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개 부문 23개국 105편(장편 37편, 단편 68편) 초청

올해로 11회째를 맞는 서울국제여성영화제(IWFFIS)가 오는 4월 9일부터 16일까지 9일간 열리는 서울 신촌 아트레온 4개관에서 개최된다.

영화제 집행위원회는 10일 오전 서울 신세계백화점 본점 신관 10층 문화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올해 11회 영화제의 프로그램과 상영작을 확정, 발표했다.

‘여성의 눈으로 세계를 보자!’라는 캐치프레이즈 아래 관객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뜨거운 애정으로 자라온 그리고 아시아 여성영화 네트워크 중심이자 세계 최대 규모의 국제여성영화제를 중 하나로 성장한 서울국제여성영화제는 올해 세계적인 경기 침체로 인해 상영 편수를 대폭 줄이는 대신 내실을 기하고, 2008년 성공적으로 개최된 10회를 정리하고 11회를 맞이하면서 ‘새로운 시작’을 약속하며 소박한 마음으로 여성영화축제를 준비하던 ‘초심’으로 돌아간다.

이에 올해 영화제는 역대 최대 상영작을 초청했던 작년의 141편(장편63편, 단편78편)보다는 훨씬 줄어든 23개국 105편(장편 36편, 단편 59편)이 초청됐다. 예산도 3억 가량 줄었다.

프로그램은 ▲ 개막작, ▲ 새로운 물결, ▲ 여성노동과 가난, ▲ 천 개의 나이듦, ▲ 걸즈 온 필름 : 걸즈 온 더 로드, ▲ 퀴어 레인보우 : 일상다반사, ▲ 오픈 시네마, ▲ 아시아 단편경선, ▲ 이주여성 영화제작 워크숍 : 부부 카메라 일기, ▲ 다큐멘터리 옥랑문화상 등 10개 부문으로 나뉘어 진행된다.

개막작은 아시아계 미국인인 제니퍼 팡 감독의 첫 장편영화인 <반쪽의 삶>이 선정됐다. <반쪽의 삶>은 아시아계 미국인 가족과 인종적, 성적 소주자인 주변 인물들을 통해 불확정성이 지배하는 동시대인들의 불안을 상상력이 넘치는 매혹적인 이미지와 사운드로 이끌어낸 작품으로 지난해 아시안아메리칸국제영화제에서 대상과 감독상을 수상한 바 있다. 제니퍼 팡 감독은 개막식에 참석할 예정이며, 아시아 단편경선 부문 심사위원으로도 활약한다. 권은선 수석프로그래머는 "재능 있는 감독의 출연이라는 점에서 높이 평가했다"며 "향후 여성 영화를 대표하는 감독으로 자리매김할 감독이 될 것"이라고 선정이유를 밝혔다.

‘새로운 물결’에서는 ‘여성영화’의 대모인 아녜스 바르다 감독이 자신의 영화 인생을 정리한 자전적 다큐멘터리 <아녜스 바르다의 해변>을 비롯해 해외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재미동포 김소영 감독의 <나무없는 산>, 이경미 감독의 <미쓰, 홍당무>, 부지영 감독의 <지금 이대로가 좋아요>, 이숙경 감독의 <어떤 개인 날>, 그리고 서울국제여성영화제가 공동제작으로 참여하여 올해 베를린 국제영화제 포럼 부문에서 최초 상영된 울리게 오팅거 감독의 <한국식 결혼> 등 전 세계 여성영화의 경향과 흐름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작품들이 소개된다.

지구화와 신자유주의의 맥락에서 새롭게 구성되는 여성노동과 가난의 문제를 짚어보는 ‘여성노동과 가난’ 특별전에서는 일상화된 고용 불안과 그것이 야기하는 삶의 불안정성에 놓인 여성노조원, 국제적인 결혼 및 노동 이주여성, 도시빈민여성, 성매매여성들을 다룬 국내외 극영화 및 다큐멘터리 5편이 상영된다. 특히 이 섹션과 연동된 국제학술회의를 마련함으로써 영화가 제기하는 이슈들을 담론적 장으로 확장함은 물론 열린 토론의 장으로 던져 놓을 예정이다.

