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은 눈물><기름유출 그 후...> 등 유류 유출사고에 대한 작품 상영
- 5월 22~28일까지 30여개국 160여편 환경영화 상영

'생생한 지구를 위한 영화 선언'을 슬로건으로 내건 제5회 서울환경영화제(GFFIS)가 국내 사상 최대의 환경 재앙인 태안 앞바다 기름 유출사고를 비롯해, 세계 곳곳의 바다를 오염시킨 유류 유출사고의 실태를 알리면서 그 심각성을 환기하고 대안을 모색한다.

서울환경영화제 조직위원회는 15일 오전 서울 광화문 프레스센터에서 최열 집행위원장과 황혜림 프로그래머, 복진오 감독 등이 참석한 가운데 기자회견을 열고 5회 영화제의 상영작 및 개요 등을 발표했다.

이번 제5회 영화제에서는 71개국 721편의 출품작 가운데 21편을 엄선한 ‘국제환경영화경선’을 필두로 모두 37개국에서 모여든 160여 편의 다채로운 환경영화들을 12개 부문에 나누어 소개한다.

상설전으로는 지난해 이어 세계 각국 환경영화들의 최근 흐름을 다양하게 소개하는 경쟁부문인 ‘국제환경영화경선’과 비경쟁 부문으로 최근 2~3년간의 세계 환경영화를 만날 수 있는 ‘널리 보는 세상’, 환경영화 가운데에서도 아이들과 가족들의 눈높이를 고려한 작품들을 모은 ‘지구의 아이들’, 국내 환경영화를 널리 알리고 그 제작을 독려하기 위한 ‘한국 환경영화의 흐름’, 해마다 주요 환경 이슈라 할 만한 하나의 주제를 선정해 관련 영화를 상영하는 테마전이 ‘지구전(地球戰)’ 등이 있다.

이중 지난해 ‘한국 환경영화의 흐름’을 신설했던 영화제는 올해부터 한국 환경영화 경쟁과 한국환경영화상을 마련, 국내 환경영화를 더욱 적극적으로 지원한다. 영화제 조직위는 이날 친환경 브랜드 아베다에서 한국환경영화의 발전을 위해 향후 5년간 매년 한국환경영화 우수작에 상금 일천만 원을 지원하는 협약식을 체결했다. 또 올해부터 독립적인 개인 작업으로 제작된 환경영화들은 물론, <자연다큐멘터리 밤의 제왕-수리부엉이>, <순록, 툰드라에서 길을 잃다>, <불곰의 땅 캄차카> 등 국내 환경 관련 영상물의 한 주류를 이루고 있는 TV 방송 다큐멘터리 우수작에까지 틀을 넓혀 더욱 폭넓게 한국 환경영화를 소개한다.

특히 올해 영화제가 가장 심혈을 기울인 ‘지구전(地球戰)’의 테마는 해양 생태계는 물론 지역 주민들의 삶의 터전을 파괴하는 유류 유출사고와 해양 오염의 심각성이다. ‘지구전(地球戰) 2008 : 태안, 그리고 생명의 요람 바다’에서는 허베이 스피리트호 유류 유츌사고는 물론, 엑손 발데즈호, 프레스티지호 등 세계 곳곳의 바다를 오염시킨 유류 유출사고에 대한 작품 6편을 상영하고 그 심각성을 환기하고 대안을 모색하는 장을 마련한다.

가장 주목할 만한 작품은 허베이 스피리트호 유류 유출사고 현장과 그 이후를 충실히 기록한 다큐멘터리 <검은 눈물>로 환경운동연합 복진오 감독이 제작하고, 서울환경영화제가 1천만 원을 제작 지원한 작품이다. 허베이 스피리트호 유류 유출사고가 터지자마자 사고지역에서 몇 달 동안 현장의 모습을 담아온 복진오 감독은 "현장에서 자연 파괴 모습을 보면서 느꼈던 공포와 두려움, 자원봉사자들의 감동적인 모습에 대해 최대한 절박하고 생생하게 담을 수 있도록 편집 작업 중"이라고 말했다.

또 이희중 감독의 <기름유출 그 후... 희망을 찾는 사람들>도 거대한 재앙이 가져온 피해와 함께 실낱같은 희망을 찾아가는 이웃들의 이야기를 담았으며, 이외에도 1989년 미국 엑손 발데즈호 유류 유출 사고 이후를 다룬 시에라 클럽의 <시에라 클럽 연대기 2: 바다가 죽던 날>, 2002년 스페인 근해에서 일어난 유조선 프레스티지호의 유류 유출 사고와 직접 방제 작업에 나서 바다를 구하기 위해 애쓰는 어부들의 이야기인 <바다의 아들>, 수십 년 동안 에콰도르의 열대 우림 지역에서 원유 쓰레기를 방치해 환경질병과 죽음을 부른 셰브론 텍사코에 대한 현지 주민들의 투쟁을 담은 <이 땅에 정의를!> 등 곳곳에서 일어나는 유류 유출과 환경 파괴, 그로 인해 고통 받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담은 영화들이 상영된다.

