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회 부천영화제 "마니아와 일반 관객들이 함께 만족할 수 있는 작품"

- 39개국 205편 초청… 폐막작에 곽재용 감독 신작 <사이보그, 그녀>

오는 7월 18일 개막하는 제12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PiFan2008)의 윤곽이 공개됐다.

PiFan 조직위는 24일 오후 서울 코리아나 호텔에서 한상준 집행위원장, 이두용 심사위원장, 홍보대사 유진, 권용민·박진형 프로그래머 등 주요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공식 기자회견을 열고 12회 영화제의 상영작 및 주요 행사를 발표했다.

'사랑, 환상, 모험'을 주제로 열리는 이번 영화제는 오는 7월 18∼27일까지 열흘간 복사골 문화센터, 부천 시민회관 대공연장, 부천시청 대강당, CGV 부천8, 프리머스 시네마 소풍 등 부천 일원에서 개최되며, 33개국 215편을 상영했던 작년보다 10편이 줄어든 39개국 205편(장편 125편, 단편 80편)의 영화를 선보인다. 그 중 세계 최초로 상영되는 월드 프리미어 작품이 16편, 자국에서 상영된 후 처음 부천에서 소개되는 인터내셔널 프리미어가 15편, 아시아에서 처음 소개되는 아시아 프리미어가 64편이 포진하고 있다.

12회 PiFan의 가장 특징은 판타스틱 장르 마니아와 일반 관객들이 동시에 재미있게 감상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재정비됐다는 점. 한상준 집행위원장은 "관객 입장에서 영화의 성격을 분명히 알고 선택할 수 있도록 장르를 좀 더 세분화했고, 매니아와 일반 관객들이 동시에 만족시킬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구성했다. 올해 좀 더 대중성이 강화된 프로그램을 채웠다. 그러면서도 부천영화제만의 개성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이에 영화의 섹션부문은 △부천 초이스(장,단편), △월드 판타스틱 시네마, △스트레인지 오마쥬, △오프 더 판타스틱, △금지구역, △패밀리 판타, △애니 판타, △판타스틱 단편 걸작선, △특별전, △회고전, △단편특별전 등 작년보다 4개 많은 11개 섹션으로 늘어났다. 특별전과 회고전 역시 ‘판타스틱 감독백서 : 그렉 애러키’, ‘현대 러시아 장르영화 특별전’, ‘Q리어스’, ‘그라인드하우스’, ‘열혈남아 : 아시아이의 액션영화’, ‘코드네임 : 동아첩보활극영화’, ‘창조와 혁신의 역사 : 닛카츠 100년전’ 등으로 보다 세분화됐다.

개막작은 올해 칸 영화제 경쟁부문 출품돼 화제를 모았던 아리 폴먼 감독의 이스라엘·프랑스·독일 합작영화 <바르시아와 왈츠를>이, 폐막작으로는 한국의 곽재용 감독이 일본 제작사와 함께 만든 영화 <사이보그, 그녀>(사진)가 각각 선정됐다.

<바르시아와 왈츠를>는 인간의 정서와 기억의 문제를 밀도 있게 파고든 이 작품은 아리 폴만 감독 자신이 20여 년 전 참전한 레바논 전쟁 당시의 잃어버린 기억을 찾아 떠나는 환상적인 여정을 독특한 느낌의 애니메이션을 통해 선보이는 작품이며, <사이보그, 그녀>는 <엽기적인 그녀>, <내 여자친구를 소개합니다>에 이은 소위 '여친 3부작'을 완성하는 작품으로 일본에서는 이미 개봉해 3주 연속 박스오피스 톱5에 들며 흥행하고 있지만 한국에서는 이번 영화제를 통해 처음으로 공개되는 작품이다.

이날 참석한 곽재용 감독은 "한국 영화가 아시아에서 가장 힘이 있을 때 기획이 됐지만 한국 영화가 힘든 시기에 나오게 됐다. 새로운 선례를 남길 수 있는 영화가 되질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영화제 측은 "개막작으로 선정된 '바르시아와 왈츠를'는 의심의 여지가 없이 전쟁과 인간의 관계를 고발한 고전으로 남을 작품이며, 폐막작 '사이보그, 그녀'는 성공적 공동제작의 모델을 제시한다는 산업적 측면과 국경을 넘은 문화적 아이콘인 '엽녀' 신드롬을 통해 증명된 대중 문화적 감수성이라는 맥락 모두에서, 아시아를 관통하는 어떤 에너지를 자증하고 있는 작품"이라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특히 올해 PiFan은 국제영화제로서 보다 도약하고 아시아 장르영화계를 활성화하기 위해 세계 최초로 장르영화 제작 네트워크인 ‘아시아 판타스틱영화 제작네트워크(Network of Asian Fantastic Films, 이하 NAFF2008)’사업을 추진한다. NAFF2008은 장르영화 프로젝트 마켓인 ‘It Project 잇 프로젝트’와 장르영화 제작교육 프로그램 ‘환상영화학교’, 인더스트리 스크리닝 ‘판타스틱 인더스트리 쇼케이스’, ‘NAFF포럼’ 등의 프로그램이 마련됐다.

