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동 감독의 <시>와 임상수 감독의 <밀양>이 오는 5월12일부터 23일까지 프랑스 칸에서 열리는 제63회 칸 영화제 공식 경쟁부문에 나란히 초청됐다. 칸국제영화제 조직위원회는 15일 파리에서 열린 기자회견을 통해 <시>와 <하녀>를 포함해 16편의 공식 경쟁부문 진출작을 발표했다. 한국영화 2편이 경쟁부문에 동시에 초청된 것은 2004년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와 홍상수 감독의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 2007년 이창동 감독의 <밀양>과 김기덕 감독의 <숨>에 이어 세 번째다. 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이창동 감독과 15년 만에 스크린으로 컴백하는 배우 윤정희와의 만남으로 화제를 모은 <시>는 간병인으로 일하며 홀로 남겨진 중학생 손자(이다윗)와 함께 힘겹게 생활하지만 소녀와 같은 순수함을 간직한 호기심 많고 엉뚱한 미자(윤정희)가 동네 문화원에서 우연히 '시' 강좌를 수강하게 되고 난생 처음이자 어린 시절부터 꿈꾸던 시 쓰기에 도전하면서 그 동안 알지 못했던 세상의 이면을 보게 되고 세상으로부터 받은 상처를 한편의 시로 담기까지의 과정을 섬세하게 담는다.
제작사 측에 따르면, 지난 4월 1일 칸 영화제 사무국은 <시>의 프랑스 자막본 프린트를 받은 즉시 시사를 하였고, 그 다음날 곧바로 티에리 프레모 칸 영화제 집행위원장이 이창동 감독에게 직접 "세련된 단순성, 휴머니티, 그만의 형식, 그리고 시 그 자체가 있는 뛰어난 작품으로 보편적 예술이라 부를 수 있는 영화다"라는 감상과 함께 극찬을 하는 이메일을 보내왔다. 이에 영화 <시> 관계자들은 그때부터 긍정적인 예상을 하고 있었다고. 이번 영화 <시>의 칸 영화제 경쟁부문 진출 확정은 여러 면에서 의미가 깊다. 우선 이창동 감독과 칸 영화제의 인연을 빼 놓을 수 없다. 2007년 칸 영화제에도 <밀양>으로 공식 경쟁부문에 진출한 바 있는 이창동 감독은 배우 전도연에게 이 영화로 여우주연상을 안겨주며 그녀를 ‘칸의 여왕’으로 만들었다. 또한 이창동 감독은 지난해 칸 영화제 경쟁부문 심사위원을 맡기도 했다. 국내를 넘어 세계가 인정하는 한국의 대표 감독 이창동. 그가 이번에는 어떠한 평가로 세계의 주목을 받게 될지 관심이 집중된다. 이와 함께 경쟁부문에 초청된 <하녀>는 한국 영화사에 스릴러 걸작으로 손꼽히며 당대 최고 흥행작에 오른 고(故) 김기영 감독의 1960년작 ‘하녀’의 50주년을 기념하는 리메이크 작품이자, '칸의 여왕' 전도연을 비롯 이정재, 윤여정, 서우의 화려한 캐스팅과 이슈메이커 임상수 감독이 연출을 맡아 연일 뜨거운 화제를 모으고 있는 작품이다. 앞서 원작인 김기영 감독의 <하녀>는 세계적인 거장 마틴 스콜세지의 지원으로 디지털 복원되어 지난 2008년 칸 영화제에서 특별 상영되면서 국제적인 주목을 받은 바 있다. 제작사 미로비젼 채희승 대표는 “굉장히 촉박한 일정으로 미완성본을 보내게 되어 걱정했는데 영화제 측에서 시사 직후 긍정적인 결론을 내린 걸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밀양>에 이어 <하녀>로 3년 만에 또 한번 레드카펫을 밟게 된 전도연은 "듣는 순간 할말을 잃었다. 수상 여부에 상관없이 너무 기쁘고 영광스럽다. 좋은 작품 만들어주신 감독님과 배우, 스태프 모두에게 고맙고 함께 기쁨을 나누고 싶다. 정말 좋다"고 전했다. 다시 한번 칸 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을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공교롭게도 <밀양>으로 호흡을 맞췄던 이창동 감독과 배우 전도연이 각기 다른 영화로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경쟁하게 돼 눈길을 끈다.
그러나 아쉽게도 칸 영화제 감독상을 수상한 바 있는 임권택 감독의 101번째 영화 <달빛 길어올리기>는 경쟁부문에 초청받지 못했다. 한편 경쟁 부문은 아니지만, 세계 각국의 영화들 중 비전과 스케일을 겸비한 독창적이고 남다른 작품들을 모은 '주목할 만한 시선' 섹션에 홍상수 감독의 신작 <하하하>가 초청됐다. 이로써 홍상수 감독은 1998년 <강원도의 힘>(주목할만한 시선)을 시작으로 1999년 <오! 수정>(주목할만한 시선), 2004년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경쟁부문), 2005년 <극장전>(경쟁부문), 2009년 <잘 알지도 못하면서>(감독주간) 등 총 6차례나 칸 영화제에 초청받는 기염을 토하며 국내 감독 중 가장 많이 칸 영화제에 진출한 감독이라는 명예를 얻었다. 지금까지 칸 영화제에서 수상한 한국영화로는 임권택 감독의 <취화선>(2002, 감독상),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2004, 심사위원대상), 이창동 감독의 <밀양>(2007, 여우주연상), 박찬욱 감독의 <박쥐>(2009, 심사위원상)가 있다. 올해로 63회를 맞은 칸 영화제는 오는 5월 12일 개막해 23일 폐막하며(현지시간) 수상결과는 23일 폐막식에서 발표된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