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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의미를 잃어버린 최고의 조각가 '준구' l 박용우

"이 작품은 마음 가는 대로, 하고 싶어서, 본능적으로 선택했다.
그래서 굉장히 마음이 후련했고, 그 마음 그대로 연기했던 것 같다."

감독 본연의 모습이 투영된 실제적 인물로 재탄생하다!

장르를 가리지 않는 연기파 배우 박용우는 몸짓, 손짓, 말투 하나하나까지 고독하고 예민한 감성의 예술가로 완벽하게 변신해 손이 굳어가는 모습과 직접적인 표현을 하지 않는 준구의 성격을 본능적이면서 섬세하고 정확한 연기로 담아냈다. 또한 시나리오를 접했을 때부터 굉장히 아름다운 시나리오라고 생각했다는 배우 박용우는 조각가인 준구가 모델을 만나게 되면서 개인적인 희망과 감동, 그리고 스스로 깨닫지 못했던 삶의 진정한 아름다움을 깨달아가는 순간들마저 섬세한 연기로 승화시켰다. 섬약함과 파괴력, 청순함과 강렬함을 오가며 장르 영토를 넓혀 온 지적인 배우 박용우의 깊이 있는 연기는 조근현 감독 스스로 미술가로서의 자신의 모습이 투영된 것 같다고 밝혔던 준구의 캐릭터를 스크린 위에 더욱 생생하게 완성해냈다.

끝까지 삶의 의지를 찾아주려던 준구의 아내 '정숙' l 김서형

"지금껏 해보지 않았던 시대적 배경이 가지고 있는 여성 캐릭터를 연기하면서
내가 이해 안 되는 부분을 연기로 도전할 수 있는 그런 부분이 주는 매력이 있었다"

사랑으로 이끌어가는 그 시대의 여성상을 표현하다!

"시나리오를 읽고 전체적인 스토리가 파노라마처럼 딱 그려졌다"는 김서형은 그 동안 보여주지 못했던 이미지의 정숙 역으로 완벽히 탈바꿈하여 성공적인 연기 변신을 했다. 조근현 감독은 자신의 어머니로부터 많은 디테일을 가져와 영화 속 정숙이라는 인물을 헌신과 사랑을 아끼지 않는 외유내강의 한국적인 여인으로 탄생시켰다. 준구와 정숙, 민경. 이 세 사람 각자의 삶이 정확히 보이는 작품인 만큼 촬영 전 남편을 향한 헌신적인 사랑으로 모든 것을 이끌어가는 아내 정숙을 어떻게 연기해야 할지 깊이 고민하던 배우 김서형에게 '그냥 비워내라'는 주문을 했던 것도 바로 그 때문. 덕분에 김서형은 촬영이 있건 없건 한여름 땡볕 더위에도 불구하고 정처 없이 시골 들길을 걸어 다니며 몸과 마음을 계속 비우려고 노력했다. 그렇게 모든 것을 비워내는 과정을 통해 김서형만의 비움의 방식으로 깊은 감동과 여운을 전하는 '정숙'이라는 캐릭터가 비로소 가득 채워질 수 있었다.

가난과 폭력 아래 삶의 희망을 놓았던 누드모델 '민경' l 이유영

"민경은 자기 표현을 올바르게 하는 법을 모르는,
바보 같을 정도로 착하고 순수한 여자다"

존재 그 자체로 완벽했던 신예 이유영의 열정!

첫 스크린 데뷔작인 <봄>으로 밀라노국제영화제에서 당당히 여우주연상을 거머쥐며 충무로 기대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는 신예 이유영은 오디션에서 조근현 감독의 눈에 띄자마자 '민경' 역으로 낙점되었다. "구체적인 이미지가 없던 찰나에 (이유영이) 사무실로 걸어오자 저 친구가 하면 되겠다는 강렬한 인상을 받았다"는 조근현 감독은 이유영을 통해 민경의 삶이 갖는 억척스러움과 함께 준구와 정숙에게 새로운 봄을 선물할 생기 넘치는 희망의 이미지까지 두루 요구했다.

시나리오를 처음 읽고 나서 바로 영화 <봄>과 사랑에 빠졌다는 이유영은 신예답지 않은 침착함과 노력으로 그런 감독의 요구에 자신을 완벽하게 끼워 맞춰 시나리오 속 민경을 '살아 있는 그 자체의 민경'으로 완성해냈다. 특히 준구의 누드모델인 민경 역에는 전신 노출이 필수불가결한 요소. 신인배우로서 파격적인 전라노출을 감행하는 일은 쉽지 않은 연기 도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민경의 감정씬에 신경 쓰느라 전라 노출씬은 부담스럽지 않았다는 이유영.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기과 출신으로 몇 편의 단편영화 외에, 장편 상업영화 <봄>으로 첫 신고식을 치른 신예의 앞날이 기대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