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산일기 The Journals of Musan
 


2010, 드라마, 127분, 15세 관람가

제 작 : 세컨드윈드 필름
제 작 : 박정범 l 프로듀서 : 이진욱
각본/감독 : 박정범
촬 영 : 김종선 l 조 명 : 이종석
미 술 : 은희상 l 편 집 : 조현주
음 악 : 미상 l 동시녹음 : 문준영
배 급 : 영화사 진진 ...more

2011년 4월 14일(목) 개봉
 blog.naver.com/musan2011

 

출 연
승철 :: 박정범
경철 :: 진용욱
숙영 :: 강은진
박형사 :: 박영덕


= CAST =

가질 수도 버릴 수도 없는 꿈을 가진 남자_승철 役 박정범

"저는 탈북자입니다. 함경북도 무산에서 왔습니다."

사람답게 살고 싶어 목숨을 걸고 북한을 탈출한 승철. 그러나 탈북자라는 이유로 제대로 된 일자리 하나 얻을 수 없는 서울 땅이 그에게는 여전히 어렵기만 하다. 같은 교회에 다니는 숙영을 좋아하지만 궁핍한 처지 때문에 쉽게 마음을 표현하지 못하는 그는 자신과 비슷한 백구 한 마리를 데려다가 정성껏 보살핀다. 같이 사는 친구 경철과 달리 남한에서만큼은 떳떳하게 살고 싶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현실은 그를 받아들여주지 않는다.
박정범 감독은 <125 전승철>에 이어 <무산일기>에서도 전승철 역을 연기했다. 그러나 그를 단순히 연출과 연기가 동시에 가능한 멀티 플레이어로 분류해서는 안될 것이다. 전승철과 동고동락하며 누구보다 그의 아픔을 이해했던 박정범 감독에게 승철은 이미 체화된 캐릭터였다. 투박하고 서툴지만 승철에 대한 진정성이 느껴지는 박정범 감독의 연기는 우스꽝스런 헤어스타일, 구부정한 어깨와 허름한 옷차림, 경계하는 듯한 말투, 그리고 마주침을 두려워하는 듯한 시선과 더해져 더욱 넓고 깊은 파장으로 전승철이 가진 상처를 관객들에게 전한다.

따뜻한 남쪽 나라에서 제2의 인생을 시작한 남자_경철 役 진용욱

"걔네들 이거 하나 없어졌다고 해서 안 굶어 죽어."

승철과 함께 사는 북에서 온 친구. 북쪽에 있는 가족들에게 돈을 부칠 수 있도록 알선해주는 브로커 일을 한다. 그에게 서울은 약간의 눈치와 능력만 있으면 나이키 옷을 입고 잭다니엘을 마실 수 있는 곳이다. 친구도 없이 초라한 꼴로 사는 고지식한 승철을 안타깝게 여겨 이것저것 챙겨주지만 아무 것도 가진 것 없는 주제에 자신에게 이래라 저래라 충고를 하는 승철이 때론 못마땅하다.
실제 탈북자가 아니냐는 질문을 받을 정도로 자연스러운 억양과 말투를 소화해낸 배우 진용욱. <크로싱>을 비롯해 여러 작품에서 탈북자 역을 맡은 경험이 있는 그는 <무산일기>의 제작 소식을 듣고 직접 박정범 감독을 찾아와 오디션을 봤고 진용욱의 탁월한 연기에 만족한 박정범 감독은 다른 배우들을 만나기도 전에 그를 경철 역으로 점찍었다. 돈만 있으면 모든 것이 가능한 남한 사회에서 하루하루를 즐기며 살아가는 경철 역을 천연덕스럽게 소화하며 극에 적당한 생동감을 불어넣은 진용욱. 박정범 감독의 차기작에도 출연을 약속한 그는 <무산일기>를 통해 그만의 개성을 유감없이 보여주며 배우로서 새로운 행보를 시작한다.

지친 현실을 잠시나마 잊게 만드는
구원과도 같은 여자_숙영 役 강은진

"아버지가 아파서 노래방 하는 거나 승철씨가 남한으로 넘어 온거나… 그런 것들은 어쩔 수 없는 일이잖아요."

승철에게 힘든 일상 속 유일한 기쁨인 그녀. 독실한 크리스찬으로 교회 생활에 열심이다. 하지만 평소에는 아버지가 운영하는 노래방에서 맥주를 속여 팔고 손님들에게 노래방 도우미를 소개해 주며 살고 있다. '하나님 앞에 부끄럽지만 먹고 살기 위해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는 그녀는 같은 교회에 다니는 승철이 노래방에서 일하는 것이 편치 않다.
숙영 역을 맡은 강은진은 언제나 밝은 얼굴로 현장의 분위기를 환하게 만드는 배우이다. 특히 역할에 대한 강은진의 열의와 애정은 숙영의 캐릭터을 구체화시키는데 큰 도움이 됐다. 감독과 끊임 없이 소통하며 숙영이라는 인물에 살을 붙여나간 그녀는 어디엔가 있을 법한 현실감 있는 인물을 창조하며 <무산일기>의 완성도를 높였다.

아버지와도 같은 따스함을 간직한 박형사 _ 박영덕

하나원을 나온 탈북자들의 사회 적응을 돕기 위해 애쓰는 박형사. 출연 비중이 많지는 않지만 자연스러운 연기로 남다른 존재감을 선보인 그는 사실 박정범 감독의 실제 아버지이다. 실제로 만났던 탈북자 담당 형사와 느낌이 비슷해 아버지를 캐스팅하게 되었다는 박정범 감독은 <125 전승철>에 이어 이번에도 박형사 역에 아버지를 출연시키며 그에 대한 애정을 보여준다. 스크린을 통해 자신의 모습을 볼 수 있다는 게 재미있다는 박영덕, 박정범 감독의 새 영화에서 다시 그를 만날 날을 기대해 본다.


전승철이 유일하게 마음을 보여준 친구 _ 백구

DVD 판매상이 키우다가 버리는 바람에 승철의 집으로 가게 된 백구. 씻기고 먹이고 입히고 재우고… 백구는 승철이 유일하게 애정을 쏟는 대상이자 처음으로 감정을 표출하는 매개체이다. 이창동 감독이 '이 영화에서 제일 연기를 잘했다'고 인정했을 정도로 명품 연기를 펼친 백구. 특히 경철에게 끌려가기 싫어 발에 힘을 주고 버티는 장면은 단연 압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