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진호 감독은 22일 오후 서울 삼성동 코엑스 메가박스에서 열린 <호우시절>(감독 허진호 제작 판씨네마·Zonbo Media·영화사 호·토러스필름) 언론시사회 및 기자간담회에서 "이번 영화가 5번째 작품인데,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들에 있어서 밝게 바라보고 싶은 생각이 있었다"고 말했다. 허 감독은 "단면만 볼 수도 있는 단점이 있지만 그전에 내가 조금 어두운 쪽에서 세상을 바라보고 사랑하는 사람들을 바라봤다면, 이번에는 밝고 희망적으로 바라보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에 동석한 주연배우 정우성이 "아이가 생겨서 그런 것 같다"며 "근데 아기가 몇 개월인지 본인이 모르더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허 감독은 중국 청두에서 올로케이션한 이유에 대해 "이전에 청두에 있는 두보 초당을 갔었는데 그 공간이 너무 마음에 들었고 고등학교 시절 두보의 '춘망'이라는 시를 배웠던 기억이 있어서 이 공간에서 영화를 찍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공간에 대한 정서들이 참 좋았다"고 설명했다. 허 감독은 "힘들게 만들었지만 영화를 끝내고 행복했다. 중국 촬영이 힘들었지만 떠나올 때 정이 들었다"고 만족감을 표시했다. 허진호 감독과 처음으로 호흡을 맞춘 정우성은 상영에 앞서 무대인사에서 "허 감독을 절실히 느끼면서 찍은 영화"라며 "여러 작품을 함께 할 뻔했는데 이번에 진짜 좋은 타이밍에 허진호와 정우성이 만났다"고 말했다. 정우성은 이어 "내가 보일려고 하고 달성하려고 했던 게 잘 담긴 것 같다"며 "영화도 그렇고 사랑도 그렇고 언어와 국경은 무의미한 것 같다. 내가 영화를 사랑하고 또 사랑하는 남자로서 사랑을 갈구하다 보니 이런 생각이 들더라. 이 영화를 보고 사랑에 따뜻한 감정을 다시 불러일으켰으면 한다"고 말했다. 여주인공 메이 역으로 출연한 중국 배우 고원원은 "나도 사랑에도 국경이 없다고 생각한다"며 "이번 영화를 찍으면서 중국인인 내가 정우성씨랑 어떻게 의사소통을 했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는데, 언어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물론 우리가 진짜 사랑을 나눈 건 아니지만, 영화라는 것이 언어와는 상관없이 똑같은 공통된 마음이 있다면 얼마든지 애정의 감정을 가지고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고원원은 또 "허진호 감독의 5번째 영화포스터에 내 얼굴이 있으면 어떨까하는 상상을 종종 했었는데 마침내 꿈을 이뤘다"며 "허 감독과 작업을 해보니 허 감독의 본인의 실질적인 기질과 이전에 영화에서 봤던 느낌이 똑깥아 좋았다"고 덧붙였다.
허진호 감독의 영화 중 가장 밝은 영화이자 사랑이 이뤄지는 영화 <호우시절>은 15세 관람가로
10월 8일 개봉한다. |
자신의
영화 중 가장 희망적이고 행복한 사랑이야기로 돌아온 허진호 감독이 자신의 변화에 대해 이야기했다. 
가장
통속적이지만 동시에 모두가 공감하는 '사랑'이라는 소재를 평범한 일상 속 인물들을 통해 솔직한 감정과 진심을 담아
풀어내는 그만의 방법으로 늘 사랑에 대한 질문을 던져온 허진호 감독의 다섯 번째 로맨스 <호우시절>은 대지진의 아픔을
겪은 중국 쓰촨성 청두에 출장 온 건설중장비회사 팀장 동하(정우성)가 우연히 들른 두보 초당에서 관광 가이드를 하고
있는 미국 유학시절 친구 메이(고원원)와 기적처럼 재회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로, 유학시절 서로 좋아했지만 감정을 확인하지
못하고 헤어졌던 두 남녀가 다시 만나 그 시절의 서로를 떠올리며 기억을 나누는 사이 다시 사랑을 느끼게 되면서 잊었던
자신의 꿈을 떠올리고 가슴속 아픔과 고통을 덜어낸다는 내용의 밝고 따뜻한 멜로영화다. 영화는 제목인 ‘好雨時節 :
때를 알고 오는 좋은 비’처럼, 스쳐 보낸 채 서로의 존재를 잊어버린 채 각자 살아왔지만 다시 만난 그 사람은 놓칠
수 없는 진짜 사랑일 수 있다는 말을 한다. 긴 세월이 흘러 변화한 서로를 긍정하며 감싸 안는 두 사람의 모습을 통해
사랑이 무엇인지, 또 그 사랑이 삶에 무엇을 해 줄 수 있는지를 돌아보게 한다. 또한 외국어인 영어로 대화하는 두
사람을 통해 사랑이란 결국 언어 그 이전의 것임을 깨닫게 한다. 누구나 한 번쯤 가지고 있을 만한 '말하지 못한 채
보내버린 사랑'에 대한 기억이 진짜 사랑이 될 수도 있다는 희망이 공감대를 불러일으킨다. 만남, 망설임, 고백, 다시
시작되는 사랑의 과정과 감정을 허진호 감독의 특유의 섬세함과 서정적인 영상미로 담아내며 잔잔한 여운을 선사한다. 인상적이지
않지만 정우성의 미묘한 감정 연기와 중국배우 고원원의 순수하고 맑으면서도 통통 튀는 매력도 볼만하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다소 밋밋할 수도 있는 이야기에 웃음을 선사하는 김상호의 감칠맛 나는 연기. 중국 현지인으로 착각할 만큼
완벽하게 중국어로 구사하는 것은 물론 두 주인공의 아쉬운 만남에 끼어드는 눈치 없는 훼방꾼으로 극의 양념 노릇을 톡톡히
해낸다. 단 자막을 읽는 불편함을 감수해야할 듯.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