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0개국 195편 초청…개막작 日 <입맞춤>, 폐막작 인권영화 <시선 1318>

'자유, 독립, 소통'을 슬로건으로 디지털 대안 영화제를 지향하는 제9회 전주국제영화제(JIFF)가 오는 5월 1~9일까지 전주 고사동 ‘영화의 거리’ 일대의 13개 상영관에서 9일 동안 개최된다.

전주국제영화제 조직위원회는 1일 오후 서울 명동의 세종호텔에서 조직위원장인 송하진 전주시장과 민병록 집행위원장, 정수완·유운성 프로그래머 등이 참석한 가운데 기자회견을 열고 개·폐막작을 포함한 올해 9회 영화제의 상영작 총 40개국 195편(장편 120편, 단편 75편)을 발표했다.

올해 영화제의 가장 큰 특징으로는 기존에 '인디비전'으로 운영되던 국제경쟁 섹션의 공식 명칭을 '국제경쟁'으로 바꾼 것. 이는 경쟁에 대한 의미를 강화하고, 전세계의 주목할만한 신인 감독들을 발굴하여 그들을 지지하고자 하는 영화제 측의 의지를 반영한 것이다.

또 출품작도 작년 대비 169편(14%)이나 증가한 국내 815편, 해외 389편 등 총 1천204편의 영화가 출품,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초청작 가운데 JIFF를 통해 세계 처음으로 공개되는 월드프리미어와 자국 밖에서는 처음 공개되는 인터내셔널 프리미어 작품은 장편 17편이다.

올해 프로그램은 한 해의 전 세계 영화 흐름을 반영한 프로그램으로 구성했다. 특히 최근 미국 독립영화의 약진을 반영, '국제경쟁' 부문에 라민 바흐라니 감독의 <불법 카센터>와 랜스 해머 감독의 <발라스트> 등 두 편의 뛰어난 미국 영화를 포함시켰다. 그리고 '영화보다 낯선' 장편 부문은 제임스 베닝·니나 멘케스·켄 제이콥스·존 조스트·존 지안비토 감독 등 미국 아방가르드 영화의 현재를 보여주는 감독의 작품들로 구성됐다. 또한 아시아 다큐멘터리 영화로 중국 지아 장커 감독의 <무용>과 캐나다의 거장 가이 매딘 감독의 다큐멘터리 <나의 위니펙>이 '시네마스케이프 다큐' 부문에서 상영된다. 그리고 현재 아시아 지역에서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필리핀 감독 3인의 작품이 소개된다. '전주 매그넘 전시 공간'에서 상영될 9시간 대작 라브 디아즈 감독의 <엔카토에서의 죽음>과 '국제경쟁'에서 소개될 존 토레스 감독의 <나의 어린 시절>, '시네마스케이프'에서 상영될 라야 마틴 감독의 <오토히스토리아>가 그 작품들이다.

개막작으로는 2001년 <언러브드>로 칸영화제 비평가주간에서 '국제비평가연맹상'을 수상하며 주목 받은 일본 만다 쿠니토시 감독의 신작 <입맞춤>이 선정됐다. 이 영화는 살인범에게 동정심을 느끼고 사랑에 빠지게 되는 직장 여성을 통해 진실한 사랑과 편집광적 사랑이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작품으로 국내에도 널리 알려진 코이케 에이코와 토요카와 에츠시, 나카무라 토오루 등이 출연한다.

민병록 집행위원장은 "저예산 영화이고, 독창적인 이야기와 세 배우의 뛰어난 연기를 보고 개막작으로 선정했다"고 선정이유를 밝혔다.

폐막작은 국가인권위원회가 제작한 옴니버스 인권영화 프로젝트 <시선 1318>이 선정됐다. ‘동시대 한국 청소년들은 어떤 방식으로 세상과 대면하고 있으며 또 싸우고 있는가’라는 테마를 가지고 이현승·방은진·김태용·전계수·윤성호 감독 등 5명이 참여했다.

민병록 집행위원장은 "냉정한 현실 앞에 고민하고 좌절하고 방황하는 청소년들에게 관심을 가지고 사랑과 용서로 감싸주고 귀 기울여주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폐막작으로 선정했다"고 말했다. 이날 참석한 이현승 감독은 "이전까지는 감독들의 입장에서 원하는 주제를 선택해서 만들었다면, 이번에는 다양한 감독들의 시선을 하나의 주제를 모아보자고 했다"며 "첫 번째로 청소년의 인권문제로 정했다. 모든 소수자들은 대변하는 단체가 있지만 유일하게 청소년만 자신을 대변할 수 있는 조직이 없다"고 말했다.

