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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 독 : 이란희 LEE Ran-hee

10년이 넘게 농성 중이던 한 해고노동자는 농성장을 세 번 나갔고 세 번 돌아왔다. 그에게 왜 돌아왔냐고 물었다. 왜 돌아왔는지 안다면 어떻게 10년 넘게 거리에서 싸울 수 있었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는 ‘일정이 있으니까’, ‘끝내야 되니까’라고 대답했다. 그는 늘 돌아와서 일정을 지켰고 정말 ‘끝’이라는 걸 냈다. 그가 농성 중에 농성장 밖에서 무엇을 보고 듣고 느꼈을지 집중해 보려 했다.

공동 창작으로 즉흥극을 올리는 극단 한강에서 배우이자 기획자로 오래 활동했고, 현재도 연출과 연기를 겸하는 영화인이다. 한 편의 연극을 올리기 위해 취재와 공부를 기본으로 행했던 태도가 영화를 연출하는 방식에도 바탕이 되었다. 김곡, 김선 감독의 <뇌절개술>(2004), 노영석 감독의 <낮술>(2009) 등의 장편 독립영화에서 압도적인 연기로 반향을 모았고, 단편영화 <파마>(2009)를 연출해 국내외 유수의 영화제 진출해 크게 주목받았다. 결혼 이주여성을 주인공으로 한 <파마>를 기점으로, 지난 10년간 다양한 사회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며 <결혼전야>(2014) <천막>(2016) 등 단편을 꾸준히 만들었다. 첫 장편영화 <휴가>는 실제 콜트콜텍 해고노동자의 투쟁을 다룬 단편영화 <천막>으로부터 확장된 이야기다. 해고노동자를 오랜 기간 취재하고 실제 농성 장소인 강남역 8번 출구를 오프닝과 엔딩에 비추는 등의 선택을 통해 장기 농성중인 전국의 많은 해고노동자들이 왜 오랫동안 싸울 수밖에 없는지 그 당위성을 진실하고 사려 깊은 시선으로 담아냈다. <휴가>는 제46회 서울독립영화제(2020) 대상을 비롯해 3관왕의 영예를 얻었으며 국내외 유수의 영화제 초청과 수상을 이어가고 있다. 이란희 감독은 첫 장편영화로 한국의 켄 로치, 다르덴 형제 등의 수식어를 얻으며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시선을 가진 창작자의 등장을 알렸다.

[Filmograph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