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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연휴 기간에 특집 기사로 게으름을 핑계 삼아 해보았지만, 얼마
안 가서 흐지부지 되었다. 연재를 꾸준히 해야겠다는 마음은 초지일관이었으나, 이래저래 핑계를
둘러내다 보니 게으름의 기상은 하늘을 찌를듯했고 땅까지 파버릴 기세였다. 그 순간 하반기 최대의
기대 작 조선 최초 최강 YMCA 베쓰볼 팀이 나타났다. 이호창 이라는 사(士)번
타자를 앞세운 그들의 위상은 영화 판 세인들의 가슴을 콩닥콩닥하게 만들었다. 그 콩닥거리는 현장으로
냉큼 달려가보자.
올 하반기 최고 기대 작품 중 하나인 영화 [YMCA 야구단]를 좀더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비법을 알려드리고자 한다. 영화의 시작은 개화기 때의 상황 묘사로 시작된다.
새로운 문물이 들어오기 시작한 그때에 베쓰볼을 최초로 접하는 젊은 청년들의 시대적 희로애락을
표현하고자 한다. 장점이자 단점으로 부각될 수 있는 점은 등장인물은 많지만 한 인물 즉, 이호창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글 공부 보다는 놀이에 관심 있는 선비, 이호창. 자신의 꿈은 암행어사가
되는 것이었지만, 시대적인 흐름에 따라 받아들인 베쓰볼로 조선 최초, 최강 사(士)
번 타자가 된다.
돼지 오줌보로 공을 차던 그에게 베쓰 볼은 인생의 전환 점이 된다. 그로 시작되는 에피소드는
영화의 활력소이다. 다른 배우들이 선보이는 캐릭터들은 그다지 매력적이지 못하다. 힘이 없는 그들의
향연은 영화 화면에서 빙빙 맴돌 뿐이다. 이는 송강호가 영화 <반칙왕>, <조용한 가족>, <넘버
3>등 에서 보여주었던 독특한 페이소스가 묻어나는 연기가 자연스레 배어있어서 이다. 영화의 초반부터
말미까지 송강호가 보여주는 모습은 영화의 백미다.
두번째로 시대적인 재현의 꼼꼼함이다. 1905년 종로 거리의 전차의
등장, 시대적인 풍경과 야구 단원들이 쓰는 야구 장비, 유니폼, 옷 차림 등은 사실적인 표현으로
영화의 재미를 더한다. 영화 [YMCA 야구단]은 시대적인 상황을 부각시키기 보단 베쓰볼을 처음
시작했던 그들의 유희적인 면에 무게를 두어 표현한다. 한국 영화의 시대극들은 대부분 영웅들의
삶이나 교훈적인 모티브를 가지고 있었다. 요즘 세대에겐 좀처럼 호응을 얻지 못하는 항일 영웅의
삶 보다, 나라의 운명이 풍전등화 같았던 시기에 창단되어 민중들에게 큰 위안이 되었던 야구단의
모습을 보는 기쁨 하나만으로도 그 재미는 배가 될 것이다.
새로운 소재를 통해 장르의 다양화를 가져왔던 영화 [YMCA 야구단]도
애석한 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시대적인 고증을 세심한 탓에 전형적인 기승전결 형식을 따라간다.
영화가 시작할 때부터 결말은 정해져 있었다. 일본 팀인 성남구락부 와 결전에서 승리하는 것으로
말이다. 그 시절 신문에서 야구단의 소식이 나왔던 것만으로도 초미의 관심사였다. 승승장구하던
그들에겐 지는 것이 유일한 사건이었으니 말이다.
장르 영화 중에서 로맨틱 코미디 와 스포츠 영화는 정해진 순리대로
만들어지는 것으로 유명하다. 로맨틱 장르의 남녀 주인공이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기 위한 사건들이
있듯이, 스포츠 영화에서도 주인공이 속한 팀은 처음부터 완벽한 팀이 아니다. 각양각색의 캐릭터의
조합으로 인해 처음부터 의견 충돌이 많고, 서서히 팀은 승승장구 하다가 위기를 맞게 된다. 위기를
맞은 주인공들은 불리한 상황에서 스포츠 정신을 발휘하여 끈끈한 동료애로 위기를 극복하게 되면서
영화는 끝을 맺는다. 영화 [YMCA 야구단]은 대미를 장식 할 요소는 잘 갖추어져 있다. 시대적
고증과 스포츠의 영화의 특성, 휴먼 코미디를 저울질하며 전개 하다 보니 어슬렁어슬렁 결말까지
도착했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의 상상력은 높이 사줄 만 하지만, 지킬 것은 지켜줘야 하지
않을까? Y팀이 최강의 야구팀이라는 것은 영화를 보면서 모두들 느낀다. 몇 안 되는 모션과 숫자로
생략해 버리는 화면보다는 배우들의 땀 냄새, 역동적인 화면이 좀더 추가 되었어야 한다. 잘 만들어진
영화는 보는 이로 하여금 즐거움과 만족감이라는 두 가지 토끼를 잡을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선
장르의 일관성과 캐릭터의 생생함이 중요하다. 패러디 영화가 아닌 이상, 혼란한 장르의 변주는
맛을 알 수 없는 음식과도 같다. 캐릭터도 각양각색의 감질 맛나는 뒷받침이 되어야 한다. 주연이
잘해서 영화가 빛을 보는 경우도 있지만, 주 조연의 조화로움 속에 영화는 더 빛을 내게 마련이다.
이러한 점에서 영화 [YMCA 야구단]은 약점이 보인다. 장르의 변주로
영화 [YMCA 야구단]이 잘 만들어지지 않았다는 것은 아니다. 스포츠를 소재로 휴먼 코미디를
표방했지만 그 특색이 빠져 씁쓸할 뿐이다. 그래도 이 영화가 좋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은 영화
곳곳에 묻어나는 정겨움과 조연들의 맛깔스러운 연기 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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