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무한 반전 <모노폴리> & 소름끼치는 반전 <유주얼 서스펙트>

<모노폴리>는 은행전산망을 이용하여 1억개가 넘는 대한민국 국민의 신용카드에서 소액을 인출하여 6천억원을 강탈하는 전대미문의 금융범죄 사기극이다. 일단 소재의 기발함이 흥미를 끈다. <모노폴리>는 마지막 반전에 집중하는 전형적인 반전영화다. 그러나 반전 영화로서 대표적인 <유주얼 서스펙트>와 비교하면 구성의 엉성함이 소재의 기발함을 살려내지 못한다. 퍼즐을 맞추듯 섬세하게 이야기를 배치해놓고 소름끼치는 반전으로 관객의 허를 찌르는 <유주얼 서스펙트>와 비교하면 <모노폴리>의 반전은 허무하다.

효과적인 반전을 위한 구성의 치밀함과 정서적 깊이가 없다

반전이 효과적이기 위해서는 스토리 흐름에서 관객의 주의를 돌릴 수 있는 구성이 치밀해야 한다. 먼저 경호(양동근)과 앨리(윤지민)는 존(김성수)의 의해 조종당하고 마지막에 버려진다. 경호와 앨리는 일방적으로 존에게 조종당하는가? 그들은 자신을 배신한 존을 끝까지 보호하려고 하는가? ‘그는 특별했다’는 고백 외에 그만한 이유가 보이지 않는다. 존을 둘러싼 이들의 갈등과 정서적 깊이를 놓쳐버린 때문에 이들의 관계는 겉돌고 있고, 반전의 긴장도를 떨어뜨린다.

무엇을 말하고 싶은가, 주제를 부각시키는 연출도 엉성하다

관객을 속이는 반전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면, 한 나라의 국민과 금융권을 상대로 한 범죄사기극을 통해 <모노폴리>는 무엇을 말하고 싶었나? 인간 내면에 존재하는 욕망과 탐욕을 드러내고 싶었다고 한다. 그러나 상류 1%에 진입하려는 경호의 욕망도, 상류사회에 물든 앨리의 허영도, 자신의 욕망을 위해 타인을 짓밟는 존의 비열함도 보이지 않는다. 꼭두각시처럼 조종당하는 두남녀와 이들을 조종하는 정체불명의 몽환적인 사내가 있을 뿐이다.

생생한 캐릭터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캐릭터가 부실하다

거부할 수 없는 매력, 사람을 사로잡는 강렬한 카리스마를 표현하기에 존의 캐릭터는 다소 엉성하다. 타인을 죽이면서까지 움켜쥐려는 욕망이 설득되지 않는다. 또한 매혹적인 팜므파탈은 관객들의 감탄을 자아내는 바디라인에 있지 않다. 수영복씬을 제외하고 <모노폴리>에서 앨리의 존재이유가 없다. 그리고 어눌하지만 천채적인 컴퓨터 해커 경호도 매력적이지 않다. 악마에게 영혼을 팔아먹고 한 인간이 어떻게 추락해 가는가를 그렸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