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를 쓰면서 척추 즉, 이야기의 줄거리가 기형이 되지는 않았는지를 살핀다. 메시지가 담긴 줄거리가 척추라면 플롯은 핏줄같은 것이다. 척추를 따라 자연스럽게 붙어 있어야 하는 인물, 복선, 에피소드 등을 추려 가장 굵직한 척추를 세워본다. 처음엔 분명 어떤 이야기를 하고자 하는지 명징했는데 이야기의 흐름이 엉뚱한 곳으로 방향전환이 되지는 않았는지를 살피는 것이다. 하고자 했던 이야기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게 되면 관객은 바로 이게 무슨 이야기냐고 반기를 들게 된다. 과연 시작과 중간과 끝이 일맥상통하면서 흘러가고 있는지를 분석해 봐야 한다.

또한 영화가 시작하면 이 영화가 어떤 영화인지를 알고 관객이 빨리 주인공과 감정이입이 될 수 있도록 초반부를 구성하도록 한다. 그렇게 되려면 적어도 이야기 시작 5분안에 영화의 분위기와 주인공의 개릭터 사건 등이 나와주어야 한다. 초반에 관객에게 어떤 이야기인지를 보여주지 못하면 관객은 어떤 이야기인지를 기다리면서 지루해 하거나 아니면 잠을 자버릴 것이다. 아니면 영화 중간에 극장안을 빠져 나갈 것이다.

영화 ‘결혼은 미친 짓이다’는 결혼 적령기의 주인공 준영이 맞선을 나가 연희를 만나게 되면서부터 그들의 이야기가 진행된다. 영화는 그 두 사람의 상황과 심리적 변화를 조용하고도 파격적으로 그려나간다. 왜 결혼이 미친 짓일 수밖에 없는지를 제목처럼 보여준다고나 할까.

‘집으로’는 상우의 엄마가 상우를 외할머니에게 맡기는 장면에서부터 이 영화가 어떤 이야기가 될 것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바로 서로 다른 환경에서 생활한 이질적인 느낌의 두 사람이지만 한 공간안에서 두 사람의 에피소드를 통해 그들만의 이야기를 보여준다.

이처럼 결혼이 미친 짓이라는 명제를 정했으면 그에 합당한 내러티브가 인물들을 통해 진행되고 손자와 외할머니와의 동거로 설정을 했으면 그들의 내러티브가 그들의 이야기속에서 이질적인 에피소드의 개입없이 진행되도록 해야한다.

시나리오를 쓸 때 어떤 결과를 먼저 보여주기도 하지만 보통은 원인 즉, 이야기의 시작을 먼저 보여주는 경우가 많다. 이야기 방식을 원인에서 결과로 갈 것인지 결과에서 원인으로 갈 것인지는 어떻게 구성하는 것이 효과적인지를 먼저 그림을 그려보도록 한다.

에피소드를 원인에서 결과로 가는 과정을 순서대로 펼쳐가기만 해도 일단은 성공적인 구성이라 할 것이다. 원인에서 결과로 엮어가는 에피소드의 연결은 이야기 흐름의 가장 큰 힘을 발휘하기 때문이다. 시나리오의 구성은 시작과 중간 그리고 끝임을 우리는 이미 알고 있을 것이다. 여기서 중간은 갈등과 위기 그리고 휴식의 연속으로 이야기의 흐름이 진행된다.

영화 ‘가문의 영광’은 진경과 대서가 한 침대에서 알몸으로 있었던 내막에 대한 숨은 이야기가 영화의 끝에 나온다. 주먹 집안에서 엘리트 사위를 맞기 위해 이미 계획된 일이었음을 영화의 끝에 보여준다. 그리고 영화의 시작은 두 사람이 한 침대속에서 깨어나면서부터 그들의 사건과 이야기가 갈등과 위기 그리고 휴식을 반복하면서 진행된다.

‘피아노 치는 대통령’은 대통령의 딸을 자기반 학생으로 둔 담임선생과 대통령이기 전에 학부모인 대통령과의 만남을 통해 그들의 사랑을 만들어지는 영화다. ‘가문의 영광’이 결과에서부터 이야기가 시작됐다면 ‘피아노 치는 대통령’은 원인에서부터 이야기가 진행된다.

내러티브와는 전혀 상관없는 에피소드를 그저 재밌다는 이유만으로 삽입시키지는 않았는지 재고해 본다. 만약 그랬다면 내러티브와 개연성을 갖는 에피소드나 상황으로 다시 재연하도록 한다.
에피소드 역시 관객의 감정변화와 공유한다는 느낌으로 이야기를 전개시켜야한다. 그렇다고 너무 자상하게 이야기를 진행시키면 관객은 너무 식상해 재미없어 할 것이며 너무 건너 뛰어버리면 황당해 할 것이다. 때문에 이야기의 비밀을 숨기거나 펼치는데 있어 관객의 생각보다 앞서가되 너무 앞서가도 안된다.

영화상에서 절정을 너무 많이 만드는 것도 좋지 않다. 그렇게 하면 관객은 영화를 보면서 지치게 되고 무슨 이야기인지 머리만 멍해질 수도 있다. 에피소드의 진행은 긴장과 이완 그리고 절정이 심리적인 리듬을 타고 흐를 수 있도록 구성해야 한다.

만약, 웃기자고 작정을 하고 5분 간격으로 관객들을 웃겼다고 하자. 하지만 이 영화를 보면서 관객은 실컷 웃고 나올 수 있지만 영화의 감흥이 오래도록 기억되기보다는 그저 웃겼던 영화로만 기억될 것이다. 그 하나만으로 성공적인 시나리오를 만들어내는 일 또한 쉬운 일은 아니지 하나의 목적만이라도 달성했다면 하나의 목적도 못 이룬 영화에 비해 가히 성공적인 시나리오라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분명한 건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분명하고 확실하게 하나의 축을 유지하며 보조 플롯들을 보여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좋은 사람 있으면 소개 시켜줘’는 커플 매니저임에도 정작 자신의 사랑은 찾지 못한 주인공 효진의 사랑 만들기다. 그녀가 자신의 직업속에서 결혼이란 것을 어떻게 생각하며 어떻게 사랑을 만들어가는 지를 꼼꼼하게 그려내고 있다. ‘나쁜 남자’는 부러울 것 없는 여대생의 인생이 어느날 갑자기 창녀로 둔갑하는 이야기다. 여대생의 모습에서 창녀가 되어가는 과정은 실로 잔인하기까지 하다. 창녀를 경멸하면서도 창녀가 될 수밖에 없는 주인공의 과정을 보여준다.

하나의 이야기 설정이 정해지면 그에 따르는 에피소드를 찾아 보다 실감나게 구축시켜야 한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