에 '메이킹 영상' 기법을 사용했다는 점이다. 주로 공포영화나 몰래 카메라 등에서 주로 보던 형식인 이 기법은 사건취재의 현장감이 고스란히 느껴지도록 의도된 포커스아웃과 포커스인 효과가 많이 사용됐고 카메라의 흔들림 효과도 차용됐다. 촬영감독과 이를 연기한 배우들에게는 매우 힘든 부분이었으나 감독은 앵글 자체도 일반 앵글보다 롱테이크가 갖는 미학적, 기술적 성취를 동시에 구현하고자 했다. 이 같은 방식을 사용한 이유는 극 중 기자들이 취재하는 장면이 바로 눈으로 보이는 진실이며 조작되고 편집되지 않은 그대로 관객들이 느끼게 하기 위한 것.

때문에 특히 낮 장면 촬영의 경우 기본적으로 자연광을 사용했다. 최대한 리얼리티를 살리면서 기자 메이킹 영상은 영화 화면과 질감의 느낌을 다르게 표현하기 위해 영화 카메라와 다른 Sony pmw200 카메라를 사용했다. 또한 협소한 공간과 여러 장소를 동 시간대 기자용 취재 영상으로 확보하기 위해 배우 박효주, 이현욱에게 카메라 작동법의 기본과 노하우를 특별히 교육, 직접 촬영하게 했다. 이에 배우 이현욱은 자동차 안에서의 장면(오른쪽 사이드미러에 나오는 장면)과 카메라를 들고 달리는 몇 장면을 실제 촬영했고, 박효주 같은 경우 염전주인집 담을 넘어 배성우 배우가 있는 집안까지의 롱테이크(약 3분)를 직접 촬영하면서 연기까지 하는 도전을 감행했다.

외딴 섬에서의 촬영은 웃지 못할 에피소드를 양산해냈다. 우선 섬으로 들어가는 배가 하루에 몇 척 없었기 때문에 당시 일정이 많았던 배우 배성우는 배를 놓치지 않기 위해 빛의 속도로 달려야 했던 아찔한 순간을 경험했다. 그날따라 파도가 높아 그가 탄 다음 배들부터 모두 취소, 그때 배를 놓쳤다면 촬영 첫날부터 휴차될 뻔한 아찔한 순간이었다고.

섬에서의 이동도 문제였다. 운전을 하고 이동하던 중 차 바퀴가 골목길 진흙에 빠져 옴짝달싹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하고 섬에서 나가지 못한지 며칠째 고립된 현장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이었다. 카메라가 파도에 휩쓸려 바다에 빠지기도 하고 장비는 반납일이 다 되어가고 고장 난 장비들은 교체가 시급한 데 나갈 수가 없었던 상황. 바닥 난 원두커피와 밤마다 생각나는 야식은 배우들과 스태프를 괴롭게 했다. 그 와중에 주인 없이 떠돌던 개와 고양이들은 이들의 친구가 됐고 자연스레 영화에까지 등장하게 된다. 주인공 혜리(박효주 분)가 섬에 도착하는 장면에서 등장한 동물배우 역시 그들 중 하나. 스태프와 배우들은 짬짬이 시간을 내 더러워 보이는 개들을 목욕시키기 시작했고 특히 배우 이현욱이 앞장섰다고. 촬영 중반에 다다르자 실제로 10여 마리 이상의 개들이 이전에 같은 개들이었는지 모를 정도로 깨끗해져 섬을 나올 때까지 이별의 아쉬움을 달래야 했다는 훈훈한 에피소드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