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저분한 냄새와 낙서로 숨이 막히는 화장실 그는 거울을 뚫어지게 보고 있다. 링 위로 뛰어 올라 순식간에 상대를 때려눕힐 것 같은 눈빛이다. 밖에서는 터질 듯한 고함과 랩이 가슴을 두드린다. 과연 그는 세상을 향해 분노를 터뜨릴 수 있을까?

-- 제 1라운드 --

독설과 비난으로 상대방을 처참히 무너뜨려야 하는 랩배틀에서 지미는 입한번 떼지 못한 채 무대를 벗어난다. 관중들의 야유와 힐난을 등지고 떠나는 그의 눈에서는 불안과 공포가 느껴진다. 분노와 고통이 힙합을 더욱 찰지게 한다면 그는 아직 인생의 쓰레기같은 부분을 더 맛보아야 하는 것이다.

임신한 여자친구에게 모든 것을 양보하고 이제 그에게 남은 것은 쓰레기 봉지에 담긴 옷 몇벌이다. 그리고 갈수 있는 곳은 제 또래 남자에게 (사실은 지미의 동창이다.) 의지하여 엉망진창으로 살고 있는 엄마의 집..트래이너 뿐이다. 그런 지미에게 고통스런 일상이 더 남았다고?!

주류와 비주류로 구분되는 8마일의 경계는 다만 물질의 풍요를 양분하는 것만은 아니다.
백인 상류층의 스위트 룸에는 필요없지만..하루하루를 간신히 살아가는 세상의 마이너리티들에게는 언젠가 반드시 열리기 바라는 탈출구가 필요한 것이다. 그것이 보험회사의 보험금이든, 빙고에서 운좋게 들어온 지폐 몇 장이든..말이다.

하지만 지미는 보다 도전적이며 본질적인 탈출구를 원한다.
뒤틀린 세상 밖에서 뒷 담화로 속 풀이를 하기보다는 정면으로 고통을 바라보고, 그 속을 통과해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사회적 폭력이 고스란히 존재하는 그의 트래이너에서 반드시 지켜줘야 할 어린 여동생이 맑은 눈으로 여전히 그를 보고 있는 것이다.

--제 2라운드 --

하지만 물론 일상은 만만치가 않다.
남자에게 버림받은 엄마는 남은 시간을 술에 의탁하고, 여자 친구는 뉴욕으로 가기 위해 지미의 친구에게 몸을 건넨다. 조금 모자란 듯 보이는 그의 친구들은 일만 저지르고 있다. 다니고 있는 제철 공장의 보스는 늘상 그를 못 믿어워 한다. 그런 상황 속에서 그가 택할 수 있는 것은 과연 무엇이란 말인가?!

정신적 지주였던 퓨처에게 반항(?)을하고 허풍쟁이 메니져를 묵사발로 만들어 놓은 지미..
그제서야 지미는 더이상 나가지 않을 거라 했던 랩배틀에 다시 도전장을 내밀 수가 있게 되었다. 그리고 그는 무서운 기세로 상대를 하나씩 둘씩 쓰러뜨리기 시작한다.

열광하는 관중. 허공을 응시하는 지미의 반항적인 눈빛.. 거침없이 쏟아져 나오는 비난과 욕설..아마도 이를 지켜보던 관객 역시 지난 자신의 삶만큼 쌓아두었던 분노를 그들과 함께 폭발시켜버릴 수 있었을 것이다.

또한, 그가 45초간의 마지막 대결에서 자신의 아픔을 통쾌하게 까발리는(?) 장면은 그 어떤 스포츠 영화의 혹은 영웅 스토리의 주인공들보다 강한 긴장감과 스릴 그리고 승리의 쾌감을 안겨준다.

--제 3라운드 --

터널을 제대로 통과하고 나니 그에게는 보다 많은 가능성이 제시되었다.
그렇다면 그는 과연 어떠한 길을 갈것 인가?! 흑인 못지 않은 뒷골목의 주인이 될 수도 있으며,
화려한 불빛 속으로 도망을 갈수 도 있는 그의 발길이 어디로 향할 것인가?!

지미는 진정으로 지금 8마일의 경계에 서있는 것이다.
그런 지미가 모두의 기대를 저버리고 홀연히 공장의 야간 작업장을 향해 떠날때..
나는 그의 뒷 모습을 보면서 생각했다. 진정! 젊음을 사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