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터 오브 월드>는 닷컴(dot-com)졸부와 스트립 걸이 펼치는 3일 밤의 사랑 행각을 다룬 이야기입니다. 하드 코어라는 장르로 포장되어있지요. 사람들은 모두들 그것에만 귀추를 주목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보기엔 단지 웨인 왕은 <센터 오브 월드>를 통해 웨인 왕이 솔직 담백해졌을 뿐입니다. 오히려 <조이럭 클럽>, <스모크>보다 더 인간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관객들이 당황하는 이유는 단지 얘기를 바꾸고, 디지털화했기 때문입니다. 그가 지니고 있던 인간 내면에 대한 연구 혹은 통찰 내지는 간파 능력은 변함이 없었습니다. 세간에서는 그가 만든 영화의 영화 껍데기만을 가지고 왈가왈부했지만, 제가 보기엔 본질이 달라진 것은 절대 아닙니다. 단지 인간 속에 있던 여러 부분 중에 다소 민감한 부분을 표현했던 것이죠. 그런 의미에서 웨인 왕은 영화와 인간을 이해할 줄 아는 감독이라고 생각됩니다.표현을 비틀고, 자신의 틀을 깼지만, 자신이 품고 있던 주제 의식에 대한 본질은 유지했으니까요.

평단이나 대중들은 두 남녀의 행각에 대하여 가타부타 말하며, 등급 논란을 도마 위에 올렸지만, 정작 도마 위에 올라야 할 것은 그것이 아니라, 인간의 내면에 도사리고 있는 사랑, 그리고 욕망에 대한 재고였습니다. 섹스와 스트립, 디지털, 네트워크라는 코드를 가지고 웨인 왕은 본질에 대해 되집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 역시도 아직은 확신하지 못하는 '세계의 중심'에 대해 그는 관객들과 더불어 생각해보고 싶었던 것입니다.

관객들과 공감할 수 있는, 관객들에게 생각의 여지를 제공하는 영화를 만들었다는 것만으로도 그는 좋은 감독의 자리에 올라갈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 from 어떤 고등학생 to 웨인 왕

웨인 왕 감독님께

안녕하세요?
뭐라고 말씀을 드려야 할지 모르겠네요. 친구들과 <센터 오브 월드>를 봤는데, 정말 대단하더라구요. 다 벗는 것보다 더 야한 무언가가 있더군요. 그게 무엇인지는 잘 모르지만. 최근 극장에서 본 영화 중에는 정말 가장 야사시한 것 같아요. 내용은 별로 없었지만, 그래도 그런 야릇한 분위기가 괜찮죠. 참, 그리고 우리 형한테 들을 것인데, 초반에 나오는 스트립 바 장면에서 여자가 막대 사탕을 거시기(?)에 넣었다가 남자에게 주는 장면도 나온다면서요? 야, 그것을 봤어야 하는 것인데. (한국 영화계는 이래서 더 이상의 발전이 없는 것 아닐까요! 그런 명장면을 삭제하다니.) 암튼 수능 끝나고 이런 저런 한국 영화들 다 보고, 이 영화까지 보게 되었습니다. 솔직히 별로 기대 안했는데, 나름대로 만족이었습니다. 그래서 감독님 이름을 기억했다가 다른 영화도 보기로 했답니다. 비디오 가게에 가니까, <조이럭 클럽>하고, <스모크>라는 감독님 영화가 있더라구요. 그런데 이상하게 감독님 작품이 연소자 관람가더라구요. 그래도 혹시나 하고 빌려 봤지요. 그런데 정말 졸립더라구요. <조이럭 클럽>은 Joy하고 Luck한 야릇한 클럽인 줄 알았는데, 무슨 중국 아줌마들이 나와서 수다만 떨고, 정말 졸립더라구요. <스모크> 역시 담배 이야기라는 것은 좋았는데, 답답하게 그 가게 속과 앞에서만 지루하게 이야기가 계속 펼쳐지더라구요. 친구들까지 잔뜩 불러서 봤는데, 아주 된통 욕만 먹었습니다. 저런 것을 왜 보자고 그랬냐면서. 감독님, 성향이 정말 많이 바뀌셨어요. 정말 어떻게 <조이럭 클럽>, <스모크>같은 영화를 만드시다가, <센터 오브 월드>같은 작품을 만드시게 되었죠? 전 정말 그게 궁금합니다. <조이럭 클럽>이나 <스모크>도 야한 것을 기대하지 않고 보았다면, 그렇게 재미없는 것은 아니지만. 여하튼 감독님의 그런 작품 성향의 변화가 정말 놀랍습니다. 어찌 된 것인지? 전 정말 궁금하기 이를 때 없습니다. 감독님이 나이를 드시면서 갑자기 성에 눈을 뜨신 것은 아니신지? 아니면 원래 야한 영화를 만들고 싶으셨는데, 체면 때문에 참다가 이제야 본색(?)을 드러내신 것인지? 그런 것들이 너무 궁금해서 이렇게 편지까지 보냅니다. 대답 좀 해주세요! 이제 전 감독님의 다음 작품을 기대하고 있답니다. 감독님, 이제 어떤 영화를 만드실 거예요! 궁금합니다.

2001년 12월 초,
대한민국 서울에서 대학 입학을 앞둔
어떤 고등학생 올림

추신,
아직 제가 미성년자이긴 하지만, 감독님 영화를 본다는 것이 큰 죄는 아니겠지요?
어차피 저도 알 것은 다 아니까요. *^^*
참 그리고 다음에 에로 찍으시려면 가슴 큰 배우를 쓰세요.
이번에 나온 여배우는 가슴이 너무 작더라구요, 나름대로 섹시하기는 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