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가 만들어진 이래로 로맨틱 코미디는 매년 가장 많이 만들어지는 장르 중 하나이다. 덕분에 많은 연애 공식들이 넘쳐 흐르게 되었다. 그러나 이제 관객들은 틀에 박힌 연애담보다는 좀더 현실적인 연애담을 원하게 되었다. 이러한 관객들의 성향변화를 재빠르게 받아들인 헐리웃 영화계는 로맨틱한 부분보다는 코미디에 비중을 두거나, 질펀한 화장실 유머와 섹스코미디를 뒤섞은 변종적인 영화를 만들고 있다. 현실과 괴리감이 있는 연애담보다는 보다 솔직하고 직설적인 연애담을 즐기고있는 세태를 반영한 장르의 뒤틀림이다.

반면, 한국은 세태를 반영하기보다는 여전히 장르공식을 답습하기에 바빴다. 시대의 흐름을 따르지 못하는 영화들이 관객들로부터 질타를 많이 받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러나 이제 여성의 시각으로 여성에 의한, 여성을 위한 로맨틱 코미디가 나왔으니 바로 영화 <좋은 사람 있으면 소개 시켜줘>이다. 온통 분홍색으로 치장한 채 로맨틱한 분위기를 내세우는 포스터를 봐서는 아무래도 단단히 준비한 영화 인듯하다.

주인공 효진(신은경)은 한국과 일본밖에 없다는 커플 매니저이다. 회원을 남성으로 보지 않는다는 투철한 직업정신과 남들 반쪽 찾아주는 성공률이 90%라니 정말 천부적인 직업 재능을 가졌다. 하지만 정작 자신의 사랑은 지키지 못하고 퇴짜 맞은지 오래다. 멋진 친구 준(공형진)이 있지만 그녀의 마음은 허전할 뿐이다. 그녀의 회원으로 만나게 된 박현수(정준호)는 놓치기엔 아깝고, 가까이 다가가기엔 먼 사람이다.

영화는 두 남녀의 만남부터 기성 로맨틱 코미디 장르영화가 보여준 극의 전개 방식의 차이점을 보여준다. 으레 남성 캐릭터 시선으로 사랑을 위한 담금질(?)을 시작하는 이 장르의 영화들과는 달리, <좋은 사람…>은 여성의 캐릭터의 시각으로 보여지는 사랑의 애틋함을 일상의 소소함 속에 보여준다. 효진이 준에게 자신의 눈썹을 가리키며 "남자친구 없게 생긴 눈썹이냐"고 반문할 때와 현수의 행동과 자신에게 했던 대화 내용 중 일부를 준에게 물어보는 등의 모습은 단숨에 결과까지 돌진하는 헐리웃 영화와는 분명한 차이를 드러낸다.

보기에 따라서는 너무 미지근하다는 평을 할 수 있으나, 극중 효진은 사랑을 다시 시작하려는 여성이다. 꼭 여성이라서 이렇다는 것이 아니라, 일상의 우리들이 좋아하는 사람에게 조금씩 다가가려는 모습이 녹아있어 공감되는 영화라는 것이다.

물론 남녀가 티격태격하는 대립구조에서 화해구조로 바뀌는 흐름에 익숙한 우리들에게는 나른해지는 느낌이 적잖이 샘 솟기도 한다. 이 결과로, 남성 캐릭터인 현수는 시야에서 벗어나 자신의 길(?)을 간다. 이야기의 전개상 결말을 위해 만들어진 길로 말이다. 여성 캐릭터의 일상과 주변 상황들을 중점적으로 보여주는 것으로 무게를 두어서 그러한 현상이 일어 난 듯하다. 반면에, 효진의 친구로 나온 준은 매우 정이 가는 캐릭터로 완성되었다. 현수라는 캐릭터는 부드러운 남성의 모습을 강조하다 보니, 효진의 캐릭터와의 균형을 잃었으나 준의 경우 여성들의 일상에 있을 법한 인물설정에, 배우 공형진의 리얼한 연기로 효진의 캐릭터를 좀더 부각시켜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때문에 다소 진부해 보일 수 있는 사랑 이야기를 다루고 있음에도 관객은 신은경, 그녀의 매력에 푹 빠져들게 된다.

여성의 심리를 사랑이란 매개체를 통해 보여주는 영화 <좋은 사람…>은 20대 후반 여성의 일상을 잘 표현한 작품이다. 마치 자신의 생활을 공개하는 것 같아 얼굴이 화끈거리는 사람도 있다는 풍문이다. 로맨틱한 비디오를 몇 번이나 돌려보다가 비디오가 망가진 적이 있다거나, 방 정리를 한답시고 정리를 시작을 했으나, 자신의 빛 바랜 일기장을 찾아 읽다 보니 날이 새버려 그대로 잠이 들었거나, 침대나 요 주변에 먹을 것을 가져다 놓고 뒹굴뒹굴 거리며 지내다가 음식도 팔 주변에 다 묻혀 놓는 모습은 일반적인 여성들이 특히 공감하는 부분이다. 게다가 옛사랑을 잊지 못해 추억이 담긴 물건들을 수없이 보다, 정리하는 마음으로 불을 붙였는데 불길이 너무 세져서 자신의 머리카락에 붙어 황급히 불을 끄는 그녀의 모습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영화 <좋은 사람…>에는 남녀간의 사랑이야기보다는 우리 주변에 엉뚱하고 덤벙대는 그녀들의 솔직한 일상이 담겨져 있다. 로맨틱 코미디로 시작은 했지만 행복한 결말뿐인 영화와는 차별된다. 여성들의 마음을 살짝 훔쳐볼 수 있는 여러모로 특별한 영화이다. 특히나 아직도 솔로로 전전긍긍 하며 지내는 남성들에게는 좋은 참고서적이 될법한 영화가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