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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용서는 없다>는 유일한 가족인 딸과 함께 시간을 보내기 위해 일을 정리하려던 과학수사대 최고의
실력파 부검의이자 존경받는 법의학 박사인 강민호(설경구)가 마지막 사건으로 금강하굿둑에서 발생한 잔인한
토막살인사건을 의뢰 받아 부검을 진행하던 중, 사건의 용의자로 잡혀와 순순히 범인이라고 자백하는 환경운동가
이성호(류승범)로부터 자신의 딸을 납치했다는 충격적인 이야기를 듣고 분노에 휩싸이지만, 딸을 구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3일 안에 빼내달라라는 그의 요구를 받아들이면서 증거를 조작하는 동시에 납치된 딸을 찾아
나선다는 내용.
영화는 간단하게 말하면, 과거 부검의의 결정적 위증으로 인해 창녀라는 오명과 자살로 생을 마감한 누나에
대한 고통스런 기억 속에서 살아야했던 한 남자가 그에게 똑같은 고통을 안겨주기 위해 벌이는 치밀하고도 잔인한
복수극이다. 영화는 '용서는 없다'라는 제목과는 반어적으로 잔인한 운명에 던져진 두 남자의 피할 수 없는
비극적 결말을 통해 '과연 정말 용서할 수 없을까?'라는 화두를 던진다. 또한 '용서하는 게 죽는 것보다
어렵다'는 살인범과 '내가 날 용서할 수가 없다'는 부검의를 통해 용서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새삼 느끼게
해준다. 자신과 똑같은 기억속 고통을 안겨주는 남자의 복수극은 분명 끔찍하고 잔인하지만 그보다는 슬픔의
정서가 큰 영화다. 소재나 극의 분위기가 무겁고 어둡지만 잘 짜여진 이야기와 입체적이고 다면적인 캐릭터,
그리고 결말의 예상치 못한 충격적인 반전이 흥미롭다. 또한 오롯이 캐릭터에 몰입한 두 배우의 열연은 물론
연기 대결도 볼만하다. 여기에 덜렁대지만 날카로운 추리력을 갖춘 열혈 신참 형사 민서영(한혜진)과 직감
수사를 최우선으로 치는 고참 형사 윤종강(성지루)이 벌이는 신경전은 극에 재미와 활력을 불어넣는다.
그러나 결말의 반전(이성호의 진짜 복수)을 제외하고는 내용은 어느 정도 예상 가능하다는 점과 후반부로
갈수록 긴장도가 떨어진다는 점에서 124분이라는 상영시간이 다소 길게 느껴지기도 한다.
2009.12.22 / 코리아필름 김철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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