프로그램별 상영작을 살펴보면, 유일한 경쟁부문인 ‘부천 초이스’ 장편부문은 한국 나홍진 감독의 <추격자>와 개봉예정인 이범수 주연, 창 감독의 호러 스릴러 <고死 : 피의 중간고사>(사진)을 비롯 <블레어 위치>의 감독 다니엘 마이릭이 9.11 이후 정체를 알 수 없는 존재와 대면하게 되는 미군들을 등장시켜 가히 미국판 '알포인트'라 부를 수 있는 미국·모로코 합작영화 <오 포인트> 등 각국의 장르영화 베스트 12편이 선보인다. 이 부문에 선정된 작품들은 작품상, 감독상, 남우주연상, 여우주연상, 심사위원특별상, 푸르지오 관객상 등 총 6개 부문의 시상을 놓고 경합을 벌이게 되며 이두용 감독, 한국계 미국인 로이 리 프로듀서 등 5명이 심사를 맡는다. 단편 부문에서는 <본보야지 : 월드투어 2008><무림일검의 사생활><흡혈박쥐와 젓소> 등 판타지 애니메이션에서 고어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장르를 보여주는 한국영화 5편, 해외 작품 7편 총 12편이 단편 대상 등을 놓고 경쟁한다.

전 세계에서 엄선된 가장 최신의 판타스틱 영화를 한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는 ‘월드 판타스틱 시네마’에서는 한국계 미국인 다큐멘터리 감독 그레이스 리의 화제작 <아메리칸 좀비>, 일본의 인기 추리소설작가 교고쿠 나츠히코 원작의 <망량의 상자>(감독 하라다 마사토), 일본 애니메이션의 거장 오시이 마모루 감독과 가미야마 겐지 감독 등 영화와 애니메이션 달인들이 참여한 퓨전 장르 옴니버스 <진여 입식사열전>(사진), 타키모토 타츠히코의 베스트셀러 소설을 원작으로 한 <네거티브 해피 체인 쏘우>(감독 키타무라 타쿠지), <퀼><검은 물밑에서>의 각본을 맡았던 나카무라 요시히로 감독의 <바티스타 수술팀의 영광>, 2007년 덴마크 최그 흥행작인 <선생님의 외계인>(감독 오레 보르네달), 핀란드를 대표하는 아티스트 로디가 제작하고 직접 출연한 좀비영화 <다크 플로어>(감독 페테 리스키), 실제 독일에서 벌어진 살인사건을 바탕으로 한 영화 <세븐 데이 선데이>(감독 닐스 로퍼트), <머시니스트>로 국내에 알려진 신예 브래트 앤더스 감독의 신작 <트랜스 시베리아>, 연기파 배우 스텔란 스카스가드의 연기가 돋보이는 <와츠>(감독 톰 셩크랜드), 임필성 감독의 <헨젤과 그레텔>, 박재범 감독의 <환幻-내안의 두번째 그림자> 등 세계 각국 30편의 장르영화 신작들이 소개된다.

올해 신설된 프로그램으로 장르 영화를 포함, 월드 시네마를 대표하는 거장들에게 경의를 보내기 위해 마련된 ‘스트레인지 오마쥬’에서는 한국영상자료원과 마틴 스콜세지 감독이 수장으로 있는 세계영화재단이 공동으로 복원하여 올해 칸 영화제에서 처음으로 선보인 김기영 감독의 <하녀> 디지털 복원판과 미국 전역을 떠들썩하게 만든 베이클라이트 집안의 비극을 영화로 옮긴 영화로 뉴 퀴어 시네마의 기수로 잘 알려진 톰 칼린 감독의 연출과 줄리안 무어의 신들린 연기가 일품인 화제작 <세비지 그레이스>, <라간>으로 국내에도 잘 알려진 인도의 스타감독 아슈토쉬 고와리커의 2007년 인도 최고의 흥행작 <조다와 아크바>, <바이브레이터>를 통해 국내에 잘 알려진 히로키 류이치 감독의 <오직 사랑으로>, 거장 이마무라 쇼헤이 감독의 장남이자 각본가·감독으로 명성을 날리고 있는 텐간 다이스케 감독의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밤>, 미국 호러 영화의 거장 스튜어드 고든 감독의 신작 <스턱>(사진)까지 6인 감독의 작품이 상영된다.

