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 계획했던 16주의 강의가 생각보다 길어져 20주 동안 강의 연재가 진행되었다. 하지만 시나리오 작법을 익히고자 하는 여러분들에겐 황금(?)같은 시간과 내용들이 되었기를 내심 소원해 본다. 본인 역시 시나리오 작법을 배우고 습작을 하며 나름대로 고민하였던 것들을 보다 명확하게 정리하고 시나리오란 것에 대한 확고한 정의를 온 몸으로 형성하게 되었으니 말이다.

어쩌면 찔금찔금 연재되는 내용에 답답해하던 분들도 계시리라. 아니면 시간에 쫓겨 한주에 한가지씩 익히고 터득하는데 시간이 촉박했던 분도 계셨으리라 본다. 하지만 이제부터 반복해서 시간 날 때마다 다시 들춰본다면 처음엔 이해 못하고 넘어갔던 부분들이 이제는 확연하게 들어올 수도 있을 것이다.

국내에서 한 분야에 전문가가 되려면 1,000시간 정도를 투자해야 한다고 한다. 하루 한시간씩만 투자한다면 근 3년이 소요될 것이다. 2,000시간을 투자한다면 책을 쓰거나 혹은 강의를 할 수 있을 만큼의 권위자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인생에 있어서 진로에 대한 고민을 가장 많이 하는 때가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일 것이다. 작법강의를 연재하면서 시나리오 작가를 꿈꾸는 중고등학생들이 참으로 많다는 것을 실감했다. 성인 시나리오 초보자들로부터 질문이나 메일을 받기도 했지만 고등학생들이 의외로 많았음을 주지하면서 그들에게 진로의 선택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길 바란다. 일일이 진로 상담을 해줄 수 없었던 점도 이번을 빌어 양해를 얻고 싶다. 하지만 진정으로 하고 싶다면 그것이 무엇이든 노력을 게을리하지 말고 자신의 의지를 믿고 매진하라고 말해주고 싶다.

한편, 시나리오 작가나 영화 감독되기를 계획 세우신 분들, 혹은 그렇지 않은 분들이라도 '시나리오 맛보기'에 관심을 가져주신 분들께 자신이 관심있는 어느 분야에서 전문가가 되고자 한다면 오늘 당장부터라도 계획을 세우고 그에 대한 시간을 조금씩이라도 투자할 수 있기를 권하고 싶다. 나이에 상관없이 말이다.

시나리오가 영상을 위한 작업이긴 하지만 그래도 문장으로 표현되는 것이기에 영화나 영상에 대한 이해도 중요하지만 시나리오 작가가 되겠다고 혹은 쓰겠다고 한다면 문장 공부가 우선되어야 한다.

그러나 '시나리오 맛보기'는 초보자나 일반인들을 위한 영화시나리오 작성법에 대한 내용을 간략하나마 포괄적으로 다룬 것이다. 문장공부는 아니라는 것이다. 문장 공부를 기본으로 시나리오 작성법에 대한 내용을 다뤘다고 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시나리오 맛보기'에서 더 나아가 이제 전문적인 시나리오 공부를 하고 싶다면 자신의 수준보다 한단계 높은 책을 선택하여 읽어보도록 한다. 처음부터 너무 어려운 시나리오 관련서를 선택하여 보는 것보다는 자신의 역량을 현재보다 키워줄 수 있는 책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자신의 능력에 비해 너무 쉬운 책도 별로 도움이 되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책은 읽는 사람의 스승이다. 시나리오 작가는 많이 읽고 많이 쓰고 많이 생각하는 것에 작품의 성패가 달렸다. 거기에 자신이 쓴 시나리오에 대해 올바른 모니터를 해줄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그 또한 훌륭한 스승이다.

단편을 작성해 보고 역량이 길러졌다 싶으면 장편작업도 가능하게 될 것이다. 단편과 장편의 차이는 호흡의 차이다. 장편은 단편에 비해 스토리 자체가 길기 때문에 긴장감을 유지하면서 끝까지 가려면 작가의 호흡 또한 거기에 맞춰 길어져야 한다는 것.

단편에서 장편을 옮아가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의 시나리오 장치들을 더 익혀야만 가능하다. 때문에 자신이 부족하다고 생각되는 부분의 작법서를 찾아 체계적으로 공부를 하는 것이 좋다. 또한 이론적인 공부뿐만 아니라 시나리오 작가는 다른 글쓰는 작가에 비해 현장감이 살아있어야 한다. 작가 개인의 사유만으로 이뤄지는 창작물이 아니기 때문이다.

각설하고 전문 시나리오 작가를 꿈꾼다면 단계별로의 학습을 게을리 하지 않기를 바란다. 한 계단씩 올라가다 보면 시나리오 작가를 꿈꾸는 여러분들은 분명 능력을 갖춘 시나리오 전문 작가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끝으로 '시나리오 맛보기'에 자신의 시나리오를 제공해준 양윤선님, 권보경·권해일님 그리고 시나리오 작법 연재를 청해 주셨던 코리아필름의 김철연 기자님께도 감사의 말을 전한다.

이천이년 유월
양 수 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