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한솔 감독 "과거 홀대받았던 토속 에로물에 대한 존경과 오마주"

조선 남성미의 상징 ‘변강쇠’를 새로운 시각으로 재해석한 영화 <가루지기>(감독 신한솔, 제작 프라임엔터테인먼트)가 22일 오후 서울 삼성동 메가박스 코엑스에서 언론시사회를 가졌다. <가루지기>는 2006년 <싸움의 기술>로 데뷔한 신한솔 감독의 두 번째 작품으로 코믹하고 귀여운 이미지로 사랑 받던 봉태규가 새로운 모습의 순정파 변강쇠로 변신해 관심을 모은 바 있다. 또 변강쇠의 첫사랑 달갱 역에는 신인배우 김신아가, 변강쇠를 품에 안고 싶어하는 안달하는 마을 아낙들로는 파격 변신한 윤여정, 전수경을 비롯 케이블스타 서영 등이 출연해 색다른 매력을 선사해 눈길을 끈다.

이날 신한솔 감독은 "10년 전에 '변강쇠' 시리즈물 중 2편을 보고 꼭 리메이크 하고 싶다고 생각했다"며 "B급 영화 중에서도 상당히 독보적인 영화라고 생각했고, 상당히 독창적이고 판타지한 면도 많았기 때문에 그런 부분에 영감을 받아서 다시 한번 해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거기에 우리의 춤과 노래를, 축제 속에 있는 여러 가지 느낌들을 영화에 융화시키면 재밌겠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또 신 감독은 "과거에 홀대받았던 그런 영화들에 대한 존경의 의미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신 감독은 "이 영화는 토속 에로물에 대한 오마주"라며 "여러 작품들에서 가장 독창적이라고 생각했던 부분을 오마주 형식으로 가져와 과거 선배들에게 칭찬 받을 수 있을 정도의 덧붙였고, 내 나름대로의 재해석을 통해서 선배 감독들의 창조적인 생각들을 공유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한편 신 감독은 "편견 속에서 열심히 해준 배우들에게 감사드린다"며 배우들에게 고마움을 표시하기도 했다.

새로운 모습의 순정파 변강쇠로 변신한 봉태규는 "원톱으로 하는 마지막 영화라고 생각하고 열심히 했다"며 말하고, "내가 찍어서가 아니라 정말 좋은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8년 동안 활동하면서 이런 영화는 처음 본 것 같다"며 만족감을 표시했다. 베드신 연기에 대해서는 그는 "20살 때 <눈물>로 데뷔한 터라 그때부터 익숙한 신이어서 어려운 점은 없었고 수월했다"며 "다만 자체 제작한 곰과 베드신을 하는데 뜻대로 움직여 주질 않아서 조금 힘들었다"고 말했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와의 대결을 앞둔 상황에서 그는 "'변강쇠'라고 하는 토종 캐릭터와 사극으로 할리우드 대작들과 겨루게 돼 부담감이 크지만 어떻게 보면 나한테 기회가 될 수도 있을 것 같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변강쇠의 여자로 발탁된 신예 김신아는 "나이가 어리고 데뷔작이라서 노출 때문에 굉장히 많은 고민도 있었고 어려움도 있었다"며 "시간이 지날수록 '달갱'이라는 여자는 꾸밈없이 자신을 드러내는 인물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에 노출도 필요하다고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또 그녀는 "부담스럽거나 야해 보이는 장면이 아니라 순수해 보이는 꾸밈없는 모습이라서 달갱이로서 연기했을 뿐"이라고 덧붙였다. 영화에 대해서는 "많이 낯설지 않고 친근하고 현실적이 영화"라고 말했다.

영화 <가루지기>는 음양의 불일치로 기센 아낙네들이 주도권을 잡은 마을에서 형의 실수로 고자가 돼 마을 아낙네들의 놀림거리로 살아가던 변강쇠가 우연히 구해준 음양통달 도사에게 비책을 전해 듣고 일생의 콤플렉스를 치유함은 물론 500% 가득 찬 양기의 조선 최고의 거물로 재탄생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로 변강쇠가 ‘고개 숙인 남자에서 거물’로 탄생하기까지의 뒷이야기와 그를 유혹하기 위한 아낙네들의 섹시 접전, 그리고 대신 전쟁에 끌려간 형을 구하기 위한 상상초월 활약상과 첫사랑 달갱에 대한 순애보적인 사랑이 펼쳐진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힘의 상징으로서의 단순한 변강쇠가 아닌 약하디 약한, 순애보적인 모습의 변강쇠로 탈바꿈시켰다. 배우 역시 변강쇠의 원조인 이대근과 달리 왜소한 체격의 봉태규를 배치했다. 또한 캐릭터는 물론 음악과 의상 등 모든 부분에 현대적인 요소를 최대한 가미했다. ‘조선시대’라는 시대적 틀을 벗은 의상과 웅장한 관현악곡과 판소리의 교묘한 결합이 독특하다. 윤여정과 전수경을 비롯 변강쇠를 유혹하는 아낙네들의 섹시 대결과 도사와 변강쇠의 형으로 각각 출연한 송재호와 오달수의 변신도 눈길을 끈다. 특히 베테랑 연기자도 소화하기 힘든 노출씬을 무리없이 해낸 신인 김신아의 열연이 눈에 띈다. 하지만 변강쇠가 고자가 된 사연과 이후에 벌어지는 에피소드가 너무나도 황당하게 전개돼 후반으로 갈수록 재미는 떨어진다. 웃음의 대상도 모호하다는 점도 문제다. 관객들이 유쾌하게 볼지, 아니면 유치하게 볼지는 지켜볼 일이다.

조선 남성미의 상징 ‘변강쇠’를 새로운 시각으로 재해석한 <가루지기>는 18세 관람가로 4월 30일 개봉한다. [가루지기]

2008.4.22 / 코리아필름 김철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