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해는 정말 스크린에서 조폭들을 많이 만났습니다. 부산 조폭, 고학력 조폭, 여자 조폭 등등. 그리고 조폭들의 행동 반경도 만만치가 않습니다. 고등학교부터 깊은 산 속 절까지. 한마디로 영화 동네가 온통 조폭판이 된 셈입니다.

그중 절에 숨어든 조폭 이야기, <달마야 놀자>를 보았습니다. <달마야 놀자>는 한마디로 스님과 조폭의 대결을 다룬 이야기입니다. 그러면서 스님들과 조폭들 사이에 자연스럽게 우정이 싹트는 것이죠. 영화는 상황 설정과 슬립스틱으로 관객들에게 웃음을 구걸합니다. 또한 억지 웃음 유발용 캐릭터, 이상한 고시생도 등장합니다. 정말 웃기려고 작정한 영화입니다.

나름대로 밝은 웃음을 주려고 한 것은 인정하지만, 그 웃음 끝이 깔끔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요? '식상'하기 때문입니다. 검은 양복 대신 승복을 입고, 암흑가 대신 산사를 배경으로 택했지만, 여전히 조폭 언어와 과격 무식한 행동으로 사람들을 답답하게 합니다. 또한 주지 스님의 말씀을 통해 억지 교훈까지 강조하는 것도 썩 좋아 보이지는 않습니다.

더욱 슬픈 것은 그럼에도 앞으로 당분간 우린 조폭이 나오는 영화를 더 봐야할 것 같다는 것이죠. 조폭이 나오는 영화가 나쁘다는 것은 아니구, 그냥 뭐든지 지나치면 좋지 않는 것을 말하고 싶은 것입니다. 여러분은 어떠신지요?

- from 팬 to 강성진

한국의 맷 딜런, 강성진! 보세요!

안녕하세요? 감히 팬이라는 말을 하기에는 아직 성진님에 대해서 잘 모르기는 하지만. 그래도 성진님의 영화를 거의 빼놓지 않고 보았답니다. 성진님의 영화를 보면서 느끼는 것인데, 성진님의 연기 행로가 미국 배우 맷 딜런과 매우 비슷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당연히 아시죠? 맷 딜런. 그 배우도 보면, 처음에는 제2의 제임스 딘으로 불리면서 청년 영화에 등장, 전형적인 아이돌 스타의 모습을 보이는 듯, 했잖아요! 그런데, 구스 반 산트를 만나면서 그의 진짜 연기 행로를 찾기 시작했죠.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배우를 탐 크루즈형과 맷 딜런형으로 나누기도 하잖아요! 당연히 전 크루즈 스타일보다 딜런 스타일이 좋습니다. 성진님은 그런 면에서 딜런 스타일과 유사합니다. 즉 성진님은 텔레비전이라는 스타로 뜨기 좋은 매체를 접고, 영화로 승부를 거셨잖아요. 특히 <주유소 습격 사건>에서 보여준 연기는 다른 배우라면 정말 소화해내기 어려웠을 것입니다. 그리고 <휴머니스트>에서 보여준 연기 역시 우리나라에서는 흔하지 않는 역할이었는데, 잘 소화해내셨죠. 그리고 <달마야 놀자>로 이어지는 연기 행보. 성진님은 절대 국민배우가 되실 수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아쉬워하지는 마세요. 대신 반드시 컬트 배우로 남을 것입니다. 정말 추종하는 팬들을 점점 늘어날테니까요. 성진님도 그런 것을 내심 바라고 계신 것은 아닌지? 아무튼 제가 보기에 성진님의 연기는 정말 카리스마 있습니다. 모난 역이지만 미워할 수 없고, 양아치 같지만 가슴 따뜻함이 느껴집니다. 그리고 성진님만이 그 역할을 자연스럽게 할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성진님, 그런 마음 변치 마세요. 그리고 그 연기 열정도.

나중에 한국에서 가장 강렬한 카리스마의 배우로 남을 것을 전 팬으로서 기원합니다. 성진님, 건강하시구요, 전 다음 영화를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 2001년 12월 중순, 강성진님의 팬으로부터

한마디 더, 성진님은 짧은 머리도, 긴머리도 잘 어울리시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