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진 "타블로 사건 같은 마냥사냥 안타까워"

배우 이정진이 최근 뜨거운 이슈였던 ‘타블로 학력위조 의혹 논란’에 대해 개인적 의견을 밝혀 눈길을 모았다.

이정진은 20일 오후 서울 왕십리CGV에서 열린 영화 <돌이킬 수 없는> 언론시사회 및 기자간담회에서 “이 영화는 어떤 사람이 한 실수와 의문을 가지고 그 사람을 범인으로 몰아가고 마녀사냥을 하는 사회에 대한 외침의 영화”라며 “분야가 달라 개인적으로 타블로를 본 적은 없지만 같은 연예인으로서, 시민으로서 유심히 지켜봤다”며 말했다.

이정진은 이어 “연예인이기 때문에 일일이 대처할 수 없었던 타블로의 입장이 사건은 틀리지만 영화에서의 유세진과 비슷한 것 같다”며 “지금은 검찰이 개입해 해결이 됐지만 여전히 그를 거짓말쟁이 혹은 사회적인 범죄자로까지 몰고 가고 있는 분위기인 것 같고 아직까지도 곱지 않은 시선을 바라보는 게 있는 것 같다”며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이정진은 또 “나와 다르거나 부족한 사람에 대해 더 아껴줘야 하는데 안타깝게도 그들을 배제시키고 손가락질 하는 게 많은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정진은 이번 영화에서 과거 아동성범죄 관련 전과로 인해 조용한 시골마을에서 벌어진 아동실종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로 몰려 온갖 수모를 받다가 비극을 맞게 되는 유세진 역을 맡아 과감한 이미지 변신을 시도했다.

이정진은 “시나리오를 봤을 때 전체적인 내용의 스토리 전개가 확실했고 감독님에 대한 확신이 있어 출연하게 됐다”며 “이 영화를 본 관객들의 반응과 의견이 각자의 입장과 직업, 환경에 따라 달라질 거라고 생각하지만, 내 입장에서 봤을 때는 과연 첫 번째 범죄도 유세진이 저지었을까 하는 것도 의문이 남는다”고 말했다.

이정진은 이어 “접근하기 힘든 캐릭터지만 반대로 쉽게 접근하는 쪽으로 생각했다”며 “나도 살아오면서 누군가에게 손가락질하고 누군가를 낙인찍고 범인으로 몰아간 적 있지 않는가에서 출발했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대부분 그런 경험이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정진은 영화에 대해 “아동 성추행범을 옹호하거나 또는 영화에서처럼 단죄해야 된다는 영화가 아니다”며 “우리 비뚤어진 시선과 나 역시 그렇지 않나 되묻는 영화”라고 소개했다.

한편, 박수영 감독은 유세진 역에 이정진을 캐스팅한 이유에 대해 “이정진이 가지고 있는 선한 인상과 눈매 등 보통 보여지는 이미지들이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범죄자의 모습과는 정반대에 있지만 이 영화를 통해서 다르게 표현할 수 있는 여지가 많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주변에서 많은 사람들이 ‘유세진 역할이 이정진이여?’ 의문을 제기했지만 나는 분명 가능할 것이라 생각했고 원했던 안타까운 정서도 잘 표현됐다”고 말했다.

박 감독은 영화에 대해 “아동성범죄 사건에 대해 최대한 중립적인 자세를 견지해서 많은 사람들한테 공감을 일으킬 수 있는 데 중점을 뒀다”며 “시나리오를 받고서는 영화적으로 어떻게 표현할까, 장르적인 재미가 있을까 하는 고민보다는 담고 있는 이야기 자체가 우리 사회에 필요한 이야기라는 사명감이 들었다”고 말했다.

박 감독은 이어 “‘잘못됐다’라는 문제제기보다는 사람이 사람을 판단하고 단죄하는 게 너무 성급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이 사람에 대해서 규정짓고 판단할 때 충분한 논의와 긴 시간을 걸친 다음에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영화 <돌이킬 수 없는>은 경기도 외곽 지역의 작고 조용한 마을에서 어느 날 아이가 실종되는 사건이 발생하는 사건이 벌어지고 가족과 함께 이사 온 세진(이정진)이 단지 과거의 아동성추행 전과가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실종아이의 아버지 ‘노충식’(김태우)과 담당 형사, 그리고 마을 사람들로부터 범인으로 몰리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영화는 ‘돌이킬 수 없는’이라는 제목처럼 단지 아동성폭력 전과가 있다는 이유와 편견만으로 세진은 물론 그의 가족에게 돌이킬 수 없는 짓을 가하게 된 아버지와 마을 사람들의 이야기로, 전과자와 그의 가족을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비뚤어진 시선과 오해, 편견에 일침을 가하며 과연 당신이라면 이 상황에서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물음과 범죄자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에 질문을 던진다. 또한 너무나도 성급하게 범인으로 판단하고 단죄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통해 마녀사냥식 풍조가 만연한 우리 사회를 돌아보게끔 한다. 물론 피해자의 입장에서 봤을 때 논란의 여지가 없지 않지만, 무기력하게 당할 수밖에 없는 전과자와 그의 가족을 보면서 안타까움과 측은한 마음이 드는 건 분명하다. 감독의 진심과 주 주연배우의 열연이 느껴지지만, 영화의 전개과정이나 짜임새 면에서는 조금 아쉬운 부분은 있다. 그래도 아동 성추행 전과범이라는 쉽지 않은 역할을 과감하게 맡아 훌륭하게 연기해낸 이정진의 노력은 높이 살만하다. 영화는 오는 11월 4일 개봉한다. [돌이킬 수 없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