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이야기를 담으려기 보다는 한가지 아이템에 있어, 있을 수 있는 모든 경우의 수를 생각해 내는 것과 같다. 하나의 주제를 갖고 그 주제에 어울리는 상황과 사건들만을 연구하고 수집하다 보면 주제를 표현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장면들로 이야기들을 엮어나갈 수가 있다.

이것이 바로 아이템의 증폭이다. 간혹 아이템을 설정하고서도 중간에 이야기가 막히면 전혀 엉뚱한 사건이나 드라마를 끼워넣기 해 전체적으로 산만하게 이야기를 구성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아이템에 대한 이야기의 자료준비나 진행과정을 소홀한 탓이다.

아이템을 증폭시키기 위한 방법, 그것은 바로 주제에 어울리는 이야기와 상황들을 최대한 밀집하여 수집해야 한다. 그리고 가장 효과적인 표현의 에피소드를 취하도록 한다. 하나의 주제와 다양한 상황의 확보, 스토리의 진행은 시나리오를 쓰는데 있어 보다 진행을 빠르게 해주는 준비작업들이다.

한 장면으로는 완벽하지 않지만 나중의 어느 장면과 맞물리게 되면 완벽한 이야기가 된다. 이것이 바로 스토리를 긴장감 있게 끌고 나갈 수 있는 힘이다. 하나-하나-하나 식의 진행은 단조롭고 다음으로 넘어가고 싶은 마음도 해야할 이야기도 별로 없다. 그러다보니 매번 한 장면을 쓰고 나면 다음장면에는 어떤 상황, 어떤 이야기를 만들어야할지를 고민하게 된다. 이런 시나리오를 지금 쓰고 있다면 처음으로 돌아가는 것이 좋다. 시나리오는 저절로 이야기가 굴러가야 된다.

둘-셋-넷-다섯으로 그 수가 증폭되는 것처럼 어떤 하나의 장면이 문제를 안고 나왔다면 다음 장면에서는 또다른 요소나 사건이 함축되어 다음의 진행이 저절로 나와야 하는 것이다. 한 장면을 끝내고 다음 장면으로 넘어갈 수 없다면 이는 분명 앞서의 장면을 구성함에 있어 이야기 진행의 요소를 하나도 담지 않았다는 뜻이 된다. 그렇다면 앞으로 되돌아가 처음의 장면부터 다시 써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장면을 거쳐갈 때마다 새로운 이야기나 인물의 등장과 복선 등을 깔아둔다면 이야기는 저절로 굴러가고 다음 장면을 쓰는데 있어 어떤 이야기를 써야할지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 등장인물들이 저절로 움직여주기 때문이다. 수습 못할 정도의 인물과 드라마의 반전과 확장은 오히려 산만해질 수 있음은 되새겨봐야 할 요소다.

영화는 한 장면에 하나씩의 이야기만 담게 되면 지루하고 평범한 이야기가 된다. 인물들의 대사와 움직임 그리고 영상이 동시에 담기는 만큼 한 장면을 보여주더라도 등장인물에 있어 하나-하나-하나, 이거나 둘-둘-둘, 식의 영상진행을 보여줘서는 이야기의 힘이 사그러지기 쉽다.

등장 인물들을 자연스럽고 적절한 상황에 등장할 수 있도록 배치하거나 주인공의 양면적인 캐릭터를 설정하거나 장면에서 인물의 피상적인 모습뿐 아니라 내면까지도 보여준다. 그렇게 되면 인물이 한 명만 등장하는 장면에서도 두 가지 이상의 이야기를 전달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첫 장면에 주인공을 등장시키면서 그의 캐릭터를 보여줌과 동시에 캐릭터 때문에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을 함께 담는다면 이 장면에 두 가지 이상의 그 무엇을 담아냈다고 보아도 된다.

어떤 상황에 처했을 때 주인공의 생각과 움직임을 그가 하는대로 지켜보면서 전부를 표현한다. 그의 움직임에 대한 타당성을 근저에 깔고 그가 행동하는 대로 이해되는지는 나중의 문제이며 우선은 주인공의 감정에 따라 하고 싶은대로 하도록 해버려 둔다. 그는 하고 싶은 이야기가 너무나 많은 인물이기도 하고 끊임없이 변화하는 내면을 지니고 있다. 그 내면의 변화를 이해해야만 한다. 그리고 그의 생각과 행동을 유심히 관찰해야한다.

그가 하는 말을 주의깊게 들어줘야 하고 그가 말하기 전에는 그의 대사를 기록하지 않도록 한다. 그의 안에서 희노애락이 넘쳐나고 그것이 자연스럽게 시나리오 구조상에 담겨야 한다. 주인공의 내면에 침잠해 있어야 한다.

희노애락이 넘치는 주인공이라 할지라도 그와 한껏 대화하고 그 중에서 그가 가장 크게 겪고 있는 부분을 밀접해 들어가면 주인공의 행동은 보다 섬세해지고 구체적이 된다.

장면을 줄이게 되면 다섯장면 속에 담긴 의도를 두세장면으로 끝내야하니 당연 한 장면에 여러 가지 요소를 담아야 한다. 자연스럽게 장면은 증폭되고 스토리는 앞서 나가게 된다.

영화의 분량이 보통은 한정되어 있으니 줄어든 부분만큼 이야기는 더욱 풍부해지거나 깊이를 만들어낼 수 있게 된다. 있으나마나한 장면들을 삭제하고 장면마다 없어서는 안될 이야기를 진행시킨다면 꽉 찬 느낌의 시나리오를 완성할 수 있을 것이다.

면만 채워서는 절대 시나리오가 되지 않는다. 과감하게 버릴 것은 버리고 그곳에 새로운 아이디어와 에피소드들로 가득 채워야 한다. 이야기가 늘어지게 되면 영상은 나태해진다. 장면마다 관객을 또다른 세계로 안내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수축 불가능한 고무줄처럼 늘어져 영화로 가기도 전에 자판의 손놀림조차 늘어질지 모른다. 장면을 닦고 조이고 기름칠해야 한다.

인물들의 대사를 한 줄씩 삭제해 보자. 그래도 의미가 통한다면 그 부분은 삭제를 해도 되는 부분들이다. 특히 행동으로 보여줘도 되는 부분의 대사라면 행동으로 표현하도록 한다. 영상이 살고 대사가 압축되어 보다 강한 이미지를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누누이 직접적인 대사나 단답식의 대사는 피해야 한다. 등장인물의 대사 역시 한마디 한마디가 증폭되어 전달될 수 있도록 해야한다. 잘 영근 한마디의 대사가 인물과 사건의 모든 것을 즉각적이고 보다 강하게 대변해줄 것이다. 영상으로 보여줘야 함에도 상황을 대사로 풀어가고 있다면 이 부분도 재고해 보아야 할 점이다.

특히 영화에서의 대사는 일상적인 우리들의 대화하고는 다르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일상적이면서도 의미가 담긴 대사여야만이 영화속에서 멋진 대사로 남을 수 있다. 삶의 은유와 상징이 담긴 대사는 누가 봐도 멋진 대사가 될 것이다.

소위 영화 안에서뿐만 아니라 명대사라고 일컬어지며 관객들이 영화가 끝난 다음에도 오래도록 되새기는 대사들을 한번 모아놓고 읊어본다면 대사의 맛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어떤 울림이 오는가?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