눈길을 끄는 ‘천 개의 나이듦’ 섹션은 ‘실버산업’과 ‘고령화’ 등 경제와 발전의 논리 안에서 이야기되는 ‘노화’가 아니라 삶의 과정으로서의 나이듦, 그리고 그 나이듦의 과정에 개입하게 되는 다양한 조건들에 대해서 살펴보고자 마련된 부문. 고령여성의 성과 사랑, 기술/정보로부터의 소외, 고령 장애인, 새로운 도전 등 ‘나이듦’을 둘러싼 다양한 화두가 점검되며, 세상을 채우고 있는 다양한 나이듦의 과정에 주목하는 작품들이 선보인다.

10대 여성들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영화, 그리고 10대 여성들이 직접 제작한 영화를 소개하면서 독립적인 주체로서의 10대 여성에 주목해왔던 ‘걸즈 온 필름: 걸즈 온 더 로드’는 11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의 새로운 시작을 맞아 본격적으로 10대가 마음껏 즐기고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부문으로 거듭나기 위해 노력했다. 특히 ‘소녀들의 크레이지 카메라’와 10대 관객 심사단 ‘아이틴즈’와 같은 프로그램을 통해 10대 여성의 참여가 더욱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퀴어 레인보우: 일상다반사’에서는 북미, 유럽, 아시아 등 각 지역 퀴어 영화의 경향을 잘 보여주는 작품을 선별했다. 이를 통해 동성애자 가족구성, 레즈비언 커플의 임신과 출산, 레즈비언의 노동과 빈곤, 트랜스젠더의 삶 등 국내외 퀴어의 삶을 둘러싼 다양한 화두를 점검하고, 여전히 이성애 중심적이며 성별 고정관념이 뚜렷한 사회 속에서 퀴어의 삶을 ‘보이게’ 혹은 ‘보게’ 만드는 방법에 대해서 고민한다. 부제 ‘일상다반사’는 분명히 일상을 살되 여전히 ‘일상’이기 어려운 퀴어의 삶에 방점을 찍는다.

서울국제여성영화제가 10주년을 맞이하여 연대의 의미로 신설한 ‘오픈 시네마’는 올해 아시아 남성 감독들의 작품에 주목했다. 남성감독들이 포착한 10대 여성의 성정체성과 또래문화를 살펴볼 수 있는 4편의 작품이 준비됐다.

서울국제여성영화제의 유일한 경쟁부문인 ‘아시아 단편경선’에서는 4개국 18편이 진출해 메리케이 최우수상(상금 1천만 원), 우수상(2편 각 500만 원), 관객상을 놓고 경쟁하며, 영화배우 공효진, <버스, 정류장>의 이미연 감독, 개막작의 제니퍼 팡 감독, 문화평론가 서동진씨, 일본 아이치여성영화제 히비노 유키코 국장 등이 심사위원으로 참여한다.

이밖에 ‘이주여성 영화제작 워크숍: 부부 카메라 일기’에서는 다문화 가정 부부 네 쌍이 연출한 7편의 작품이 소개되며, ‘다큐멘터리 옥랑문화상’에서는 지난해 수상작으로 한국 최초의 커밍아웃 레즈비언 정치인인 최현숙 후보의 2008년 총선 도전을 따라간 <레즈비언 정치도전기>가 월드 프리미어로 상영된다.

부대행사로는 글로벌화와 신자유주의 경제체제 안에서 새로운 양태로 재구성되는 여성노동과 빈곤에 관한 이슈들을 다룰 '국제학술회의'와 특별게스트를 초대하여 영화 상영후 영화가 제기하는 이슈들을 긴 호흡으로 관객과 소통하는 자리인 '토크 인 씨어터'가 마련되며, 스페셜 이벤트로 다양한 공연이 진행되는 '열린 광장 열린 무대', 생동감 있고 다채로운 퀴어들의 놀이터이자 파티인 '퀴어 나잇'이 준비됐다. 또한 서울국제여성영화제에서만 만날 수 있는 '놀이방'도 영화 상영시간동안 운영된다.

이혜경 집행위원장은 "작년에는 여성영화제 답지 않게 10주년을 성대하게 치루었지만, 올해는 세계적으로 경제가 어려워져 ‘새로운 시작’과 ‘초심으로 돌아간다’라는 생각을 가지고, 규모를 축소하는 대신 기본이 무엇인가를 먼저 생각하며 내실 있는 영화제를 준비하고 있다"며 "경제가 어려운데 이럴 때일수록 사람들에게 힘이 되는 영화제가 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2009.03.10 / 코리아필름 김철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