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회 서울충무로국제영화제, “쉽고 재밌는 영화들로 선정”

- 9월 3~11일 개최, 40여 개국 총 170여 편 초청

‘발견, 복원, 창조’를 키워드로 올해 2회째를 맞게 되는 ‘제2회 서울충무로국제영화제(CHIFFS)’가 오는 9월 3~11일 9일간 서울 중구 일원에서 열린다.

영화제 조직위원회는 29일 오전 대한극장에서 이덕화 운영위원장, 차승재 기획위원장, 지세연·기준영 프로그래머가 참석한 가운데 2차 기자회견을 열고 올해 개막작 및 상영작을 발표했다.

프로그램의 방향은 ‘발견, 복원, 창조’라는 1회의 키워드를 이어가되 올해부터 미래의 고전을 찾는 국제장편경쟁부문을 신설해 그 영역을 넓혔다. 또한 최근 작품들의 비중도 늘렸다.

상영편수는 신설된 국제경쟁부문과 CHIFFS 매스터즈, 공식초청부문, 독일영화사 특별전, 아시아 영화의 재발견 : 작가와 장르, 한국영화추억전 #8, 무성영화의 향연, 까르뜨 블랑슈, 칸 감독주간 40주년 특별전, 장선우-전, 충무로 Now 등 총 11개 섹션에서 40여 개국 170여 편이 초청됐다.

개막작은 <일본침물>로 유명한 일본 히구치 신지 감독이 50년 만에 새롭게 재해석한 <숨은 요새의 세 악인>(사진)이 선정됐다. 이 영화는 일본의 거장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전설적인 사무라이극 <숨은 요새의 세 악인>(1958년)을 재해석한 작품으로 구로사와 감독의 필모그래피 중 오락성이 특히 강한 작품이자 조지 루카스의 <스타워즈>에 큰 영감을 준 것으로 유명한 작품이다. '신분을 감춘 공주와 사무라이가 함께 보물을 가지고 있는 수많은 관문을 통과해 나간다'는 기본 줄거리는 그대로 유지하되 두 주인공의 로맨스가 추가됐다. 현재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는 일본의 청춘 스타 마츠모토 준과 나가사와 마사미를 비롯 아베 히로시, 시이나 깃페이 등이 출연한다.

차승재 기획위원장은 "50년이 지나도 변함없이 사랑 받는 고전을 현대의 엔터테인먼트로 재창조한 작품으로, 과거의 전통과 동시대의 문화가 소통할 수 있는 기회를 모색하고자 한다"며 선정이유를 밝혔다.

올해 신설된 섹션으로 ‘미래의 고전’으로 자리매김 할 작품을 찾는 ‘국제경쟁부문’에는 홍콩 두기봉·위가휘 감독의 <매드 디텍티브>을 비롯해 러시아의 아멜리에라 불리는 안나 멜리키얀 감독의 <나는, 인어공주>, 로만 폴란스키 감독이 카메오로 출연하고 난니 모레티가 주연을 맡은 이탈리아 안또넬로 그리말디 감독의 <조용한 혼돈> 등 총 11편의 작품들이 선정됐으며, 이들 작품들은 대상(상금 3천만원)과 심사위원특별상(500만원), 올해의 발견상(300만원), 관객상(200만원)을 놓고 경쟁을 벌인다. <디어헌터>로 1979년 아카데미 최우수 작품과 감독상을 수상한 마이클 치미노 감독과 탁월한 영상미학을 통해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이명세 감독, 전 일본 문화청 문화부장이자 영화평론가인 테라와키 켄, 프랑스 여배우겸 프로듀서인 리제 벨링크, 한국영화아카데미 제작 연구 과정을 총괄하고 있는 김영 프로듀서 총 5인이 국제심사위원단으로 참여한다.

