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폭 영화의 열풍은 시들 듯 하면서 시들지 않네요. <두사부일체>가 최후의 조폭 영화를 표방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조폭 영화는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그중에 하나가 바로 <4발가락>입니다. <친구>같이 네명의 친구들이 나오고, <두사부일체>처럼 고교 시절의 이야기를 다루면서, <신라의 달밤>마냥 대졸 깡패가 나오고, <조폭 마누라>처럼 조폭계의 전설 이야기가 나오는 <4발가락>은 한마디로 한국 조폭 영화를 정리하는 조폭 영화 종합 선물 세트입니다. 하지만 어릴 적 먹은 종합선물세트가 그렇듯이 크기만 크지 실속은 없습니다. 군데군데 웃긴 구석이 있긴 하지만, 어느 정도 예견된 수준이고, <투캅스> 이후 고질적으로 나타난 '욕해서 웃기기'가 여전합니다. 그래도 조연급 배우들의 노력 연기와 남자들의 치기 어린 우정을 잘 다룬 것은 인정합니다. 앞으로 조폭 영화가 장르 영화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선 더 많은 시행착오가 있어야겠죠?

- 서세원 아저씨께

안녕하세요?
<납자루떼> 시절부터 세원 아저씨를 봐왔던 팬입니다. 그리고 그 영화 망해서 갈 곳 없어 괜히 버스타고 종점까지 왔다 갔다 했다는 얘기도 들었습니다. 그 얘기 듣고 정말 슬펐는데. 그런데 이제 세원 아저씨는 돈도 많이 벌었고, <조폭 마누라>로 영화판에서도 나름대로의 입지를 가지게 되었지요. 하지만 잘 생각해보세요? 과연 잘하시는 것인지? 전 팬이지만 회의적이네요. <조폭 마누라> 한편으로 대박 터졌다고 배급사까지 만드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인지? 그리고 기자 시사, 배급 시사에서 '한번 더 밀어달라고'하는 부탁 아닌 부탁 하는 것인 과연 잘하고 있는 것인지? 강제규 감독 역시 <쉬리>라는 단 한 작품으로 영화사는 물론 극장 그리고 배급, 매니지먼트까지 하고 있지만, 실상 그런 것들에 치여서, 잘하고 못하고는 나중에 평가 받게 되겠지만. 영화 한판 못 찍고 있잖아요. 세원 아저씨께서도 정말 영화를 만들고 싶으시다면, 영화를 만드는데 공을 들이세요. 제가 알기로는 세원 아저씨는 연예계에서 알려진 독서광에 영화광이신데. 더 좋은 영화, 더 오래 남을 수 있는 영화를 충분히 찾으실 수 있을 분인데. 너무 돈, 오락에만 집착하시는 것은 아닌지. 정말 한국 영화를 사랑하신다면, 더 진취적이며, 가치 있는 곳에 투자하는 것이 옳지 않을까요? 그냥 욕심으로, 그냥 배급을 해야 영화판에서 힘이 세지니까. 이런 식으로 접근이 제발 아니었으면 좋겠습니다. 아직은 결정된 것이 없으니, 딱히 드릴 말씀은 없지만, 매사 신중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영화인 서세원을 좋아하는 사람보다는 아직 개그맨 서세원을, 인간 서세원을 좋아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을 절대 잊지 마세요! 그 점만 상기하신다면, 더 현명한 세원 아저씨로 거듭 날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솔직히 <4발가락>이라는 영화가 썩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전 영화가 잘되길 바랄 겁니다.
항상 건강하시구요.. 행복하시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그럼,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 -2002년 5월 세원 아저씨의 오랜 팬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