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전반을 관통하는 주인공의 행위는 그 영화의 힘으로 작용된다. 주인공의 임무가 명확할수록 주인공의 움직임과 이야기의 전개는 매우 자연스럽고 흥미진진하게 진행된다.

주인공을 만들어냈다면 그 주인공의 주변을 상상해 보라. 무엇이 보이는가? 아마도 만족스러워하는 주인공도 있겠지만 주인공의 어느 일부분으로 들어가면 주인공과 갈등을 빚거나 대립되어 있는 부분들이 보일 것이다. 그것에 대한 임무를 부여해준다.

예를 들어 '스파이더맨'이란 인물을 만들었다고 하자. 그 주변의 일상이 연상될 것이다. 일, 사랑, 사회, 불의 등등 스파이더맨이란 인물이 놓여있는 상황에서 그가 나서야될 부분은 어느 부분일까를 생각해본다. 그의 특별한 능력을 발휘하여 악의 무리를 제거하도록 하는 것이 가장 큰 임무가 아닐까. 그렇다고 한다면 주인공의 임무는 만들어진 것이다. 특별한 능력으로 악의 무리들과 싸우는 것이다.

주인공이 어느 시대에 혹은 시간대에 존재하고 있는지를 떠올린다. 주인공이 사는 배경이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 때 가장 효과적인 영화적 이야기를 유추해낼 수 있을까 생각해본다.

스파이더맨의 경우, 배경은 미국이고 시간상으로 허구의 시점에서 이야기가 진행된다고 볼 때 악의 무리들 또한 그 형태를 지니게 된다. 악의 무리들이 구체적인 모습을 지니게 되면 스파이더맨의 행동도 구체화될 수밖에 없게 되는 것이다.

주인공에게 어울리는 시대적 혹은 공간적 배경의 설정은 아주 중요하다. 그 설정으로 인해 주인공이 등장하는 곳에서의 행동이나 상황 등을 유추해가며 시나리오를 구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주인공을 환경과 맞물리게 하면 이야기는 자동으로 나오게 된다. 주인공을 상상했다면 반드시 그의 존재 배경과 사회 상황에 맞물리도록 한다. 모든 것이 순조롭게만 진행되는 이야기는 존재의 의미가 없다. 시나리오란 주인공의 어떤 동기나 계기를 통해 시작된다.

동기가 형성되려면 주인공은 그의 상황 혹은 사회적 상황과 만나야만 어떤 이야기의 출발이 형성되기 때문이다. 주인공을 만들고 주인공이 그의 사회적 상황과 만나게 되면 시나리오의 도입부는 자동으로 완료된다. 주인공의 임무가 주어지게 되기 때문이다.

이제 그 임무를 향해 가는 전개와 클라이맥스 그리고 대단원이 자동으로 모습을 드러내게 될 것이다. 도입부가 강하면 강할수록 대단원을 향해 가는 과정도 치열하고 목적도 더욱 분명해진다.

주인공의 욕구와 환경의 반대가 정반합의 관계로 맞물리고 한 단계씩 진행되면서 시나리오는 나아간다. 주인공의 이성과 감정이 때로는 내면과 외면이 때로는 긍정과 부정 등이 정반합의 형태를 지니면서 시나리오의 리얼리티를 형성해 간다. 처음에는 작게 점점 더 큰 정반합과 맞물리면서 클라이맥스를 향해 치닫게 된다.

가상이나 허구를 보다 진실되게 담아내는 것 그것이 바로 영화라는 매체다. 진짜 보다 더 진짜같은 이야기가 되도록 하는 것이 영화인 것이다. 중요한 것은 어디에서부터 시나리오가 출발하든 시나리오 쓰기의 정석은 없다. 다만 어떻게 하면 보다 쓰기 쉽고 빠른 진행을 할 수 있는지의 방법이 있을 뿐이다. 창조에 한가지 방법만 있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항상 염두에 둬야한다.

남과 다른 나만의 시각은 타인에게 쉽게 인정받기는 힘들다. 더욱이 그것이 발상의 단계라면 상황은 더욱 그러할 것이다. 남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처음의 발상을 보다 완벽하고 있을법한 이야기로 구성하려면 작가의 노력이 필요하다.

발상에 지나지 않았지만 꼼꼼히 풀어낸 시나리오를 통해 외면 당했던 발상은 그들에게 환호성을 지르도록 할 수도 있다. 작가의 시각을 보다 강렬하게 완성시키기 위해서는 남다른 창작의 노력과 스스로 시나리오를 검증해가며 완성시켜 가는 것이 중요하다. 스스로도 말도 안된다고 여긴다면 당연 처음으로 돌아가는 것이 좋다. 처음으로 돌아가 말이 안되는 것을 말이 되도록 보다 완벽한 거짓말을 창조해내는 것이다.

작가란 모름지기 거짓말의 명수가 아니던가. 특기를 잘 살려 보기를 바란다. 사색을 통해 나만이 만들어낼 수 있는 거짓말의 합리화, 그것이 바로 작가만의 오리지널리티이다.

한 그루의 나무중에서 어디를 표현할 것인가? 뿌리, 아니면 잎, 줄기, 열매, 싹, 표피, 혈관 등 똑같은 나무를 표현함에도 어느 부분을 집중적으로 다루느냐에 따라 그 이야기는 전혀 다른 모습을 지니게 될 것이다. 당신은 어느 부분을 다루고 싶은가, 생각해 보시라. 그것이 바로 시각이며 테마이며 오리지널리티이다.

시나리오 작가는 과연 어느 부분에 욕심을 낼까? 분명 자신의 아이디어나 시나리오에 욕심을 낼 것이다. 하지만 영상화 되지 않는다면 그건 아무 것도 아닐 것이다. 그저 습작에 불과하다.

완성된 시나리오는 감독의 연출에 의해 또한번의 모습을 갖게 되고 배우의 연기에 의해 또한번의 변신을 하게 된다. 작가, 감독, 배우를 거치면서 보다 원숙한 형태를 갖게 된다고 보아야할까. 물론 그렇지 못한 상황도 있기는 하지만 보통은 작가와 감독, 배우 등을 거치면서 보다 완성된 모습을 지니게 되는 것이 통례다.

상영이 되고나면 그때는 관객에 의해 또다른 해석이 나올 수도 있다. 그렇게 영화란 매체는 서로다른 작업과정을 통해 많은 생각을 던져준다. 완성품을 보는 관객들에게 조차도 말이다. 그런 맥락에서 작가는 시작에 불과하다는 것. 나아가야 할 길은 멀고도 험하다. 꾸준한 인내심으로 생각을 정리하도록 한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