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이모우 감독 “김동호 위원장의 마지막 함께 해 영광”

중국 출신의 세계적인 거장 장이머우 감독이 올해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된 새 영화 <산사나무 아래>로 부산을 찾았다. 1999년 제4회 부산국영화제 폐막작으로 선정된 영화 <책상 서랍 속의 동화>로 부산을 찾은 지 11년 만이다.

장이모우 감독은 7일 오후 부산 해운대 CGV센텀시티에서 열린 <산사나무 아래> 언론시사회 및 기자간담회에서 “11년 전에 왔을 때 부산국제영화제가 계속 발전하겠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역시 예상대로 아시아 최고의 영화제가 됐다”며 “중국 내에서도 부산국제영화제에 대한 관심이 높다. 아무래도 한국 배우들을 좋아하는 팬들이 많아지다 보니까 영화제를 알리는데도 도움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김동호 집행위원장이 떠나는 마지막 해에 오게 돼 더욱 영광으로 생각하고, 이 또한 김동호 위원장님과 부산국제영화제, 그리고 저 사이의 인연이 아닐까 생각한다”면서 “김 위원장이 잘 다져 놓은 초석 위에서 앞으로 부산국제영화제가 더욱 더 발전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장이모우 감독은 중국 제5세대를 대표하는 감독으로 오스카상 후보로 3차례나 이름을 올렸으며, 다수의 국제영화제에서 수상한 바 있다. 대표작으로는 <붉은 수수밭>(1987), <홍등>(1991), <책상 서랍 속의 동화>(1999), <영웅>(2002), <삼창박안경기>(2009) 등이 있다. 지난 2008년에는 베이징올림픽 개막식 공연을 연출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그가 선보인 새 영화 <산사나무 아래>는 중국소설 ‘산사나무의 사랑’을 각색한 작품이다. 영화는 중국의 문화혁명기를 배경으로 투옥된 아버지와 몸이 불편한 어머니를 대신해 정식 교사가 되어 집안을 일으켜 세워야 하는 찡치우(저우동위)가 어느 날 농촌으로 봉사활동을 갔다가 그곳에서 지질탐험대원으로 일하는 라이산(두오샤오)을 보자마자 호감을 느끼고 그의 무조건적이고 헌신적인 모습에 사랑에 빠지지만 어머니의 반대로 어려움을 겪게 되고 급기야 백혈병에 걸린 라이산이 말도 없이 사라지자 그를 찾아 나서게 된다는 내용으로, 순박한 연인들의 지고지순한 사랑을 섬세하고 따뜻하게 그렸다. 가난한 여자와 부유한 남자, 불치병이라는 뻔한 설정과 별다른 스토리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극에 몰입케 하는 감독의 내공과 신인이라고 믿기지 않을 정도로 두 주연배우들의 뛰어난 연기가 강력한 힘을 발휘하며 절로 눈시울을 젖게 만들며 마음을 움직이기 한다. 특히 두 주연배우들이 눈물을 흘리때면 어느덧 눈가가 촉촉해진다.

장이모우 감독은 “베이징올림픽이 끝나고 나서 영화 소재를 찾던 차에 어시스턴트의 추천으로 소설을 읽고 마지막 장면에서 큰 감동을 받고 영화로 만들기로 결정했다”면서 “문화대혁명이라는 격변의 시기에 순수한 사랑을 그려 감동을 줄 수 있다는 알려주고 싶었다. 또 소박한 이야기를 했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는데, 특별한 이유는 없고 좋은 이야기를 알게 돼 찍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문화혁명 시기를 배경으로 한 데 대해 “그 시기에 나는 16~26세의 성장기였다. 회상하자면 비극적이고 아픈 기억이 있다”면서 "영화를 찍을 때는 문화혁명이라는 배경은 최대한 멀리하고 두 사람의 사랑이야기에 집중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불치병에 걸린 남자가 죽는다는 설정이 진부한 게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나도 썩 마음에 들지 않지만, 원작을 최대한 훼손하지 않으려 했다”며 “죽는다는 내용이 중요한 게 아니라 배우들이 어떻게 표현하느냐가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답했다.

한편, 두 주연배우는 7천명의 경쟁률을 뚫고 뽑혔다. 찡치우를 연기한 저우동위는 “감독님이 연기하는 방법뿐만 아니라 사람에게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가르쳐줬다”며 “작업 자체가 영광스러운 순간이었다”고 말했다.

라오산 역의 두오샤오 역시 “감독님이 항상 한 말은 연기도 잘하고 사람으로서의 도리도 잘 해야한다는 것이었다. 더 많은 것을 배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