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튜브>- 쉬리 2 " 감독 : 백운학 제작 : 백운학 l 각본 : 서경석, 이창우 촬영 : 윤홍식 l 편집 : 박곡지 l 음악 : 황상준 출연 : 김석훈, 박상민, 배두나, 권오중, 임현식, 손병호 평 점 : ★★★★

시민을 볼모로 잡은 테러범, 목숨이 아홉 개라도 되는 것처럼 행동하는 액션 히어로, 제로를 향해 치닫는 시한폭탄, 여기에 통제 불능의 지하철까지. <튜브>를 조립하려는 부품들 소개였습니다. 어차피 같은 부품들을 사용하니 헐리우드산 액션 지하철과 다른 완제품을 기대하진 마시길. 중요한 건 이제 우리도 조립할 수 있는 공장을 가졌다는 겁니다. ㅡㅡ

장형사(김석훈)와 강기택(박상민)의 대결입니다. 강기택에게 개인적인 원한이 있는 장형사와 동료의 원한을 풀어줘야 하는 강기택의 대결이죠. 이들의 대결은 멈추지 않는 지하철에서 벌어지며 두 명의 결투치고는 너무나 많은 목숨이 담보로 잡혀있군요. ㅡㅡ

1. 땀방울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한마디로 <쉬리 2>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일단 <쉬리>의 조감독이 만들었다는 순진한 논리에서 시작하죠. <쉬리>의 박무영(최민식)보단 명분이 약하지만 악당 강기택에 부여된 카리스마는 장형사의 겉멋보다는 훨씬 매력적입니다. 대의보단 사랑을 택했던 이방희(김윤진)는 인경(배두나)이란 소매치기로 부활해서 액션씬 사이사이에서 호흡합니다. 숭고보다는 조금 덜한 엔딩도 준비되어 있구요.

어떤 영화가 고생없이 찍었겠냐만은 <튜브>의 제작진만큼 '고생스런 촬영'을 마케팅으로 사용했던 적도 드물었던 것 같아요. 마우스 조작으로 뚝딱 만들어진 C.G 보다는 <튜브>의 스턴트 액션들은 투박합니다. 하지만 낡은 정장본에게 더 애착이 가는 이치라고 할까요. 덜 세련되지만 땀내나는 액션장면들은 훨씬 관객들의 눈과 귀를 자극합니다. 땀방울을 C.G로 만들수는 있겠죠. 하지만 그때 배우의 표정은 거짓말을 하고 있을 거예요. <튜브>가 성취한 건 액션 장면의 테크닉보단 손과 발로 불모지를 개척한 프런티어정신입니다.

2. 죽어야 하니까 죽는다?

잘 굴러가던 지하철이 막판 탈선을 하는 부분은 김석훈을 무리하게 비극의 주인공으로 포장하면서 부터입니다. <튜브>라는 선로에서 김석훈의 죽음은 반드시 정차해야할 종착지입니다. <쉬리>의 비극적 멜로를 따라가고 싶었던 <튜브>에겐 더더욱 도달해야 하는 지점이죠. 이방희의 비극적 엔딩이 그랬던 것처럼 장형사가 마땅히 죽어서 희생정신을 온세상에 전파해야 합니다. 하지만 여기서 열차가 덜컥거릴 줄이야.

폭탄 열차를 내리지않고 굳이 그 안에서 죽어야할 이유를 찾지 못하겠어요. 달리는 열차에 뛰어들고, 떨어지고, 가슴에 총을 맞으면서도 살아남았던 게 장형사 아니었던가요? 이 강철 사내에게 죽어야 된다고 등을 떠미는 건 내러티브가 아니라 세트장 바깥의 감독뿐입니다.

이런 개연성 부족의 문제 때문에 <튜브>의 이야기가 종종 덜컥거리기는 합니다만 종착지에는 무사히 도착한 것 같습니다. <쉬리>이후에 액션장르에서 번번히 병살타만 날리던 충무로가 이번엔 깨끗한 안타 한방을 날린셈이죠. 다만, 루상에 주자가 없어서 득점으로 연결되진 않을것 같군요. <쉬리>처럼 운대가 맞아야 장사를 해도 폼나게 할텐데 말이죠.

TIP

- 영화를 본뒤 전철 바닥에 뚜껑이 있나 보고 다녔는데, 결국 한대도 찾지 못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