한편 제5회 영화제부터는 몇 가지 상설 부문들이 신설됐다. 우선 제4회 영화제에서 ‘지구전(地球戰) 2007 : 지구 온난화와 기후 재앙’이란 테마전으로 소개했던 지구 온난화와 기후 변화 관련 영화들을 상영할 부문으로 ‘기후 변화와 미래’를 신설했다. 또 지난해 야생 동식물 영화를 모은 ‘야생의 숨결’과 반려동물 등 동물과 인간의 관계에 초점을 맞춘 ‘속 깊은 동물 친구’라는 이름으로 마련했던 두 동물 관련 특별전의 성격을 통합, 동물 영화를 소개하는 부문으로 ‘동물과 함께 하는 세상’을 신설했다. 그리고 ‘지구의 빛깔, 자연의 소리’도 지난해 특별전으로 마련된 데 이어 올해부터는 상설전으로 지속된다.

올해의 특별전으로는 영국의 BBC, 미국의 내셔널 지오그래픽 채널 등과 더불어 환경 프로그램의 명가로 이름난 NHK의 다큐멘터리 우수작을 소개하는 ‘NHK 환경 다큐멘터리 특별전’이 마련됐다. NHK의 추천 목록 중 10편의 선별한 이 특별전에서는 환경 오염과 생태계 파괴 같은 환경 이슈를 다룬 작품들부터 수려한 만듦새가 돋보이는 야생 동식물 관련 작품, 아이들 교육용으로 만들어진 쉽고 재미난 단편 시리즈까지, 지난 20년간 제작된 다양한 소재와 형식의 NHK 다큐멘터리를 만날 수 있다.

그밖에 특별전으로는 지난해 세계적인 환경운동단체 그린피스를 소개한 데 이어 미국 최대의 환경운동단체인 시에라 클럽의 활동을 영상으로 돌아보는 ‘시에라 클럽 특별전’, 극지방과 툰드라의 유목생활을 비롯해, 끊임없이 확장되는 산업문명의 그늘 아래 야생동물들처럼 설 자리를 잃어가는 자연친화적인 삶과 문화를 돌아보는 ‘문명의 저편’, 이색적인 상상력과 스릴러 또는 공포물에 쓰일 법한 섬뜩한 가정을 앞세운 대중적인 접근법으로 환경을 생각하게 하는 영화들을 소개하는 ‘에코 스릴러 : 자연의 역습’ 등이 마련돼 있다.

개막작은 알래스테어 포더길·마크 린필드 감독의 독일·영국 합작 다큐멘터리 대작 <어스 Earth>가 선정됐다. <엑스맨>의 영국 배우 패트릭 스튜어트가 내레이션을 맡은 <어스>는 2006년 영국 BBC에서 제작, 방영된 이래 세계적으로 많은 사랑을 받아 온 TV 시리즈 'Planet Earth'의 제작진이 새롭게 만든 장편 야생 다큐멘터리로 지구 곳곳에서 일어나는 기후와 환경의 변화, 그 속에서 살아가는 다양한 생명체들의 생존의 여정을 세밀하게 담아낸 작품이다. 특히 이 다큐멘터리는 지난 1월 일본에서 개봉해 박스 오피스 1위에 올랐으며, 100만 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하며 일본 역대 다큐멘터리 개봉작 사상 최고의 흥행성적을 거뒀다.

개막식은 진행되지 않으며 대신 시민들과 함께 열린 공간에서 환경을 주제로 한 축제를 즐기는 사전 개막축하 행사가 5월 17일 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진행된다. 이밖에도 영화제 기간 동안 다양한 영화제 관련 체험 행사, 전시, 장터, 공연, 워크숍이 마련된다.

환경재단이 주최하는 제5회 서울환경영화제는 5월 22~28일까지 CGV 상암 3개관에서 개최된다. 온라인 예매는 5월 8일부터 영화제 홈페이지(www.gffis.org) 또는 예스24 영화 서울환경영화제 예매 페이지(movie.yes24.com/gffis)에서 할 수 있다.

한편 서울환경영화제는 100만 자원봉사자들의 뜻 깊은 땀방울에 일부나마 보답하고자 유류 유출사고 현장에서 봉사 활동을 한 자원봉사자들에게 원하는 영화를 1인 5회까지 무료 관람의 기회를 제공한다.

최열 집행위원장은 "기후 변화와 태안 기름 유출사고 등의 환경문제는 내일의 문제가 아니라 오늘의 문제고, 남의 문제가 아닌 자기의 문제"라며 "영화제를 통해 환경의 중요성과 이제는 행동해야 하는 시점이 오질 않았는가를 전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2008.4.15 / 코리아필름 김철연 기자