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더' 김혜자 "엄마의 본질은 똑같다"

- 봉준호 감독, 김혜자·원빈 주연 <마더> 언론시사회

62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최초 공개 후 뜨거운 호응과 호평을 받은 봉준호 감독의 신작 <마더>(제작 바른손)가 마침내 국내에 공개됐다.

칸에서 금의환향한 봉준호 감독은 20일 오후 서울 용산CGV에서 열린 언론시사회에서 참석해 "칸에서 불어 자막, 영어 자막이 동시에 난무하는 가운데 영화를 상영했는데 그 와중에 자막에서 증발되는 대사들이 아까웠는데 오늘 한국 분들과 같이 보니 그런 안타까움이 없어 좋았다. 그런데 막상 영화가 끝나니 긴장된다"며 소감을 밝혔다.

김혜자는 "기분이 참 행복했다. 누구에게인지 모르겠지만 모든 것에 감사했다"며, 원빈은 "개인적으로 좋은 작품에 참여를 하게 되고 또 큰 무대에 설 수 있어서 행복한 경험이었다"고 전했다.

오는 5월 28일 개봉을 앞둔 <마더>는 스물 여덟 나이에도 제 앞가림은커녕 자잘한 사고를 치고 다니는 어수룩한 아들 도준(원빈)이 동네에서 소녀 살해 사건의 범인으로 몰리자 아들의 무죄를 입증하기 위해 홀홀단신 진짜 범인을 찾아 나서는 엄마(김혜자)의 사투를 그린 영화로 봉준호 감독의 신작, 국민엄마 김혜자의 새로운 ‘모성’ 연기, 5년 만에 스크린에 돌아온 원빈의 연기 변신으로 제작 전부터 큰 관심을 모았으며, 첫 공개한 칸 영화제에서 20분에 달하는 기립 박수 세례를 받으며 뜨거운 호응을 받았다.

봉 감독은 '칸 경쟁부문에 진출하기에 손색이 없었다'는 외신의 호평에 대해 "위로해주기 위해서 쓴 글이라고 생각한다. 1등부터 10등까지 성적 발표하면 나머지 50명은 다 11등인 척하지 않느냐"며 "그것보다 영화 자체를 어떻게 봤는지가 궁금했을 뿐"이라고 답했다.

봉 감독은 영화에 대해 "꼭 살인을 해봐야 살인 영화를 찍을 수 있는 것은 아니듯이 남자지만 엄마라는 존재, 모성에 대한 것을 나름 고민을 많이 했다"며 "내가 지켜봤던 어머니의 모습과 이 영화의 출발점이 됐던 혜자 선생님의 모습, 혜자 선생님이 그동안 수십 차례 했던 여러 가지 어머니의 모습, 그리고 엄마는 아니지만 아이를 키우면서 받았던 여러 가지 생각들이 섞이면서 시나리오 작업을 해나갔다. 또 영화를 찍을 때는 혜자 선생님으로부터 도움을 받기도 했다"고 말했다.

봉 감독은 배우 김혜자에 대해 "이미 접신의 경지로 몇 십 년 살아온 분이 또 한 번 업그레이드를 시도하는 것이 얼마나 어렵고 고통스러우며 도전적이었을까. 그런 과제를 스스로에게 부여했는데 그 결과는 영화에 남아 있다고 생각한다"고, 오래만에 복귀한 원빈에 대해서도 "시골 마을의 백수 청년 정서를 너무 잘 알더라. 내가 오히려 도움을 많이 받았다"며 칭찬했다.

희생적인 엄마 이미지를 벗어나 폭발적인 엄마의 모습을 보여준 김혜자는 "여태까지 보든 엄마와 틀리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엄마의 본질은 똑같다고 생각한다. 다만 상황이 이런 상황이기 때문에 엄마의 행동이 이럴 수밖에 없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혜자는 이어 "봉 감독이 '아들은 내 배속에서 열 달을 키우고 있다가 내보낸 최초의 이성이 아니냐'고 하더라, 그게 나한테 숙제를 줬다고 생각했다"며 "시나리오를 보면서 어딘가 그리스 비극을 닮았다는 느낌과 구석구석마다 숨은 그림이 참 느낌을 받았다. 봉 감독이 나의 자고 있던 죽어 있던 세포들을 노크해 깨워준 것 같았고 대본에 충실하게 연기했다"고 덧붙였다.

김혜자는 젊은 여배우들도 꺼려하는 클로즈업 장면이 부담스럽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클로즈업인지 롱샷인지 별로 개의치 않고 그냥 했다"며 "그런데 극중 진태 집에서 골프채 갖고 나오는 장면이 팔순 노파 같더라. 기가 막혀서 어떻게 저렇게 찍을 수 있느냐가 따진 적이 있는데 칸에서 자세히 보니까 그런 게 별로 눈에 거슬리지 않고 저 엄마가 몇 살인지 따질 겨를도 없이 영화가 흘러가는 것을 느꼈다. 쓸데없는 것 때문에 봉 감독에게 항의했던 것이 미안했다"고 전했다.