보다 다양한 영화를 접하려는 관객을 위해 ‘월드 판타스틱 시네마’에서 분리하여 신설한 ‘오프 더 판타스틱’에서는 일본 이사카 고타로의 동명 소설을 영화화한 <집오리와 들오리의 코인로커>(감독 나카무라 요시히로, 사진), 소녀의 성장통을 액션 영화의 문법을 풀어낸 덴마크의 <파이터>(감독 나타샤 아르티), 직장인의 애환과 처세법을 시원한 전개로 풀어나가는 올해 스페인의 최고흥행작 <회사는 괴로워>(감독 막스 렘케), 필리핀 서민들의 삶을 풍부한 감정을 담아 생생하게 묘사한 <행복한 장의사 가족>(감독 닐 탄), 성장기를 맞은 세 명의 소녀들이 여행을 통해 현실과 삶의 의미를 알아가는 체코영화 <쓰리 돌스>(감독 카린 바빈스카), 삶의 의미를 찾아 대도시의 쇼핑몰을 방황하는 <싱가포르는 쇼핑중>(감독 리 린 위), 인도네시아의 섹스코미디 <러브러브 익스프레스>(감독 다마스 쟈야디니그랏), 인도판 대부라 부를 수 있는 <가문의 법칙>(감독 람 고팔 바르마), 노인들의 사랑을 다룬 독일의 화제작 <우리도 사랑한다>(감독 안드레아 드레센), 남미의 음악을 즐길 수 있는 브라질의 <오 빠이 오>(감독 모니크 가덴버그) 등 판타스틱을 벗어나 있지만 오히려 강한 호소력으로 관객의 감성을 여행으로 이끄는 수작 20편이 준비됐다.

PiFan만이 보여줄 수 있는 대표적인 섹션으로 판타스틱 장르 특유의 강도 높은 충격적인 이미지와 이야기로 관객들의 오감을 자극할 '금지구역'에서는 B급 호러 특유의 저렴한 특수효과와 유혈낭자가 안구와 정신을 마비시키는 전격 고어영화 <레이지>(감독 로버트 커츠만), 기이한 이미지와 극한의 폭력이 난무하는 <도쿄잔혹경찰>(감독 니시무라 요시히로, 사진), 비엔나 최고의 컬트 록 밴드 '드라디바벨'의 가장 최근 퍼포먼스인 '월드레볼루션'을 조명한 <월드레볼루션: 드라디바벨>(감독 클라우스 훈츠비흘러), 스페인영화 <닥터 인페르노>(가목 파코 리몬) 등 4편의 위험한 영화들이 관객들을 한계상황으로 몰고 갈 예정이다.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패밀리 판타’와 애니메이션의 재미와 예술적 성취를 확인할 수 있는 ‘애니 판타’에서는 각각 4편의 영화가, ‘판타스틱 단편 걸작선’에서는 로맨틱 코미디·SF·호러·액션 등 53편의 다양한 장르 영화가 상영된다.

올해 특별전은 ‘판타스틱 감독백서 : 그렉 애러키’, ‘현대 러시아 장르영화 특별전’, ‘Q리어스’, ‘그라인드하우스’, ‘열혈남아 : 아시아이의 액션영화’ 등 5개가 마련됐다.

먼저 미국 독립영화의 기수 그렉 애러키 감독 특별전에서는 그의 최신작 <스마일리 페이스>(2007) 포함 대표작 4편이 상영되며, ‘현대 러시아 장르영화 특별전’에서는 필립 얀콥스키 감독의 SF블록버스터 <스워드 맨>과 올해 아카데미 외국어 작품상 러시아 후보로 출품작인 아엘코 챠밧제 감독의 갱스터 액션영화 <러시안 트라이앵글>, 미래에 대한 진지한 시선과 철학적 사고가 어우러진 콘스탄틴 로푸샨스키 감독의 <어글리 스완> 등 최근 러시아를 장르영화의 강국으로 급부상시킨 대표적인 작품 6편이 상영된다.