영화를 통해 자신만의 독보적인 세계를 구축해 온 작가나 전문가를 1명 선정해, 그의 작품 세계를 조명하는 섹션인 ‘CHIFFS 매스터즈’에서는 <2001:스페이스 오디세이><블레이드 러너> 등 할리우드 초기 SF영화에 참여했던 '특수 효과(Special Effects)의 아버지'라는 불리는 더글라스 트럼블의 작품 세계를 소개하며, 더글라스 트럼블이 직접 그의 영화 세계와 영상 테크놀로지 개발 과정을 소개하는 ‘매스터 클래스: 더글라스 트럼블’도 진행될 예정이다.

서울충무로국제영화제 키워드인 ‘발견, 복원, 창조’를 가장 충실히 반영하고 있는 ‘공식초청부문’에서는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성난 황소>, 뉴 아프리칸 시네마를 주도한 지브럴 좁 맘베티 감독의 <투키 부키> 등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세계영화재단과 시네마테크 프랑세즈에 의해 복원된 최근 복원 작품들과 데이비드 린 탄생 100주년을 기념한 특별전, 그리고 2007년 파킨슨 병으로 운명을 달리 한 여배우 데보라 카의 작품이 소개된다. 또 ‘워치아웃’이라는 새로운 서브 섹션을 통해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의 조제로 잘 알려진 이케와키 치즈루가 주연을 맡은 이노우에 하루오 감독의 <음표와 다시마>, 홍콩 곽자건 감독의 <파이 독> 등 국내에 소개되지 않은 해외 감독들의 신작도 선보인다. 서울국제여성영화제가 2008년 10주년을 맞이해 기념 프로젝트로 제작한 옴니버스 <텐 텐>도 특별 상영한다.

개관 40주년을 맞은 독일문화원과 함께 진행되는 ‘독일영화사 특별전’에서는 <노스페라투>와 같은 1920년대 초기 표현주의 무성영화부터 2008년 신작까지 총 30편의 영화가 상영된다. 독일무성영화연주자인 귄터 부흐발드가 영화제 기간동안 방문해, 고전 중의 고전 <노스페라투>에 맞춰 라이브 연주를 할 예정이며, 파스빈더에서 파티 아킨까지 독일영화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작가들의 주요작품들이 상영된다. <양철북>, <롤라 런>, <브레맨 음악대>, <귀 없는 토끼> 등 다양한 장르의 독일 영화들을 만나볼 수 있다.

‘아시아 영화의 재발견: 작가와 장르’ 섹션에서는 올해 2월 타계한 일본 영화계의 거장 이치가와 곤의 대표작 <이누가미 일족>(1976)<도라 헤이타>(2000) 등 9편과 <러브레터>의 이와이 슌지 감독이 그에게 헌정된 다큐멘터리 <이치가와 곤 이야기>이 상영되며, 한국의 <텔 미 썸딩>을 비롯 일본 스릴러의 대가 노무라 요시타로의 대표작들과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초기작 <들개>(사진) 등 아시아 각 지역의 특성을 보여줄 수 있는 다양한 ‘스릴러’ 작품이 선보인다. 특히 스릴러 장르로 상영되는 <푸른 이끼>의 주연 여문락도 상영에 맞춰 내한해, 곽자건 감독과 함께 관객과의 만남을 가질 예정이다.

1950년대에서 1990년대에 이르는 영화들 중, 제작 년도가 8로 끝나는 작품들을 다양하게 선별해 선보이는 섹션인 ‘한국영화추억전 #8’에서는 매력적인 내러티브를 갖고 있는 신상옥 감독의 히트작 <어느 여대생의 고백>(1958), 당대 최고의 히트작이자 고전 멜로 영화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미워도 다시 한 번>(1968), 흑백 시네마스코프에 담긴 장중한 화면이 돋보이는 <카인의 후예>(1968), 소설가 황순원의 동명 원작을 감각적인 영상에 담은 <소나기>(1978), MTV 세대의 감수성을 느낄 수 있는 <바이 준>(1998)등이 관객들을 기다린다.

