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운 감독은 11일 오후 서울 메가박스 동대문에서 열린 <악마를 보았다> 언론시사회 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삭제된 시간은 1분30여 초 정도이다. 컷을 드러냈다기보다는 컷의 지속시간을 줄였다. 최대한 영화의 기운을 잃지 않으려고 편집을 했지만, 와사비(겨자)가 덜 묻힌 생선초밥을 먹는 느낌이라고 할까? 육질의 맛은 고스란히 남겨놨지만 와사비의 톡 쏘는 맛은 덜하지 않나 생각한다”라며 아쉬움을 표시했다. <악마를 보았다>는 영상물등급위원회로부터 일부 장면이 인간의 존엄을 해친다는 이유로 두 차례에 걸쳐 ‘제한상영가’ 등급을 받아 논란이 됐다. 이에 당초 계획된 개봉일정을 하루 연기하고 문제가 된 장면을 삭제한 뒤 가까스로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을 받았다. 그는 “톡 쏘는 맛을 덜어내면서 지독한 복수인데 지루한 복수가 되면 어떡하나 걱정을 많이 했다”면서 “삭제된 부분이 전체적인 두 사람의 구도를 크게 해치지 않는다고 판단했고, 두 배우의 명연기에 손해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이내 “머릿속에 있는 말과 마음속에 있는 말이 다를 수 있다. 가슴속의 말은 평생 가져갈 것”이라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고서는 “삭제된 장면들은 기존 영화에도 있는 똑같은 장면인데 굳이 왜 이 영화만 삭제 요청을 심하게 했을까 하고 집에서 곰곰이 생각했는데 그냥 좋게 칭찬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두 배우의 연기가 너무 힘 있고 리얼해서 다른 영화보다 더 리얼하게 다가오지 않았을까 하고. 도저히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면 견딜 수 없다”며 영등위의 심사에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특히 그는 할리우드 진출과 관련된 질문을 받고서는 “등급 논란 과정을 겪으면서 국내가 아닌 다른 환경에서 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심지어는 영화를 그만둬야 하나 생각도 했다”며 “21세기에 이런 일 겪어야 하나 하면서 3일간 고민을 했는데 그때 계속 대출 관련 스팸 문자가 와 이제 감독을 그만두면 뭘 해야 하는 상태까지 갔었다”고 불편한 심경을 토로했다. 한편, 시종일관 펼쳐지는 영화의 잔혹한 장면에 대해 김지운 감독은 “폭력적인 것을 영화적인 볼거리로 만들었다기보다는 지독한 복수를 감행하는 남자의 감정 표현”이라고 설명했다.
최민식도 영화의 지나친 폭력성이 모방범죄로 이어질 수 있다는 말에 대해 “영화는 현실을 반영한다는 감독의 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면서 “우리는 숨쉬는 공기만큼이나 폭력의 홍수 속에서 중도되어 살아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차피 우리 사회에 끔찍한 폭력이 존재하고 있다면 모방이 된다는 협소한 생각은 버리고 이렇게 폭력을 드러내놓고 얘기하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이병헌은 “많은 분들이 누가 악마냐고 묻는데 악마는 누구를 지칭하는 게 아니라 보는 사람에 따라 다르다”면서 “복수를 다룬 다른 영화에서 관객은 통쾌함을 느끼지만, 이 영화는 복수를 하는 과정에서 주인공이 계속 이렇게 해야 하는지 갈등을 느끼고 피로해한다. 그런 부분이 기존의 복수를 다룬 영화와는 다른 감성이다”고 보탰다.
두 배우의 불꽃 뛰는 연기 대결이 압권인 <악마를 보았다>는 8월 12일 개봉한다. |
두
차례에 걸쳐 영상물등급위원회로부터 ‘제한상영가’ 등급을 받아 영화 개봉에 고초를 겪었던 김지운 감독이 아쉬움과 함께
강한 불만을 토로했다. 
영화
<악마를 보았다>는 국가정보원 경호요원 김수현(이병헌)이 약혼녀가 잔인하게 살해당하자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을 막지
못한 자괴감과 분노로 범인인 연쇄살인마 장경철(최민식)을 찾아내 죽지 않을 만큼의 고통을 가하고 놓아주기를 반복하는
등 연인이 겪은 고통을 그대로 되돌려 주기 위해 처절하게 응징하면서 자신도 점점 파멸해간다는 이야기로, 악마 같은
살인마를 상대하면서 자신도 모르게 악마가 되어가는 한 남자의 처절하고도 슬픈 복수극이다. 영화는 ‘내가 만약 피해자라면
어떻게 복수를 할까?’라는 가정에서 출발하여 ‘복수’라는 주제로 무섭도록 직설적으로 그려낸다. 또한, 범인의 찾는
과정의 미스터리보다 범인을 상대하는, 처절한 응징의 과정에 집중한다. 이에 시종일관 잔인하고 잔혹한 장면이 펼쳐진다.
단순하게 가해자를 찾아내서 죽이고 끝내는 일반적인 복수극과는 다른 형식을 띄고 있기는 하지만, 144분이라는 긴 상영시간
동안 극에 몰입하게 하는 힘은 최민식과 이병헌이라는 걸출한 두 배우가 뿜어내는 강렬한 에너지와 불꽃 튀는 대결이다.
최민식의 소름 돋는 연쇄살인마 연기는 뇌리에서 쉬이 잊혀지지 않으며, 이병헌의 흔들리는 눈빛 연기와 강렬한 액션 연기도
인상적이다. 이밖에 스타일리시한 영상과 극의 분위기를 고조시키는 사운드도 돋보인다. 그러나 존재감 없는 주변 인물들과
좀 더 치밀하지 못한 이야기 전개는 아쉬운 부분이다. 한편, ‘제한상영가’로 논란이 됐던 폭력수위는 생각보다는 높지
않으며 잔혹한 장면 역시 이전의 영화들에게 봐왔던 장면이라 충격은 덜한 편이다. 그래도 영화 전반에 걸쳐 끔찍하고
잔혹한 장면이 펼쳐지기 때문에 일부 관객들에게는 다소 버겁게 느껴질 수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