기이하고(queer) 별난(curious)을 조합한 ‘Q리어스’에서는 자신을 숨긴채 살아가는 기혼 동성애자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영국 바실 데어든 감독의 느와르 스릴러 <희생자>(1961), 동성애자를 전형적인 연쇄살인범으로 묘사해 개봉 당시 동성애자 커뮤니티로부터 강한 반발을 샀던 월리엄 프리드킨 감독의 <크루징>(1980), 뉴 퀴어 시네마의 이단아 브루스 라부르스 감독의 신작 <엽기좀비 오토>(2008, 사진), 6,70년대 섹스플로이테니션 영화들에서 착취당하던 여성들을 레즈비언 욕망으로 다시 읽어내는 미셸 존슨 감독의 다큐멘터리 <트리플 X의 악녀일기>(2007), ‘동성애’에 대한 시각으로 놓고 평단과 관객들의 호평과 혹평이 엇갈렸던 양윤호 감독의 <가면>(2007) 등 퀴어와 장르영화의 다양한 근접조우를 보여주는 6편의 영화가 준비됐다.

또 눅눅한 좌석 냄새와 빛바랜 로비카드로 기억되는 '동시상영'과 '재개봉'이라는 향수 어린 영화적 경험과 동시에 본격 B급 무비의 쾌감을 되살려보고자 마련된 ‘그라인드하우스’에서는 폴 니콜라스 감독의 <지옥의 여죄수 감방>(1983), 알 아담스 감독의 <데쓰 디멘션>(1978), 데나스 도넬리 감독의 <공구 살인마>(1978), 게리 셔먼 감독의 <바이스 스쿼드>(1982) 등 4편이 상영되며, 올해 환상영화학교의 주제인 아시아 액션과 함께 기획된 액션스쿨 특별전은 <검은 띠><무사><포비든 킹덤-전설의 마스터를 찾아서><도화선> 등 아시아 지역 4개국의 액션팀이 작업한 대표적인 작품들을 모아 상영한다.

올해 한국영상자료원과 피판이 공동 주최하는 한국영화 회고전은 한국, 일본, 홍콩 등 극동아시아를 누비는 활극액션영화를 집중 조명한다. 60년대부터 80년대 초에 이르기까지 액션의 무대를 국경 바깥으로 돌린 8편의 활극은 문화적 이질성과 함께 한국 액션영화의 역사적 연속성을 동시에 보여줄 예정이다. 이와 함께 예술과 산업이 경계를 넘나들며 감독과 배우를 길러내고 수많은 걸작들을 제작한 아시아의 유명 제작사를 조명하기 위해 신설한 회고전인 ‘창조와 혁신의 역사’에서는 첫 번째로 일본의 대표적인 제작사인 닛카츠의 대표적인 작품을 소개한다. 야마나카 사다오 감독의 <고우치야마소슌>(1934), 사이토 부이치 감독의 <대초원의 철새>(1960), 쿠마이 게이 감독의 <일본열도>(1965), 이치가와 곤 감독의 <태평양을 나홀로>(1963), 스즈키 세이쥰 감독의 <우리들의 피가 허락하지 않는다>(1967), 코누마 마사루 감독의 <꽃과 뱀>(1974), 구마시로 타츠미 감독의 <흑장미 승천>(1975), 후라마야 토모유키 감독의 <나오코>(2008) 등 그 동안 국내에 소개되지 않았던 무성영화시대의 걸작에서 최신작까지 닛카츠의 역사를 만들어낸 8편의 대중적인 영화가 상영된다.

단편 특별전에서는 아사노 타다노부 등 세 명의 배우와 두 명의 뮤지션 그리고 전직 이종격투기 선수가 의기투합하여 여섯 편의 단편을 만들어 화제를 모은 'R246 스토리' 작품과 경기영상위원회 사전지원작 6편이 선보인다.

이밖에도 오픈 시네 퍼레이드 상영작으로는 <벤허><명탐정 코난 : 베이커가의 망령><리틀 러너> 등이 상영된다,.

한편, 올해 홍보대사로 선정된 유진은 "짧은 기간이지만 부천 영화제를 알리기 위해 최선을 다해 활동하겠다"며 "아직은 부족하지만 이번 영화제를 통해 더 좋은 배우로 거듭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개·폐막작 예매는 26일 오전 10시부터, 일반상영작 예매는 7월 1일부터 시작한다. 자세한 내용은 홈페이지(www.pifan.com) 참조하면 된다.


2008.6.24 / 코리아필름 김철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