영화사의 중요한 유산인 무성영화를 소개하고, 초기의 영화 관람 경험을 제공하는 ‘무성영화의 향연’에서는 올해 무성음악가 공모전에서 선발된 이성애·이윤지·머머스룸 3팀이 버스터 키튼 감독의 단편영화 음악을 1편씩 도맡아 작곡해 실력을 발휘하며 해외의 유명한 무성영화 연주자인 데니스 제임스가 방문해 에른스트 루비치 감독의 <황태자의 첫사랑>에 맞추어 환상적인 연주를 들려줄 예정이다. 또한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한국영화 <청춘의 십자로>(1934)의 변사공연도 펼쳐진다.

서울충무로국제영화제의 객원 프로그래머 자격으로 작품을 선정하고 관객들과 함께 영화를 감상하는 섹션인 ‘까르뜨 블랑슈’에서는 1980년대 한국 영화계의 흥행감독인 배창호 감독과 실력파 4인조 그룹 스윗 소로우, 그리고 영화배우 이범수와 양채니가 직접 선택한 작품들을 관객들에게 소개한다. 객원 프로그래머 4명 모두 영화제 기간 관객과의 대화에 참석할 예정이다.

‘칸 감독주간 40주년 특별전’에서는 1973년 칸 감독주간 상영작인 마틴 스콜세지의 <비열한 거리>, 1988년 감독주간 상영작 마이크 피기스의 <폭풍의 월요일> 외 국내 상영 당시 검열로 일부 장면이 삭제된 채 개봉했던 임상수 감독의 <그때 그사람들>의 무삭제 버전 등 2008년까지 칸 감독주간에서 소개되었던 작품들 중 23편이 소개된다. 또한 칸 감독주간 집행위원장인 올리비에 페레도 영화제 기간동안 참여해 감독 주간에 관한 이야기를 관객들과 나눌 예정이다.

이밖에 ‘장선우-전’에서는 장선우 감독의 전작 11편과 영화평론가 토니 레인즈가 연출한 장선우 감독에 대한 다큐멘터리 <장선우 변주곡>, 장선우 감독이 주연을 맡아 화제가 되었던 <귀여워> 등을 만날 수 있으며, ‘충무로 Now’에서는 야구 선수 ‘선동열’을 소재로 5.18 광주에 접근하는 새로운 기획이 돋보였던 김현석 감독의 <스카우트>, 영화제작의 좌충우돌, 우여곡절기를 연애담론처럼 풀어간 재기 넘치는 윤성호 감독의 독립영화 <은하해방전선>와 함께 최근 여러 영화제를 통해 호응을 얻었던 흥미롭고 다양한 단편영화 9편이 상영된다.

한편 영화제 기간 후보작들의 감독 및 프로듀서, 배우들이 영화제를 찾을 예정이고, <매드 디텍티브>의 위가휘 감독과 주연 유청운이 개막식에 맞춰 한국을 방문할 예정이다.

부대행사로는 ‘충무로 난장’, ‘남산 공감’ 등의 축제 행사가 서울광장, 남산골 한옥마을, 충무로 예술인의 거리에서 펼쳐진다.

정동일 조직위원장은 “서울충무로국제영화제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영화제로서 부푼 꿈을 가지고 시작한지 2회째 되는 해이다. 영화의 태생지인 충무로가 영화를 심어나가고 한류 물결을 유도, 중구, 더 나아가 서울, 대한민국의 경제 활성화를 목적으로 탄생했다. 작년에는 부족했지만 성공적으로 1회 영화제를 치렀고, 앞으로 더욱 함께하는 축제가 되도록 발돋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덕화 운영위원장은 “3월부터 이 자리를 맡으면서 노심초사했다. 좋은 작품들이 선정되었으니 잘 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작은 영화제가 한국의 영화계를 위해 조금이라도 기여하는 것이 바람이며 국민들에게 희생과 봉사로 좋은 영화제를 통해 문화를 만들고 싶은 것 또한 바람”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차승재 운영위원장은 “쉽고 재밌지만 충무로의 역사성을 잘 보여주는 영화들로 선정했다”고 말했다.


2008.7.29 / 코리아필름 김철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