주요 프로그램으로는 새로운 영화미학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전 세계 신인 감독들의 영화를 대상으로 하는 경쟁섹션인 ‘국제경쟁’, 전주국제영화제 디지털 단편영화 제작 프로젝트 ‘디지털 삼인삼색’, 한국 단편영화 제작지원 프로젝트 ‘숏!숏!숏!’, 전 세계 거장 감독들의 신작과 주목할 만한 중견 및 신인 감독들의 작품을 선보이는 ‘시네마스케이프’, 한국 독립영화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극영화와 다큐멘터리, 단편영화 등을 선보이는 ‘한국영화’, 한국에서 제작되는 단편영화들을 비평가의 관점에서 재조명하는 ‘한국단편의 선택 : 비평가주간’, 실험적인 영화들을 소개하는 ‘영화보다 낯선’, 전주시민과 일반관객을 위해 작품성과 대중성을 겸비한 작품들을 상영하는 ‘영화궁전’, 전주국영화제의 최고의 인기 프로그램 가운데 하나로 심야상영 프로그램인 ‘불면의 밤’,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야외상영’ 등으로 나뉘어 진행된다.

눈에 띄는 작품으로는 러시아 거장 알렉산더 소쿠로프 감독의 <알렉산드라>(사진), 올해 100살을 맞이한 포르투갈 마노엘 데 올리베이라 감독의 신작 <크리스토퍼 콜럼버스 : 수수께끼>, <대부>의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과 <쉘 뒤 댄스>의 수오 마사유키 감독이 각각 10년만에 내놓은 신작 <영원한 젊음>과 <그래도 나는 하지 않았다>, <크래쉬>로 아카데미 작품상을 수상한 폴 해기스 감독의 신작 <엘라의 계곡>, <데스노트>의 마츠야마 켄이치와 <하나와 앨리스>의 아오이 유우가 출연하는 이구치 나미 감독의 <타인의 섹스를 비웃지 마라>, 2004년 부산국제영화제 PPP(부산프로모션플랜) 프로젝트였던 이란 아볼파즐 잘릴리 감독의 <하페즈>, 캐나다의 거장 가이 매딘 감독의 다큐멘터리 <나의 위니펙>, 미국에서 30년간 꾸준히 사랑받아온 락앤롤 그룹 '톰 페티 & 하트브레이커스'의 전기를 다룬 피터 보그다노비치 감독의 다큐멘터리 <톰 페티 앤 더 하트브레이커스>, 중국의 지아 장커 감독의 아티스트 삼부작 중 두 번째 작품 <무용>, <송환>의 김동원 감독이 세계 각지의 일본군 위안부에 대한 역사적 고증을 담은 다큐멘터리 <끝나지 않은 전쟁>, 프리츠 랑·오손 웰즈·자크 타티·장 르느와르·알프레드 히치콕·잉그마르 베르히만 등 6인의 거장들이 유년기에 겪은 사건들을 옴니버스 형식으로 구성한 <거장들의 어린 시절>, 할리우드 연기파 배우 포레스트 휘태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애니메이션 <드래곤 헌터스>, 2007 오터와 국제애니메이션영화제 대상작인 야마무라 코지 감독의 애니메이션 <프란츠 카프카의 시골 의사>, 호러의 거장 조지 로메로 감독과 윌리엄 프리드킨 감독의 신작 <시체들의 일기>와 <버그>, 브래드 피트와 벤 애플렉의 동생인 케시 애플렉이 출연하는 서사적 영웅담 <비겁한 로버트 포드의 제시 제임스 암살> 등이다.

특히 초청작 중 장장 9시간의 러닝타임인 필리핀 라브 디아즈 감독의 <엔카토에서의 죽음>도 눈에 띄는데 영화제 측은 긴 상영시간을 고려해 영화제 기간에 특별상영관을 마련해 개·폐막일을 제외한 매일 1~2시간씩 1주일에 걸쳐 상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밖에도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은 카자흐스탄·우즈베키스탄·키르기스탄·타지키스탄·투르크메니스탄 등 중앙아시아 5개국 영화와 베트남 영화들이 특별전을 통해 소개되며, 헝가리 영화의 대부로 알려진 벨라 타르 감독과 독일 뉴저먼 시네마의 거장 알렉산더 클루게 감독의 회고전도 마련된다.

정수완 프로그래머는 "올해 프로그램은 전체적으로 작년과 큰 틀을 벗어나지 않는다. 언제나 전주국제영화제가 지양했던 것처럼 전 세계에서 만들어지는 영화 중에서 꼭 관객들과 만났으면 좋겠는데 만날 기회가 많지 않은 좋은 영화를 발굴해서 여러분과 만나게 해야한다는 컨셉으로 작품을 선정했다"며 "또 국가별 안배는 하지 않았고 월드 프리미어에 큰 비중을 두지 않았다. 오로지 좋은 영화를 고르는 데 고심했다"고 말했다.

유운성 프로그래머는 "동시대의 영화적인 풍경과 각 지역들에서 만들어지고 있는 영화들을 전체적으로 조망해 볼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보고자 하는 데 포커스를 맞췄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상영작 발표에 이어 김성은, 김재욱의 홍보대사 위촉식이 진행됐다. 홍보대사로 위촉된 김성은은 "홍보대사가 돼서 영광스럽고 기쁘다"며 "다같이 즐길 수 있는 영화제가 될 수 있도록 홍보대사로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송하진 조직위원장은 “올해 전주국제영화제는 공식경쟁 부문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 관객 인프라 확대로 통한 관객 매혹 영화제, 세계 영화제와의 교류를 통한 전주국제영화제 이미지 고양을 목표로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2008.4.01 / 코리아필름 김철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