순수하다 못해 어수룩할 지경인 아들로 변신한 원빈은 "도준이라는 인물이 정말 매력적이었다"며 "극중에서 어떻게 보면 바보스러운 친구로 나오는데 관객들도 그런 느낌을 받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도준의 유일한 친구이자 엄마가 사건을 파헤치는 과정을 돕는 진태 역의 진구는 "봉 감독님이 내 생각을 하면서 썼다고 해서 그런지 대본을 처음 받았을 때는 진태가 꼭 나 같았다. 말투나 행동이나 꼭 감독님이 점쟁이인 것처럼 어떻게 잘 아실까 생각이 들 정도로 정말 나 같은 대본이라서 감사하게 촬영했다"며 "처음으로 아무 것도 준비하지 않고 감독의 지시에만 오로지 순정했는데 모니터를 보고 나온 작품을 감독님이 나한테 옳은 일을 시켰다는 것을 깨닫고 지금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원빈은 "진구가 동생인데도 내가 오랜만에 촬영해 긴장하는 것을 알고 풀어주려고 많이 도움을 줘 힘이 됐다"며 감사를 표시했으며, 진구도 "톱스타가 아니라 편하고 친해지고 싶은 형이었다. '마더'를 하면서 내가 얻은 재산 중 하나"라고 화답했다.

끝으로 봉 감독은 "아직 나의 어머니가 영화를 보지 않으셨는데 최후의 관객으로서 긴장이 된다"면서 "엄마나 엄마가 계신 분, 엄마에 대한 기억이 있는 모든 분들이 다들 재밌게 봤으면 좋겠다"는 바램을 전했다.

김혜자도 "무엇보다 우리 나라 관객분들이 이 영화를 어떻게 보느냐가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원빈은 "지금까지 보내준 애정을 영화 개봉 후에도 끈을 놓지 말아 달라"고 주문했다. 진구 역시 "전 세계 모든 어머니께 추천해 드리고 싶은 영화이고, 나도 꼭 엄마와 두 손 잡고 영화를 보겠다"고 말했다.

최고 흥행작 <괴물>을 만들었던 봉준호 감독의 신작이자 어릴 적부터 우상이었던 김혜자로부터 2004년 일찌감치 출연 약속을 받아뒀고 5년만에 결실을 보게 된 <마더>는 나이에 비해 순진하고 어수룩한 아들 도준(원빈)이지만 그만 바라보면 살던 엄마가 동네에서 일어난 여고생 살인 사건의 범인으로 아들이 몰리자 아들의 무죄를 입증하기 위해 홀홀단신 진짜 범인을 찾아 나선다는 내용으로, 아들의 결백을 밝히기 위해 나섰다가 숨기고 싶었던 과거의 끔찍한 기억과 믿을 수 없는 진실과 맞닥뜨리게 되지만 아들을 위해 자신도 어찌할 수 없는 끔찍한 일을 벌이게 되는 불쌍하고 처절한 엄마의 이야기를 그렸다. 영화는 살인 사건 자체보다는 가장 강하면서도 원초적인 관계인 엄마와 아들의 관계와 감정에 초점을 맞추고 엄마란 도대체 어떤 존재이고 아들을 위해 도대체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를 지독하게 파고들며, 모성이 극단으로 몰리면서 어떻게 광기로 변해 가는지를 보여준다. 익히 봐왔던 선하고 희생적인 엄마의 모습과 달리 집착과 광기 어린 엄마의 모습이 낯설면서도 새롭게 다가온다. 전작들과 비교해 다소 건조하고 어두운 분위기지만 배우들의 빼어난 연기가 이를 충분히 상쇄시켜 준다. 두말이 필요 없는 김혜자의 혼신의 연기는 단연 압권이며, 새로운 모습으로 컴백한 원빈의 안정적인 연기도 칭찬할 만하다. 여기에 두 주연배우 사이에서 압도적인 눈빛과 몸짓으로 놓칠 수 없는 긴장감을 선사하는 진태 역의 진구의 강렬한 연기도 눈에 띈다. 또한 흡입력 있는 스토리와 뛰어난 미장센, 촬영테크닉, 서스펜스도 영화의 완성도를 높이는데 한몫 한다. 특히 이 영화가 더욱 흥미로운 것은 어린 시절 자신을 죽이려고 했던 엄마에 대한 아들의 복수로도 읽힌다는 것이다. 결국 엄마를 점점 광기로 몰아 놓는 것은 아들 도준이다. 그래서 마지막의 달리는 관광버스 안에서 애써 모든 것을 잊으려는 듯 춤을 추는 엄마의 모습은 묘한 슬픔을 불러일으킨다. 도입부와 후반부 사랑과 광기, 고통과 슬픔이 뒤범벅된 심정으로 갈대밭에서 실성한 사람처럼 춤을 추는 장면은 아주 인상적이다. 그래도 숨겨진 반전을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다는 점은 아쉽다. 다시 한번 <괴물>의 기적을 재현하기는 힘들겠지만, 관심과 기대만큼 흥행에서도 좋은 결과를 얻을 것으로 기대된다. [마더]


2009.05.20 / 코리아필름 김철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